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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 본문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
정재훈 기자
집 앞에 작은 탁구장을 다니고 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할 수 있다는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 하지만 회원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인 탁구장에서 눈에 띄게 젊은 데다가 초보 탁구인인 내가 건네받는 말들은 한정되기 마련이었다. 탁구 칠 때의 올바른 자세로 시작하지만 대강 삶을 헤쳐나가는데 필요한 용기로 끝나는, 그마저도 저마다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시는 탓에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는 그렇고 그런 시시한 이야기들. 그중에서 대학원 석사 생활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한 어르신이 한 분 계시는데, 탁구장에서 마주할 때면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상당히 자세하고 구체적인 여러 조언을 말 그대로 “건네주신다”.
20대라면 보통 그래야 한다는 여럿의 생애를 공통점으로 묶어두고 하는 두루뭉술한 잔소리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생활 양식을 대강 파악한 사람이 나를 지목해 꼭 붙잡아두고 하는 일방적이고 구체적인 자기 경험의 나열은 듣기 곤란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을 동생에게 전하자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평소에는 다양성, 다양성 외치면서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는 왜 이리 듣기 어려워해?” 소수의 의견마저 들어야 한다고 강조해 떠들던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가 강력하게 듣기 싫다는 소리를 내뱉자 동생도 의문이 들었던 것이겠다.
요즘은 대화하기 싫은 이유를 더 많이 찾으려는 것 같다. 누구는 특정 정당이고, 어떤 사람은 이러한 정치적 행보를 보였으며, 당신은 어떠한 종교를 강력하게 믿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특정 성별로 태어나서 말이야. 그것들이 구조적 차원에서의 누군가를 해치고 있다는 문제를 지닌다는 이유로 그러한 구조에 속해 흘러가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나의 마음속에 세우고 돌을 던지며 결국은 그들을 완전히 밀어내는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정답을 내릴 수는 없겠다. 하지만 하나 중요한 것은 탁구장의 잔소리는 나름의 친밀함을 표출하는 방식이거나 탁구 실력을 정말로 걱정해주고 있는 마음이었거나 때로는 이루지 못한 삶에 대한 미련, 또는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비슷한 사람에 대한 일종의 동질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흐르자, 무엇이 중요하겠나! 하는 결론에 이른다. 보통은 모든 발화에 의도를 담아 살아가지는 않으니까. 뒤늦게 발화의 그럴듯한 의미를 만들어 가는 것은 내 삶의 활력이 아니었나. 시시하고 재미없고 지루하고 듣기 싫은 이야기들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의미 짓고 키득거리면서 분석하는 것이 일상이지 않았나.
이제는 말이 잘 통하는 누군가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가보다 과연 누구까지 대화할 수 있는지가 더욱 궁금해지고 더 중요해진 것 같다. 여전히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늘 대화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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