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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세월호 10주기, 기억과 애도의 물결을 헤치고 본문

1면/기획 인터뷰

세월호 10주기, 기억과 애도의 물결을 헤치고

Jen25 2024. 5. 3. 15:42

세월호 10주기, 기억과 애도의 물결을 헤치고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지난 4월 동안 전국 각지에서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 4.16 세월호 참사 10주년 위원회는 진도 팽목항을 비롯한 재난 참사의 현장을 방문하며 희생자를 애도하고, 참사 이후 10년이 지난 오늘날, 과연 우리의 삶이 안녕한지를 물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김순길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는 것뿐 아니라 그 일이 왜 일어났고, 국가는 그때 무엇을 했는지 왜 많은 생명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알아야 반복되는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유족들과 추모객들의 목소리는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참사의 시간을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함께 걷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임을 깨닫게 해 준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 413일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서 열린 추모행사의 현장을 담고, 그 행사를 기획한 역사문제연구소 세월호 10주기 추모연구팀 문민기 팀장도 함께 만나보았다.

 

함께 걷는 기억과 약속의 길

지난 413, 역사문제연구소에서는 세월호 10주기 추모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행사는 4.16기억교실, 단원고등학교(이하 단원고), 4.16전시관, 4.16생명안전공원 부지(화랑유원지)로 이어지는 탐방길을 따라 걸으며,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행사의 시작점인 기억 교실은 단원고의 교실을 옮겨와 보존해놓은 공간이었다. 기념 영상을 시청한 뒤, 단원고에 존치했을 당시 나사 하나까지 그대로 재현해놓은 교무실과 교실을 방문했다. 4.16 기억 교실에서 단원고로 가는 길에 위치한 올림픽 기념 국민생활관은 단원고 학생들이 자주 시간을 보내던 곳이었으며, 참사 직후에 초기 임시분향소로 운영되기도 했다. 단원고 내부에는 참사 희생자의 이름을 모두 새겨놓은 기념비가 자리했고, 그 기념비는 고래와 노란 리본의 모습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는 조형물과 함께 위치하고 있었다. 학교 운동장 한편의 계단과 진입로 바닥에서 세월호 추모의 의미가 담긴 노란 리본이 그려졌던 흔적을 발견했다.

단원고 부근의 길에는 소중한 생명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학생들이 등·하교하던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기억전시관에 닿았다. 한적한 길가에 마련된 기억전시관은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주 가던 PC방과 같은 상가 건물에 위치해 있다. 기억전시관이 제시하는 마을 공동체의 애도의 기록은 안산시 단원고 부근의 동네들은 동 단위로 한데 모여 공동체를 형성해 여러 활동을 통해 아픔을 기억하고 공유해왔음을 보여준다. 반월동, 고잔동, 와동, 사동에서 마을 밥상 활동, 청소년 단체 활동 등을 통해 세월호를 애도한 기록이 영수증, 영상물, 목공품, 사진, 연혁표의 형태로 보존되었다. 기억전시관에서 15~20분 이내 거리의 4.16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는 세월호 관련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반대편에서 세월호에 대한 애도를 정치적 이익과 분쟁으로 치부하는 방송이 커다란 소리로 송출되었다. 경찰이 이를 단속하자 방송을 송출하던 차량은 행사장 쪽으로 천천히 향하더니 이윽고 사라졌다. 기억 교실 행사 진행자와 자원봉사자는 기억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짚으며 아픔에 대한 공감을 말하기도 했다. 아파하는 사람들이 미안함에 매몰되기보다 오로지 아파하기만 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은 기억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의 의미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통해 언제까지 슬퍼해야 하는가라는 조롱 섞인 질문에 반박할 수 있다. 언제까지나 아픔을 감내하고라도 기억하는 일은 애도의 한 방식이 될 것이다. 아픔을 감내하는 애도는 이렇듯 함께 걷고 경험을 나누며 기억 행위를 공동 체험하는 의식을 통해 공고해진다. 이 행사를 기획한 역사문제연구소 세월호 10주기 추모연구팀 문민기 팀장에게 본 추모 행사의 기획 배경과 의의를 물었다.

이 행사를 통해 부모 세대와 형제자매, 피해 당사자의 또래 친구들이 이 일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지, 새로운 기억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모두가 이 사업이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만큼,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의 기억에 대한 의미를 10주기 1년간 되짚어보며 나아가자는 목적으로 본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 단원고 4.16기억교실 3층에는 학생들이 사용했던 교실을 복원한 추모공간이 마련되었다.

 

목소리를 기억하는 일

본 행사 외에도 역사문제연구소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다각적으로 기록하고, 기억하는 작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듯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듣고 기억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물었다.

사실 그동안의 한국사회에서는 사회적 참사에 대해 당사자와 제3자의 경계를 나누면서, ‘3자는 빠져라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저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억하는 일이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야말로 당사자성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참사 장소에 있었는지, 또는 유가족이었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심리적·신체적 충격을 경험했고, 생중계를 통해 배가 가라앉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 상황과 우리가 연루되어 있다고 느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가 당사자이자 기억을 공유했던 공동주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체험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같이 배워나가는 일에 집중한다면 참사가 결코 유가족들만의 일로 한정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희 역사문제연구소에서는 특히 그러한 당사자성을 해체하는 차원에서, 유가족의 기억, 경험, 생각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역사 자료로서 보관·보존하는 구술증언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유가족, 잠수사, 주민 등 참사를 둘러싼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진상 규명과 더불어, 훗날 역사적 가치를 가지는 공적 자료로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다큐멘터리와 영화, 문학의 영역에서도 꾸준히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참고 자료로 활용해왔고, 다양한 영역에서도 기억·기억 작업이 추진되면서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 유가족들에 대한 깊은 공감을 형성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진심어린 애도와 공감의 자리에 가닿기 위해서라도, 유가족의 목소리를 꾸준히 듣고 기억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 단원고 한편에는 4.16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기념물이 자리 잡고 있다.

 

억압된 사회, 애도의 향방

10주기 행사 현장의 한 참가자는 남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기억하고 애도해 준다면 희생자들의 생명이 오래도록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방송(KBS) <다큐 인사이트>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자 했으나, 방송사 측은 총선 영향을 이유로 들며 편성을 취소했다. 이렇듯, 사회적 참사를 외면하는 언론, 정부의 모습에서 여전히 세월호 참사가 정쟁화되고 있다. 현 상황 속에서 어떻게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남겨진 이들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을지 물었다.

다큐멘터리 방영이 결정되는 것도 물론 중요할 테지만, 방영 여부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작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하던 일에 열심히, 충실히 매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억하고 잊지 않으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자기 자리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애도의 의미는 충분합니다. 나아가 주변 사람과 함께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앞서 말한 구술과 추모 사업은 연구소에서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였고, 변호사의 경우 법률 자문을 지원하는 일을, 의사의 경우 의료·심리 치료를, 잠수사는 직접 물에 뛰어드는 일을 맡았습니다. 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맡았던 일이 10년간 쌓여 지금에 이르렀죠. 앞으로도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할 것입니다.”

 

김수연 기자 shdltbqks@naver.com

조수아 기자 lovelove9928@naver.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