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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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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면/쟁점기획

의료 개혁, 파국으로 치닫는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을 치료하려면

Jen25 2024. 4. 4. 13:14

기획의 변 -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등을 포함한 의료 체제 개편 계획을 공표하자, 전공의 및 현직 대학병원 의사의 파업과 의대생의 집단 휴학 등이 지속되는 등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본지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의료패키지 정책과 현재 의료계의 집단 파업을 둘러싼 입장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를 만났고,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현직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소속 본과생의 기고문을 한데 묶었다.

 

▲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 ⓒ 인터뷰이 제공

의료 개혁, 파국으로 치닫는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을 치료하려면

 

 

지난 2월 정부는 의료인력 확충과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안전망 확보와 공정 보상 4대 개혁 등을 골자로 하는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같은 달 의대

정원 2,000명을 증원할 것을 밝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반발하며 총파업에 나섰

, 대다수 의대생은 동맹 휴학과 수업 거부 등의 단체 행동에 나섰다. 여기에 정부가 면허 취소유급등을 언급하며 파업 및 수업 거부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점차 심화되었다. 최근에는 정부가 의대생에게 대화를 제안하고 학사 운영 정상화 방책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당장 갈등을 봉합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따라서 본지에서는 이번 정부의 의료패키지 정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현 사태의 배경과 해결책을 심층적으로 톺아보기 위해 서울대학교 의과대 의료관리학과의 김윤 교수를 만났다.

 

반복되었던 의사들의 집단행동 양상과 이번 파업의 주요 특징

 

정부 정책에 대해 대다수 의료계 구성원들은 의사 파업이나 동맹 휴학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반응은 2000년 의약분업에 대한 반발, 2014년 원격의료 반대, 2020년의 정원 문제로 인한 파업 등을 거쳐 오늘날까지 반복되어왔다. 이처럼 의사들의 단체 행동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으며, 특히 이번 사태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오래전부터 의사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시행하려고 할 때마다, 여러 수단을 동원해서 정책을 막으려고 시도했습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좌절시키거나 의약분업처럼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점을 따내기 위해서 파업을 선택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강도가 높아지고, 방식이 조금 더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전에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의 진료 기능은 유지하고 개원의 중심의 파업으로 대응했다면, 최근에는 파업의 흐름이 대학병원의 전공의까지 확장되는 추세죠.

특히 이번 사태에서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파업을 강행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의대 정원을 증대하려는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정부가 비급여 진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포함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사태의 쟁점 역시 의사들이 정부의 정책에 대한 거부권(veto power)을 잃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다만 의사들이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서, 개업의보다 전공의가 국민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전제로 단체 행동을 주도했다는 점은 윤리적 차원에서 문제가 됩니다.

세계의사협회는 의사의 단체 행동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윤리적 방식을 권장하고,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곳은 기능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는 이에 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 정책이 발표되자 의사들은 다른 대책을 생각할 시간도 두지 않고 즉각적인 파업을 실행한 것이죠. 또 예전과 달리 현재 대학병원에 속한 의사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진료를 거부하고 있기에, 의사 파업은 환자에게 더 큰 피해를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둘러싼 쟁점과 그 이면

 

이번 정책에서 가장 논란이 된 지점은 2,000명의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여러 논의 중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가 두드러지게 표면화된 이유는 무엇이며, 나아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과 반응은 어떠한지 물었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의대 정원은 늘리거나 늘리지 않는 등의 선택지가 명확하게 갈리고, 구체적인 수치를 둘러싼 여러 이견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러다 보니 언론에서는 의대 정원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립 구도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죠. 현재 정부는 정원 확대 정책을 더 큰 문제의 해결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위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병상 부족 문제나, 지방의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죠. 한편, 의료계는 다르게 접근합니다. 의사의 관점에서 의대 정원 증대 정책을 바라보면, 정책은 이들의 이익과 명확하게 관계되어 있습니다. 의대 정원이 증가하면 미래의 의사 수가 많아지고, 이후 의사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의대 증원 문제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체계에서 부족한 인력 문제가 의사의 수와 직결되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의료인력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를 근거로 한국의 수치가 다른 OECD 국가보다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지역 간 의료 서비스의 차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의료인력의 문제에 있어 의사 수보다 더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수요와 공급에 대한 복합적 요인을 강조합니다. 한국의 의료 공급 체계는 건강보험이라는 공공 재정과 민간의 환자 수요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의사 인력 공급은 시장 수요에 의해 좌우되어 환자 수가 수익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인구가 적은 지방에 민간 병원을 설립하기를 꺼리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는 의사 수의 부족보다는 의사 일자리의 부족이라고 보는 편이 맞는 것이죠. 요컨대,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의 의료인력 부족 문제는 오로지 의사 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결국,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정책보다 의료 개혁이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예전보다 많은 수의 의사들이 새로 배출된다면, 이들이 의사가 부족한 지역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거죠. 의사들이 이러한 점을 간과하는 이유는 의료 분야의 전문가로서 이들 자신만이 그 현실을 이해하고 있지만, 이러한 견해가 존중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 앞서 언급했듯 의사들이 정책에 대한 거부권을 잃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 또한 분명히 존재합니다.”

 

본질적인 갈등의 발화점, 정부의 필수 의료 패키지정책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필수 의료 패키지는 의료인력을 추가로 확충하고 지방 의료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이번 정책은 10년 내 필수 의료 붕괴 위기를 극복하고, 10년 후 근본적 해법으로서 제도와 구조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필수 의료 패키지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며, 정책적 방향성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필수 의료 패키지는 의사 인력 확대,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 증대, 의료 안전망 구축, 지역의료 개선 등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의사 인원의 확대는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인력을 공급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특정 분야에 대한 보상을 증대하고 의료 체계를 개편해야 합니다. 현재 보상 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분과별로 의료 수가의 차이가 크다는 점입니다.

이때의 수가는 건강보험 진료비를 의미하는데요. 현시점에서는 의사의 시간당 수입에 환자 대기 비용을 포함하지 않고, 중증도를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응급환자를 1시간에 두세 명 진료한다고 가정할 때 외래 진료 환자는 1시간에 12명을 진찰할 수 있죠. 따라서 의료인력의 시간당 수입은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가 외래 진료의 경우보다 더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이를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수가 관련 정책의 본질은 특정 분야에 의사가 몰리는 현상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의료 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인력을 확충하는 데 필수적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정책은 병원의 기능에 맞게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수요에 맞는 공급 체계를 지향합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대학병원에서 경증 환자를, 동네병원에서 중증 환자를 진료하는 등 병원의 성격에 맞지 않게 환자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분야에 의사 인력이 치중해 환자의 수요에 비해 병원의 공급이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소외된 분야의 의사는 더 분산됩니다. 이 연쇄를 막기 위해서는 수요에 맞는 공급 체계를 갖추도록 의료 체계를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의료 사고 안전망은 의료 사고로 인한 의료 분쟁에 대처하기 위해 피해구제법을 제정하려는 것입니다. 주된 목적은 의료 사고에 대응하는 방식을 개선하여 사고에 대한 의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이 정책은 병원이 의료 사고에 대한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의무화합니다. , 의사의 과실이 없거나 사망 등의 중대한 사고가 아닌 경우 경찰, 검찰이 수사 또는 기소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합니다. 응급환자, 중환자를 진료하는 분야는 의사 수도 부족할뿐더러 의료 사고 발생 위험이 큰데, 의사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제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의료 패키지의 네 번째 영역인 지역의료 개선은 수요에 맞는 의료 서비스를 공급하고자 하는 의료전달체계의 개혁을 지방 단위에서 실현하자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자신이 사는 곳에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 전달의 효율성을 확대하는 것이죠. 의료서비스는 공산품과는 달라서 멀리서 제조하고 배달 등의 방법을 활용해 공간적 거리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환자가 자신의 주거지 주변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의료계는 이러한 의료 패키지의 방향성 자체보다는 이것을 추진하기 위한 재정 지원 계획이 부실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 10조 원으로 2028년까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개선한다는 방침에 아쉬움을 표명했었죠. 의료계는 건강보험의 수가를 조정하는 보상체계의 개편도 별도의 기금을 설치해 국가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이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재정 투입을 위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저는 이번 의료 패키지가 전반적으로 틀이 잘 잡혀있고 포괄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훨씬 더 구체화되어야 할 지점이 많고, 특히 의사 인력 확대에 대한 항목은 정부가 세부 내용과 계획을 명쾌하게 제시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필수의료 분야 의사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지역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맞물려야 최대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갈등의 봉합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

 

마지막으로 의대 정원 확충 및 다른 의료 문제들과 관련하여 앞으로의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물었다. 최근 또 하나의 쟁점으로 두드러지고 있는 생명윤리를 비롯한 의대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의료계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부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그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책도 함께 물었다.

의사 파업이 진행되고 국민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갈등이 심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의사의 반대를 뚫고 의대 정원 확대를 결정한 것은 이전보다 강경한 태도로 정부가 정책을 수립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지만, 지금은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해야 할 때로 보입니다.

정부에 정책적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갈등의 타협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322일 야당 등에서는 국민, 의료계, 정당, 정부로 이루어진 의료 개혁 4자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사회적 대화를 위해 정당과 시민도 참여하는 논의 기구를 구성하자는 것이죠. 또한, 지역의료나 필수 의료, 공공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한 의료 개혁 로드맵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4자협의체 아래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해 2026년 이후의 의대 증원 수를 조정하기를 요청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는데, 정부가 계획을 약속한다면 의사들도 파업이나 사직서 제출을 철회하고 환자를 진료하도록 제안한 것입니다. 이처럼 정부는 강압적인 법적 처분 대신 포용적인 조치를 통해 양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사들 역시 환자 곁으로 돌아와 대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의사들은 국민들로부터 비판받을 만한 언행을 해왔고,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 관계를 깨뜨렸습니다. 흔히 의사는 전문가 집단에 속한다고 봅니다. 전문가에게는 책무와 권한이 모두 따라오죠. 의사의 경우 환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윤리의식과 직업윤리를 가져야 한다는 책무가 있습니다. 이들이 얻는 권한은 대개 높은 수입과 사회적 존경 등인데, 지금 상황에서 의사들은 책무보다 권한과 권리를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 피해는 환자와 사회에 고스란히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이쯤에서 갈등의 봉합과 타협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수연 기자 shdltbqks@naver.com

정재훈 기자 wjd888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