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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여전히 전송되는 마음이 있다는 것만을 본문
여전히 전송되는 마음이 있다는 것만을
최서윤 기자
오래된 기억 하나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2014년 4월 17일 목요일 5교시. 한국지리 선생님이 파리한 얼굴로 교실 문을 열었던 그 날에 대해서부터.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수업을 이어가던 선생님은 결국 수업 종료 10분가량을 남겨두고 우리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선생님 울지 마세요. 친구들의 웅성거림을 뚫고 발화되는 선생님의 목소리. 떨림을 감추지 못하던 그 목소리로 나는 10년 전의 참사를 기억한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와, 나와 같은 또래의 학생들을 태운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벽까지 꺼지지 않던 텔레비전 화면에는 힘없이 옆으로 쓰러져 있는 배의 모습이 나왔다. 회색빛 바닷물에 잠식된 세월호와 그 위를 날아다니는 정체 모를 헬리콥터. 수면 아래로 잠긴 배의 형상은 너무도 죽음과 닮아 있어서, 자칫하다가는 배 안에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명백한 사실조차 지워질 것만 같았다. 빨리 저 배를 건져 올리지 않으면 네가, 너의 친구들과 선생님이 바깥으로 보내는 신호마저 우리에게 전해지지 못하고, 바다 깊숙이 파묻혀… 방에 들어가 누웠지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마음 한켠에서 아까 본 뉴스의 장면이 계속 깜빡거렸다. 아니야, 어서 내일이 오길, 해가 뜨고 좋은 바람이 불면 너를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잠에 들었다. 막연하고 무책임하게.
눈을 떴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 사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나오면서 생존 가능성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꼭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던 막연한 나의 믿음이 부끄럽기만 했다. 수학을 잘하는 친구를 찾아가 물었다. 육중한 고철 덩어리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설령 무너졌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둘 확률은 또 어느 정도인지. 지구가 혜성과 충돌할 확률. 그 한 마디가 무겁게 나를 짓눌렀다. 현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듯하지만, 언젠가, 또 어디에선가는 일어나서 기록되는 일. 어쩌다가 누군가를 덮쳐 그 주위에 있던 또 다른 누군가에게 뼈아픈 우연의 장난을 선사하는 일. 너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거야. 그 확률이 높게 적용될 때가 있는 거야. 그 말을 하는 친구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느껴버리고 말았다. 검은 칠판을 뒤로 하고 선 한국지리 선생님은 이 나라에서 조금 더 산 어른으로서 미안하다고 했다. 세월호에 남겨진 단원고 학생들에게, 그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봤던 우리에게, 미안하다며 목놓아 울었다.
그로부터 열 번째의 봄을 맞았지만, 나는 변함없이 그 날 오후 그대로다. 아직도 슬프고, 여전히 죄스럽다. 그리고 그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내가, 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인 것만 같다. 유독 이번 지면이 짧게 느껴진다. 언제까지고, 304명의 희생자를 진심으로 애도하며, 변변찮은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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