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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군형법 92조 6의 합헌 결정을 통해 살펴본 군대 내 동성애 인식 본문

기획의 변 – 지난 10월 헌법재판소는 군형법 92조 6의 합헌 결정을 내렸다. 차별적 인식이 담긴 조문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합헌 판결로 인해 여러 논란이 다시금 대두되었다. 이에 본지에서는 오랜 기간 이어진 문제의 근원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몇 가지 의견을 살펴보고자 했다. 군형법 92조 6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홍성수 법학부 교수의 목소리와 실제 군대 내에서의 동성애자의 생생한 경험이 담긴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심기용 활동가의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헌법재판소의 군형법 92조 6의 합헌 결정을 통해 살펴본 군대 내 동성애 인식
군형법 92조의 6은 “군인 또는 준 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군 내 성 소수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 10월 26일, 헌법재판소는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를 공간과 강제성 여부에 상관없이 처벌하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2002년부터 총 4번의 헌법소원이 제기되었지만, 군대의 특수성과 군기 확립의 필요성을 이유로 번번이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번 판결 역시 “군 병력 간의 성적 행위를 방치할 경우 군대의 엄격한 명령체계나 위계질서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이유가 제시되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와 여러 시민단체에서는 해당 조항의 범위가 모호하며 이성애 중심적 논리를 바탕으로 군 내 성 소수자를 범죄화한다며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번 합헌 결정에 관한 구체적인 법률적 해석과 군 내 성 소수자에 대한 제도적 차별, 그리고 그 해결책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를 만났다.
군형법 92조의 6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에 내포된 차별적 인식
1962년에 제정된 이후 군형법 92조의 6에 대해 2002년, 2011년, 2016년 그리고 이번까지 총 4번의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법률의 적용 범위가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 모호성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군형법 92조의 6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며, 어떠한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는지 물었다.
“군형법 92조의 6 “추행”은 제 15장 “강간과 추행의 죄”에 포함됩니다. 본래 군형법은 추행죄의 구성요건을 “계간이나 그 밖에 추행을 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때 ‘계간(鷄姦)’은 동성 간의 성행위를 낮잡아 지칭하는 비하의 표현이기에 차별적인 용어라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 밖에 조문상의 표현들도 과연 법률로서 적합한지, 그 내용이 너무 모호한 것은 아닌지, 여러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비판이 제기되었죠. 결국, 92조의 6은 2013년에 군인이나 군무원, 사관후보생 등 군인에 준하는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로 개정됩니다. 그러나 대상을 군인 및 군인에 준하는 자로 명시했고, ‘계간’이라는 표현이 ‘항문성교’라는 다소 중립적인 말로 대체되었을 뿐이지 조문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점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최근까지도 이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투는 상황이 전개된 것입니다.
우선 92조 6은 적용 대상을 모호하게 설정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조금 더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굉장히 비겁한 방식으로 동성애자를 겨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조문에서는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계간’이 보통 남성 동성애자 간에 이루어지는 성관계의 유형으로 인식되는 ‘항문성교’로 바뀌었다는 점을 통해 그 대상을 유추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리고 용어가 모호하게 해석된다는 점도 문제가 됩니다. 항문성교까지는 그 의미가 비교적 명확하지만“그 밖의 추행”이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항문성교와 유사한 무엇 정도로 추측하게 만들 뿐이죠. 따라서 조문 자체는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법이 작동하는 방식이 남성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률 조문을 해석할 때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특정 용어가 다른 법률에서 쓰이는 의미와 비교하여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중요한 해석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다른 법률에서 ‘추행’은 보통은 강제추행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법률안에서 추행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서 하는 행위라는 것을 가정하고 설정된 개념이라는 거죠. 그런데 92조의 6에는 “항문성교와 그 밖의 추행”이 함께 담겨있습니다. 항문성교라는 말 자체는 강제적인 의미를 전혀 담고 있지 않음에도 추행과 나란히 적히며, 의미가 잘 연결되지 않게 됩니다. 추행의 사전적 정의는 말 그대로 추한 행동입니다. 항문성교가 자연스럽게 추한 행위로 연상되게 만드는 것은, 차별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점 이외에도 형법 조문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물론 영내와 영외를 구분하지 않던 이전까지의 판결에서 최근 대법원판결은 영내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는 유의미한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판결을 통해 해석을 조금씩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부분도 일부 있지만, 애초에 법이 지닌 모호성과 차별적 인식 때문에 여전히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의 주된 근거
헌법재판소에서 해당 조항에 대한 표결은 5대 4로 갈렸지만, 결국 합헌으로 판결되었다. 합헌 판결에 반영된 구체적인 법적 근거는 무엇이었으며,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 외에도 군형법 자체의 특수한 법률적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을지 물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합헌 판결에서 제기된 구체적인 쟁점과 법적 근거는 죄형법정주의와 과잉금지원칙 그리고 평등권 침해가 있습니다. 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 헌재의 다수 의견은 92조의 6에는 구체적인 해석 기준이 있기에 논란의 소지가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그 밖의 추행”이라는 애매한 표현도 항문성교와 비슷한 행위로, 즉 ‘군의 기강’을 해칠 수 있는 행위를 통칭하는 것으로 좁혀서 해석한다면, 그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헌재의 다수 의견입니다. 다음으로 과잉금지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이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입니다. 헌재는 군대라는 조직은 집단생활, 군기 확립 그리고 수직적인 위계질서 체계 아래에 있다는 특성을 보이기에 남성 군인이 다른 남성 군인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을 거절하기 힘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군 특성상 추행죄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평등원칙의 경우에는, 다수의 군 병력이 남성이고 단체생활을 하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동성 군인 간의 성적 교섭행위라고 할 수 있는 항문성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특별히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물론 헌재 내 반대 의견도 제시되었습니다. 9명의 재판관 중 4명이 위헌으로 보았죠. 합헌에 반대한 입장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측면에서 동성과 이성의 구분 불분명, 추행이라는 단어의 오용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과잉금지 및 평등원칙에 있어서 성행위를 형사처벌로 제재하는 것이 과잉이라는 점과 ‘군기’의 개념이 불명확함에도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후려가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항문성교라는 특정한 성적 행위만 처벌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보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결국 합헌으로 판결된 것은 군형법 자체가 형량이 높고 엄중한 편이기에, 2년 이하의 징역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량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군의 특수성’과 ‘군기 확립’이라는 과제를 우선시하는 헌재의 태도가 군형법을 바라보는 인식을 대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법률적 관점에서 바라본 ‘군의 특수성’
이번 판결에 대해 헌재는 “군에서는 남성 간의 성관계 기회가 많기에 군기 확립을 위해 합의에 의한 성관계까지도 처벌하는 법을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헌재가 반복 언급하고 있는 ‘군기’와 ‘군의 특수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까.
“헌재 결정문에서 나오는 ‘군기’, ‘군 기강 확립’ 등의 용어들이 과연 추행죄를 정당화하기 위한 적절한 근거인지 의문입니다. 법조문 자체의 문제를 ‘군 기강’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일반 형법에서도 비동의 간음죄 신설이 논의되고 있죠. 군대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군대야말로 ‘동의’를 온전히 구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군 기강’보다는 군 특유의 수직적 권력관계를 군대의 특수성으로 파악하여,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를 세밀하게 규정하고 비동의 간음죄를 신설하는 쪽으로 논의를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진짜로 처벌되어야 할 문제는 동성 간의 성관계 그 자체가 아니라, 성폭력, 성희롱이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포괄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 헌재 판결문에서 유의미한 점을 꼽자면 군대에서 강제적인 성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취지에서라면 군형법상 성폭력 조문을 꼼꼼하게 보완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동성간의 합의된 성관계를 처벌하고 있는 것이 현행 군형법입니다. 합의된 성관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법치국가에서 가능한 것인지 심각한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해서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무조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 사회에서도 근무시간에 사무실 안에서 성관계를 한다면, 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이라 하더라도 회사는 규율을 지키기 위해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겠죠. 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업무를 보거나 훈련을 수행할 시간에 동성, 이성 간의 성관계가 이루어진다면 징계를 비롯하여 특정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형태의 성관계, 즉 항문성교만 잡아서 ‘형사처벌’을 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러한 논의가 배제된 채 여전히 군형법 92조의 6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동성애 혐오에 입각한 인식 때문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합니다.”
92조의 6, 변화의 필요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
국가인권위원회외와 여러 성 소수자 네트워크에서는 군 내 성적 지향성과 자유를 보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곧 진정한 군기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군의 특수한 환경 속에서 개인의 성적 지향을 보장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군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군 기강’처럼 정리되지 않은 모호한 표현을 반복 활용하다 보면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군의 여러 악습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흐를 위험도 존재합니다. 이번 조문처럼 합의에 의한 성관계, 그것도 동성 간의 성관계 중에서도 특정한 형태의 유형으로 한정하는 것은 법의 입법 목적과 그 수단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군대 내에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에도 다양한 사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일어나는 문제를 단순화해서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군인 또는 준 군인 신분에서 성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현 제도는 재고가 필요합니다. 정말 군기를 올바르게 확립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을 던지고, 이들의 성적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합헌 결정이 나오긴 했지만, 그것이 이 법이 좋은 법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조문을 합헌과 위헌 결정으로 끌고 가기 이전에, 국회와 정치의 역할을 바탕으로 법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는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를 포함한 군형법상 추행죄의 여러 문제들을 정확하게 점검해서 국회에서 세밀한 법안을 만들고 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합헌 판결이 4번이나 반복되는 과정에서 국회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 제일 아쉬운 부분입니다. 지금이라도 전형적인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정재훈 기자 wjd88899@naver.com
■ 최서윤 기자 jensyc@daum.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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