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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감사와 안녕을 담아, 안녕, 안녕. 본문
7면 사설
감사와 안녕을 담아, 안녕, 안녕.
결국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리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기적인 수입으로 환산되는 첫 글의 형식이 기사(記事)일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자기주장이 지나쳐 객관성이나 중립성을 곧잘 놓친다는 점이, 연구자인주제에 여태껏 고치지 못한 내 글의 결함이니 말이다. 따라서 기자로서의 생활은 내 생각과 다른 생각에도 수많은 이유와 근거가 있다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사람들은 바보라서 나와 다르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세상은 항상 옳다고 단정할 만한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곳이었다. 바보는 그 사실을 겪어보고 나서야 알게 된 나였다.
그러나 동시에 기자로서의 생활은, 그렇게 복잡한 세상 속에서도 나름의 판단을 내리고 글을 써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은폐되어서는 안 되는 진실을 드러내야 할 때, 흘러가서는 안 되는 목소리들을 붙잡아야 할 때, 잊어서는안 되는 기억을 되새겨야 할 때, 그리고 이 모든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희망이라는 것을 발견해야 할 때 누군가는 써야만 한다. 기자로서 어설프게나마 이 모든 순간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유의미한 경험이었다. 아무리 글 쓰는 게 직업인사람일지언정, 자기가 쓴 글의 무게를 감각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러나 서울대라는 휘황찬란한 간판 아래 쓸쓸히 죽어 간 청소노동자의 진실을 쓸 때(2021년 9월호1면), 금세 흩어질 것만 같으면서도 계속해서 메아리치는 미얀마 시민들의 목소리를쓸 때(2021년 6월호 3면), 1월의 가장 추운 날에도 어김없이 진행돼야만 했던 수요시위가 아로새겨온 할머니들의 기억을 쓸 때(2022년 3월호 3면), 그리고 이 모든 아픔에도 불구하고 역병 속에서 마스크를 뚫고 나오는 진천 마을학교 아이들의 미소를 쓸 때(2020년 10월호 1면), 나는 자판을 누르는 내 손가락에 얹힌 손톱의 무게까지도 감각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섯 사람 분의 무게가 더해져 만들어진 신문이 어떻게 무겁지않을 수 있을까. 매월 1일 배포를 할 때마다 손을 짓눌러 오는 노끈의 감각은, 그 자체로 책임의 무게였고 동시에 보람의 무게였다.
바보인 나에게도 이 무게를 알게 해 준 사람들이 있다. 폭넓은 세상의 무게를 실감케 해준 인터뷰이들, 소중한 깨달음의 무게를 우리 신문에 웃돈처럼 얹어준 고정·섭외필자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백짓장도 맞들면 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동료기자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그 무게를 함께 나누어주었을 독자들까지. 아무리 감사를 해도 모자랄 때 꺼낼 수 있는 말은 끝내 진심뿐이다.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도 감히 기자라고 할 수 있다면,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나아가 모든 글쓰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무언가를 기록하고 글로 쓴다는 것은, 타자(他者)가 사는 세상의 무게를 주체가 온전히 짊어져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식이다. 그러니 아직 남들보다 빛나지 않을지언정, 글 쓰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멋진 일이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세상이 복잡하고, 아무 것도 쓸 수 없는 순간이 오더라도, 계속해서 글로써 남의 안녕을 묻고 그로써 스스로안녕하기를 바란다. 이제 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이 소중한 지면을 떠나지만,어디에선가 여전히 글을 쓰며 당신에게 인사하겠다.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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