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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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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기자 칼럼

2024 파리 올림픽의 ‘불편함’에 대하여

Jen25 2024. 9. 11. 15:30

 

2024 파리 올림픽의 불편함에 대하여

 

천관우 기자

 

이번 파리 올림픽(2024)은 여러모로 선도적이다. 개막식에서부터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인종, 젠더를 초월한 전 인류의 축제임을 강조했다. 이에 더하여 탄소중립을 내세워서 숙소나 버스 등에 에어컨 사용을 불허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이번 올림픽에서는 유독 여러가지 실험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짐에 따라 여러 가지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이 내세우는 가치는 사실 작위적인 데가 있다는 점은 말해두고자 한다. 단적으로, 파리 올림픽 개막 당시, 흑인이나 ‘LGBT’를 상징하는 인물들은 있었지만 아시아인은 없었다. 이는, 이번 축제가 표면상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고, 화합을 의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도 이미 프랑스의 시각에서 필요에 따라 선택된가치임을 드러내는 지점이다. , 다양한 지향의 소수자들은 물론이고, 이미 오래전부터 이민자로 프랑스에 들어와 살아온 흑인이나 무슬림은 프랑스 사회가 포용해야 할 군상이지만, 실상 아시아인은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는 탓일 것이다. 설마하니, 21세기도 거의 1/4가 경과하는 이 시점에 동양을 내려보는 서양의 오만함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 올림픽의 핵심가치인 탄소 중립의 문제도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탄소 중립의 가치와 기준은 모두 서양의 소위 선진국에서 만든 것이다. 여전히 산업화가 이루지 못한 꿈인 나라들도 많다. 그리고 그 원인은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배와 무관한 나라는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한 터에 선진국의 경험을 거울삼아 공장 하나라도 힘들여 지으려고 하면, 이전과 많이 달라진 계산서를 들이밀곤 한다. ‘지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한’ (‘선진국) 규제를 따르지 않으면 비난과 제재의 대상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탄소 중립은 피식민의 경험을 가진 여러 나라들에게는 퍽 위선적이라고 느껴질 대목이 많다.

혹자는 파리 올림픽이 취지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많아서 안타깝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파리 올림픽을 통해서 읽어내야 하는 것은 대회를 통해 드러난 가치자체에 대한 동조나 거부 이전에, 그것이 제시되는 방식이다. 파리 올림픽의 핵심가치는 보편적이지 않고, 다분히 선택된 것이며, 또한 참여자들에게는 선택의 여지도 없이 강요되었다. 2024년 여름 파리에 압축된 불편함은 오늘날의 세계가 겪는 위선의 구도를 함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