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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미비한 기업윤리가 초래한 ‘티메프 사태’라는 나비효과 본문

1면/기획 인터뷰

미비한 기업윤리가 초래한 ‘티메프 사태’라는 나비효과

Jen25 2024. 9. 10. 13:48

 

 

미비한 기업윤리가 초래한 티메프 사태라는 나비효과

 

지난 722, 대규모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하나인 티몬에서 정산 대금의 무기한 지연을 선언했으며, 곧 이어 동 계열사인 위메프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티몬과 위메프는 중간업체(판매자)에게 정산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고, 부족한 현금 충당을 위하여 상품권을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에 남발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이는 곧 티메프 사태로 불리며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정부 추산 피해 금액은 13000억 원에 이른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두 회사의 모기업인 주식회사 큐텐(Qoo10)이 자본 잠식 상태로 추정되는 여러 이커머스 기업을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이번 일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닌 이미 예고된 사건이라는 입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원인과 쟁점을 파악하고, 나아가 이커머스 생태계에서 유사한 문제가 되풀이 되는 이유와 대책 등을 파악하기 위하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를 만났다.

 

ⓒ 숙명여자대학교 홈페이지

 

 

이커머스 산업의 특징과 티메프 사태의 복합적 원인

 

이커머스는 전자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 전반을 의미하며 그 편리함 덕분에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널리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이커머스를 활용하는 모습은 익숙해졌지만 정작 본 사업모델이 가지는 취약성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먼저 티메프 사태를 초래한 이커머스의 기본적인 특징은 무엇이며,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커머스는 15~20년이라는 다소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994년 설립된 아마존(Amazon)을 기준으로 볼 때 그 역사가 35년 정도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례인 쿠팡 역시 2005년 초반에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15년 이커머스 업체로 전환했죠. 이처럼 이커머스 산업의 역사가 백화점, 대형 마트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업보다 짧다 보니, 대체로 규제가 적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커머스 사업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양면적인 특징을 지니기도 합니다.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 소비자 환불 문제와 판매자의 판매 대금 미정산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 것과 같이 B2B(Business to Business), B2C(Business to Consumer) 두 성격이 모두 있는 것이죠. 또한 현행 이커머스 산업은 크게 세 가지 형태의 사업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첫째, 직매입을 통해 물류창고 관리를 하면서 소비자에게 되파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업입니다. 둘째는 풀필먼트 서비스(Fullfillment service)’, 상품 준비에서 배송까지 물류 전체 과정을 다루는 영역입니다. 세 번째는 오픈마켓인데, 이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 시키고 그 거래 수수료를 수익화하는 사업모델을 동반합니다. 특히 세 번째 형태로 볼 때, 단순히 회사의 몸집을 키우기만 하면 결과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성장 신화에 빠지기 쉬워집니다. ‘티메프 사태가 초래된 결정적인 원인도 이커머스 산업 생태계 자체의 취약성보다는 거래 규모를 최우선시하는 사고방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거래 규모가 중시되기 때문에 사업을 평가할 때 올해 몇 퍼센트 성장했는지, 내년엔 어느 정도일 것인지 등 양적인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영업이익에 비추어 기업의 현 상태와 미래를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을 늘리는 데만 급급했던 것이죠. , 막연하게 성장을 낙관하는 방식이 해당 업계에서는 소위 미래 비스니스라고 각광 받아왔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티메프 사태는 구영배 ()대표 개인의 일탈로도 볼 수 있겠지만, 업계에 만연한 분위기와 관련지어서 그가 무리하게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9년 구 ()대표는 본인이 창업한 지마켓(Gmarket)을 미국 회사인 이베이(Ebay)에 매각한 뒤, 국내에서 10년간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의 제약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싱가포르에서 큐텐을 설립하여 주로 외국에서 활동해 왔죠. 그리고 해당 조항의 효력이 종료된 이후인 2022, ()대표는 인터파크와 위메프를 비롯한 사업체를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시작된 것은 올해 초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Wish)를 무리하게 인수하면서부터였습니다. 큐텐의 대차 그래프를 확인해 보면 2021~2023년간 영업 순손실이 계속되어 큐텐 역시 자본 잠식에 근접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티몬이나 위메프를 인수할 때는 유형 자본이 거의 없는 이커머스 산업 생태계의 특성과 함께 해당 업계에서 창업 1세대로서 이미 크게 성공한 적이 있는 구 ()대표 본인의 명성과 평판을 활용하여 현금이 아닌 주식 교환 등의 방식을 통해 인수를 진행할 수 있었죠. 그러나 위시의 인수 과정에서는 앞선 인수와 달리 진짜돈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대금을 끌어다 사용함으로써 결국 이번 미정산 사태가 촉발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는 상대적으로 신산업 분야이고, 구영배는 해당 분야에서 성공 신화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이커머스 사업은 코로나 기간 동안 비대면 상거래가 급증하면서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습니다. , 매출만을 추구하더라도 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고, 사업을 계속해서 확장할 수 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Pandemic)에서 엔데믹(Endemic)으로 전환되며 이커머스 산업 성장이 멈칫하는 경향을 보였고,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테무(Temu) 등 중국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이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데에는 이러한 복합적인 배경이 있는 것이죠.”

 

머지포인트 사건(2021)’의 재연?: ‘완전한예방의 어려움과 기업윤리 재고의 필요성

 

한국 사회는 이미 2021년 머지 포인트 사건을 통해서 이커머스 산업의 취약성에 대해 체감한 바가 있다. 불과 3년 전에 유사한 사례가 있었음에도 이번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 특정 기업의 이익 추구 결과 발생하는 피해가 사회로 전가되는 현상이 왜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구했다.

말씀하신 머지 포인트 사건은 폰지 사기(Ponzi scheme)로 결론이 났습니다. 폰지 사기는 전형적인 돌려막기 수법인데, 이번 사태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죠. 부실한 회사가 부실한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수천억 원의 현금이 필요했는데, 고객에게 돌아가야 할 정산금을 멋대로 인수 자금으로 쓰고서는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A 회사의 정산금을 먼저 만기가 돌아오는 B회사에 주는 식으로 대응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고 이는 마치 젠가처럼 블럭 하나가 잘못 빠지면 곧 무너지는 구조와 유사합니다. 또 한편에서 현금 확보를 위해서 염가로 상품권을 판매했는데 정작 구매자가 상품권을 쓰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 역시 사기에 해당하죠.

그런데 이런 일이 왜 반복되는지 묻는 것은 다른 영역입니다. 이번사태에 머지 포인트 사건과 같은 부도덕한 사기행각이 되풀이된 것과는 별개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양상이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도 볼 수 있죠.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의 탐욕이 지나쳐서 때때로 사회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완전히예방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와 같은 상황이 자주 발생하지 않으려면,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윤리의식이 높아져야 합니다. 저는 이번 티메프 사태를 통해 이커머스 업계의 옥석이 가려지는 정화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기회로 한국의 이커머스 기업들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생긴 불신을 해소하고 기업 윤리를 바로 세워야 할 것입니다.”

 

법적 규제보다는 가이드라인 제시를 통한 자정(自淨)을 기대해야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티메프에 자율구조조정 절차를 요구하는 한편 5600억 원 상당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판매자를 중심으로피해자들을 구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의 제정 등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티메프 사태를 해결하고 향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어떠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한지 물었다.

정부 시책으로 고려되는 자율구조조정 절차란 3개월가량 업체가 피해자들과 직접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인데, 이는 일종의 유예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 티몬과 위메프에 스스로 해결하도록 시도해 보라는 것이죠. 그런데 현재 책임자를 비롯하여 대다수 구성원들이 사실상 떠나간 상황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지는 확언할 수 없습니다. 또 자율구조조정이라는 제도 자체가 한국에 도입된 지 약 4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절차를 밟아나갈 수 있을지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한편, 소비자 환불 뿐만 아니라 판매자 정산의 문제가 보다 시급한 문제입니다. 소비자들의 경우 전체 피해액을 합치면 큰 금액이 되기는 하지만 개개인이 일정 시간 감당할 수 있는 데에 반해, 판매자들은 대금 정산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폐업 등 생계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저는 저금리보다는 무이자로 3년간 대출을 해주는 등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정책의 방향성에 기본적으로는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법령을 통한 시정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법은 항상 과거 지향성을 가지고 있어서 법안 상정 당시의 상황과 실제 적용 시기의 괴리가 발생하기 마련이죠. 예컨대, 과거의 대형 마트 규제에서도 최초의 목적은 영세상권을 살리고자 한 것이었지만 결국 대형 마트와 그 인근 상권이 같이 몰락한 것 사례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 강력한 법령을 통한 규제는 득보다 실이 큰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법을 통한 해결을 의도할 때에도 제재 중심의 조치보다는 업계 내부의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정산 주기를 최대 두 달을 넘기지 않도록 정하는 것, 사업 과정에서 소비자가 지불한 구입비용을 사업체가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조치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통해 기업을 규제하기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합니다. 모쪼록 이번 사태의 귀결이 새로운 규제를 통한 강제적 조치의 도입보다는 기업들 스스로 자정의 계기로 삼는 방향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수진 기자 susuleemasuri@gmail.com

천관우 기자 kw10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