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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민주주의의 사각지대에서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질 것인가? 본문
민주주의의 사각지대에서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질 것인가?
변재원, 『장애시민 불복종』, 창비, 2023.
Q : 『장애시민 불복종』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서의 활동에 대한 기록이자 본인의 인생에 대한 일종의 ‘커밍아웃’이라고 밝히셨습니다. 이처럼 책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독자들에게 가장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 이 책은 저 자신에게 던지는 경고입니다. 활동판을 떠나 다시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면서, 연구에 몰두하다 보면 점점 운동이나 대상들을 타자화하게 될 것 같다는 불안함이 생겼습니다. 저는 늘 차별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진보적인 담론을 고민하기는 했지만, 전장연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진보적인 삶을 체화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살면서 방향을 잃을 때마다 이 책을 읽고 그 당시 동료들과 나누었던 마음을 다시 느끼면서 경각심을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이 책을 쓰면서 데모가 필요한 이유를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데모는 그저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것으로 인식되곤 하는데요. 근본적으로 장애인들이 왜 거리로 나와야만 했는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쉽고 충실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저에게는 경고, 타인에게는 설득의 목적으로 이 책을 쓴 것이죠.
따라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은 ‘양쪽 의견을 다 닫고 판단해주세요’였습니다. 랑시에르가 얘기한 것처럼, 소수자들이 권리를 외치는 것은 소음이 되지만 그 반대편에서 제도권의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은 논리가 됩니다. 보수 정치인들이 전장연 시위를 비난하는 것은 매우 타당한 논리로 받아들여지고 언론에 보도가 많이 되는 반면, ‘살기 위해 버스에 타고 싶다’라고 외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는 마치 철창에 갇힌 동물들이 ‘감히’ 날뛰며 내는 소음과도 같이 인식됩니다. 이처럼 양쪽의 입장이 대등하게 다뤄지지 않은 채 담론 자체가 불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보니, 판단을 내리기 전에 양쪽 입장을 충분히 듣고 나서 스스로 온전한 결론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Q : 선생님께서 전장연 정책국장으로 활동하셨던 2020년과 2021년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와 혼란이 극심했던 시기였습니다. 이처럼 팬데믹 시기에 목격하셨던 중증장애인들에 대한 정책적·인식적 차별의 실태는 어떠했는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 책에서도 언급했듯, 방역을 위해 노인요양시설이나 장애인 시설과 같은 곳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코호트 격리’를 실시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한 명이 확진되면 문을 걸어 잠그고 그 안에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었죠. 당초 지침대로라면 코호트 격리된 시설 내부에서 확진자와 접촉자, 비접촉자 등을 분류하며 적극적인 관리가 이루어졌어야 했는데, 현실은 의료 접근성을 제약당하고 외부와의 소통도 단절된 채 감금·수용되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 감금되었던 이들 중 98%가 코로나19에 확진되었고, 한국에서 발생한 최초 사망자 10명 중 명이 바로 이곳에서 나왔습니다. 방역 정책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이미 중증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들은 ‘나머지 국민’ 취급을 받았던 것이죠.
팬데믹이 불러온 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에 있어 장애인들은 두 가지를 극한의 수준으로 경험해야만 했습니다. 장애인들 중에는 몸과 뼈가 휘어져 있어 폐가 일반적인 크기보다 작거나, 운동량이 적은 탓에 여러 성인병을 안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기저질환은 코로나19 확진으로 훨씬 더 심각한 고통과 생명의 위협으로 이어졌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의료적 지원은 미흡했죠. 코로나19 증상으로 내원한 장애인들에게 제대로 된 진료와 처치를 하지 않고 그저 3차 병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경우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죠.
한편, 정부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장애인복지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는데, 이는 결코 단순한 폐쇄조치로만 끝나서는 안 될 사안이었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낮 시간대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학교 수업도 비대면으로 진행하다 보니 중증장애인, 특히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활고로 인해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후 자살했다는 사례가 당시에 많이 보도되었죠. 저는 이것이 팬데믹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다른 대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낮시간대를 ‘알아서 지내라’고 하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낮 시간대가 생존에 직결된 문제가 됩니다. 결국 팬데믹 시기에 드러난 것은 죽음으로 이어지는 정책적인 방치와 차별의 반복이었습니다.
Q : 데모와 관련하여 ‘평화는 갈등 끝에 찾아오는 선물이 아니라 오히려 투쟁의 과정’이며, ‘불화는 회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언급하셨는데요.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그리고 ‘적막한 평화’의 허상에 빠진 이들에게 데모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 대표 기구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때 직접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상 보장된 권리로는 투표, 그리고 집회와 시위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민주주의를 단지 투표 행위와 동일시하거나 그 힘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현대 국가에서 관료와 정치는 ‘탁월성의 원칙’에 의해 운영됩니다. 사람이 10명 있다면 그중에서 제일 똑똑하고 우수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처럼 투표로 선발된 사람들에게 장애인 이동권과 같은 소수자 의제는 주된 관심사가 아닙니다. 또한, 불만이 있으면 시위를 할 게 아니라 투표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하는데, 소수자에 관한 의제는 다수결의 투표로 논의되거나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권과 정당이 바뀌면 세금정책이나 대외정책은 바뀌어도, 소수자 의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죠.
그렇다면 결국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은 데모를 통해 소수자 의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고, 여기에 정치권이 응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당사자들은 자신이 참여하는 운동으로 언젠가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믿음을 통해 일종의 힘(empowerment)이 생기는데, 저는 이러한 믿음이 바로 민주주의가 지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인권을 위한 ‘투쟁’은 남을 쓰러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수결의 원칙에서 이야기되지 않는 영역에서 타인을 살리기 위한 행위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를 출근길 지하철 탑승시위에 적용해서 말씀드리면, 데모는 말 그대로 장애인들이 출근길 지하철에 ‘나타난다(demonstration)’라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이 자체가 과연 논란이 되어야 할 문제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동권 시위를 보며 자신도 출근길 지하철을 타볼 수 있다는 용기를 얻고 휠체어를 끌고 나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시위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휠체어가 지하철을 타는 순간 시스템이 마비됩니다. 애초에 출퇴근길에는 유모차나 장애인, 노인은 타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이죠. 휠체어 5대만 타도 지하철 자체가 운행이 지연되고 마비되는 상황이 과연 정상인 걸까요. 그런데 지하철을 타지 않으면 장애인들은 학교에 갈 수도, 일반적인 회사에 출근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시위 내용과 관련해서 정책학에서는 예산과 변화의 속도를 둘러싸고 점진주의와 급진주의 사이에서 늘 갈등이 존재합니다. 점진주의의 예로는 한국의 저상버스 도입이 있는데요, 2004년부터 2020년까지 도입률이 전국적으로 25% 증가했습니다. 이 속도대로라면 시내 저상버스의 완전한 도입은 2080년, 농어촌 버스와 시외버스는 2150~2200년쯤에야 가능해지죠. 결국 점진주의가 추구하는 ‘안정성’은 때로는 사람과 현실을 가리기도 합니다. 천천히 가는 것이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닌 영역도 많습니다. 따라서 소수자 의제 중 급진적으로 추진해야 할 부분을 의제화하기 위해 데모가 계속되는 것입니다.
Q : 전장연에서의 활동과 대학원에서의 생활을 경험하면서 선생님에게 ‘운동’과 ‘활동가’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선생님처럼 대학원 생활의 ‘안락함’과 활동에 대한 ‘무감각함’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원우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저에게 ‘운동’이란 ‘내가 나임을 확인하는 계기’인 것 같습니다. 모든 생물학적 장애인이 정체성으로서의 장애인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집회나 시위에 가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모여 같은 구호를 외치면서 스스로 장애에 대해 깨닫고 그 장애를 통해 낼 수 있는 목소리를 찾는, 일종의 주체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활동가’란 ‘연결하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팬데믹 시기에 활동가들이 서울시에서 제공한 마스크와 식료품을 장애인 약 40만 명에게 나눠주며 사람과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활동가들은 또한 사람과 사람, 또 담론과 사람을 연결하기도 합니다. 소수자 인권운동에 관심은 있지만 막상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같은 의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죠. 이때 활동가들은 시위나 집회, 토론회나 학술대회 등 여러 사람이 모여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만듭니다. 또 장애인권 개선을 위한 담론과 담론이 경합하는 장소를 만들고 그 안에서 하나의 담론으로 융합되게 하는 것이 활동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활동가란, 매우 분절적이고 파편화된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연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담론과 사람을 연결하고 싶다면, 누구나 활동가가 될 수 있죠.
대학원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누구와도 결속을 느끼기 힘든 대학원 사회는 매우 외롭고 힘든 곳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론에 둘러싸여 실제 소수자들의 투쟁에 무감각해지기 쉬운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투쟁과 연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분야를 불문하고 연구자 모두가 담론을 생산하는 주체로서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자신의 연구를 더 쉽게 풀어내고자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지식이 축적되고 담론이 발전하는 것과 더불어, 학계라는 ‘그들만의 리그’에 갇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 인터뷰·정리 : 최서윤 기자 jensyc@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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