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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박정희 정권기 인구분산정책의 추진과 성격 본문
박정희 정권기 인구분산정책의 추진과 성격
임광순 역사학과 한국근현대사전공
목차
서론
제1절 문제 제기
제2절 연구 대상과 범위
제3절 연구사 검토와 연구과제
제4절 논문 구성과 자료
제1장 서울 인구집중의 사회문제화와 인구억제 정책 도입
제1절 군사정부의 경제정책 수단으로서 인구관 형성
제2절 서울의 인구집중과 인구억제시책의 수립
제3절 이농민의 대규모 서울 유입과 도시문제로의 대두
제2장 안보위기 직후 인구 억제에서 분산으로 인구정책 전환
제1절 정부의 안보위기 인식과 인구이동관리 제도화
제2절 인구분산정책의 등장과 수도권 공간의 구획화
제3절 제한적 인구분산정책 추진과 수도권 인구증가
제3장 인구분산정책의 제도적 시행 강화와 정책의 귀결
제1절 인구분산정책 전환의 필요성 제기와 추진기구 재편
제2절 ‘수도권인구재배치계획’의 추진과 성격
제3절 인구분산정책의 한계와 수도권 개발로의 귀결
결론
부록
참고문헌
<논문요약>
근대 국가에서 소위 ‘적정인구’는 국가와 사회의 존속이나 번영을 위해 필요한 적절한 인구를 의미한다. 과소 또는 과잉인구는 모두 문제시되는데, 한국에서 ‘적정인구’ 개념은 1960년대 가족계획사업, 맬서스의 인구론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동아시아 냉전의 전선국가(前線國家)로서 빠르게 저개발을 탈피하고 효율적 사회 근대화를 달성하여 남북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적정인구’는 불명확하지만 달성해야 하는 정책과제였다. ‘적정인구’는 인구 총량 문제에 더해 지역별 배치의 문제기도 했다. 이를 추동하는 국내 인구이동은 경제개발을 위해 독려 되거나 도시 불안정의 원인으로서 통제해야 할 ‘양날의 검’이었다.
정부입장에서 인구이동은 인민에 대한 지배력과 통제권을 보여주는 지표였지만 국가에 의해 동원되었던 자본이나 자원과 달리 인민은 일방적으로 동원되거나 통제될 수 없는 것이었다. 헌법에 보장된 거주이전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억압한다면 사회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었다. 인민의 거주와 인구이동의 문제는 중요했지만 1960년대부터 가족계획사업이 인구정책의 핵심으로 등장하면서 역설적으로 인구이동관리는 인구정책에서 중요하지 않은 문제처럼 보였다.
인구이동관리가 인구정책에서 부차화되어 보이는 것은, 인구이동관리정책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인구이동의 원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들의 복합적 작용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집중에 대응했던 정부 전략도 인구 관련 독립기구(부처)가 아닌 여러 부처의 정책 안에서 산개되었다. 즉 한국의 인구이동관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①시기별 인구이동의 원인과 경향, ②인구집중 현상의 사회문제로서 가시화, ③정부 부처간 정책 수립 및 집행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특정 지역으로 인구집중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볼 때, 인구관리정책 또한 사회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으로 접근해야 한다.
본 연구는 한국 현대사에서 대표적인 인구이동으로 일컬어지는 이촌향도(離村向都)의 성격과 그것을 추동한 인구 및 사회구조에 주목하였다. 사회현상으로서 서울 인구집중이 강화되었고, 이에 따른 박정희 정부의 인구문제 인식변화를 추적하였다. 인구이동문제가 사회문제로 부상하면서 인구분산정책이 수립되는 과정을 확인하였다. 1970년대 인구분산정책의 주무 부처와 내용 변화를 집중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정책의 성격과 한계, 그리고 현대 한국의 공간구조에 미친 영향을 규명하고자 했다.
본 연구는 제1장에서 1960년대 서울 인구집중 현상이 사회문제로 등장하면서 인구억제 정책이 도입되는 과정을 살폈다. 가족계획사업으로 출산율은 감소했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과 피부양 인구압력은 농민들의 생존전략으로서 이농현상을 촉발시켰다. 1967~68년 발생한 대가뭄은 농촌대탈출이라 불릴만한 대규모 이농현상을 낳았고, 인구이동은 농촌의 문제에서 도시 문제로 전화되었다.
제2장은 안보위기를 배경으로 인구정책의 내용과 성격이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정부는 안보위기 국면에서 도시로 몰려든 이농민을 사회불안의 원인으로 바라보았고, 후속조치로서 주민등록법 개정, 인구이동통계 작성, 각종 인구조절 종합대책, 개발제한 설정을 추진했다. 1970년대 전반기의 인구분산정책은 실효성을 갖지 못했고, 베이비붐 세대가 경제활동인구로 성장하면서 인구이동량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제3장은 ‘수도권인구재배치계획’을 중심으로 인구분산정책의 전면화와 그 한계를 분석하였다. 정부는 기존 담당 기구를 재편하고 범부처 종합대책으로서 ‘수도권인구재배치계획’을 추진했다. 본 계획은 안보 및 개발의 관점에서 수립되었지만, 실제 개별 부처에서 추진되면서 부처간 긴장을 형성하였다. 안보관점하에서 추진된 인구분산정책은 임시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장기계획으로 대표되었고, 개발관점하에서 추진된 정책은 서울 기능 축소에 반대하며 수도권 내부 개발로 방향을 설정하였다. 수도권 외부로의 인구분산이 가시화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1979년 정치권력이 급변하자 인구분산 장기계획은 폐기되었으며 인구분산정책은 개발 논리에 따라 수도권 내부 정비 및 개발로 귀결되었다.
결국 안보-개발의 두 축으로 구성된 인구분산정책은 서울 인구의 수도권 외부로의 재배치 구상을 형해화시키고, 서울의 배후지로서 수도권을 형성하여 현대 한국의 공간구조, 즉 서울 중심성을 강화하는 식으로 귀결되었다.
<인터뷰 양식>
(1) 해당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90년대 키즈로서 어릴 때부터 민족주의 역사학에 강하게 끌렸고 자연스레 한국사를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고대사를 공부한다고 대학에 왔지만 학부생 시절 여러 경험 속에서 현대사로 경로를 바꿨습니다. 오히려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공선택에 대한 고민을 뒤늦게 시작했습니다. 이때 내 주변 사람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자고 정리했습니다. 개인의 특성이나 선택으로 보였던 것들이 어떠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반대로 거대한 규정력 속에서 개인은 무엇에 순응하고, 무엇에 맞설 수 있는지, 혹은 비트는 방식으로 살아나갔는지 공부해보고자 했습니다. 주변에 애정을 가지면서도 그것을 상대화하는 공부를 하고자 했습니다.
(2) 논문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석사학위논문을 박정희 정권기 노동정책과 노동자들의 대응을 분석해 작성했습니다. 이후 공장노동자와 도시빈민을 이해하려면 그들이 어디에서 태어나 어떻게 등장했는지 연구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역사 연구자의 시선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 머무는 게 아니라, 연구대상의 경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촌향도(離村向都)의 사회사를 써보고자 했으나 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국가 정책도 역사학에서 정리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구학, 사회학, 지리학 등에서 축적된 연구성과가 있었지만 인구 현상으로서 이촌향도, 그리고 정부의 대응을 한국 근현대사 속에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인구문제를 출산력 중심으로 보는 관점을 극복하고자 했고, 전쟁과 분단의 경험 속에서 발생한 국내 인구이동을 이주 연구의 주요 대상으로 길어 올리고자 했습니다.
(3)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분과학문으로서 역사학의 정체성을 찾고, 그 안에서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최근 학제간 융합과 연구 방법론의 교류가 활발하지만 각 분과학문이 가지는 전통과 힘을 먼저 학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에 기반해야 분과간 특장점을 살려 연구 교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인구이동을 연구한다고 했을 때에 주변에서 그것이 역사학의 대상이 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는 역사학에서 인구이동을 다룬다면 무엇을 다르게 볼 것인지, 분석을 통해 새로운 역사상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학위논문을 쓰면서 이 질문에 답하고자 노력했고, 끝까지 저를 괴롭혔습니다. 학위논문에서 현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연구대상과 시대가 조우할 수 있는 영역을 상상하고 접합시키며 그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4) 논문 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탄탄한 용기를 가졌으면 합니다. 글쓰기는 외롭고 힘듭니다. 글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 있습니다. 매일 좌절하고 하루하루 자신의 하찮음을 마주합니다. 이를 극복한다며 괜한 고집을 부릴 때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글을 주변 동료에게 보여주고,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부족하다며 글을 숨기고, 자신 없다고 움츠러들수록 현재의 글을 상대화하기 어려워집니다. 동료들의 조언이 적합하지 않거나 글을 오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논문 쓰기는 나의 연구를 누군가에게 설득시키는 일입니다. 학위논문 예비독자의 지적에 합당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학위논문의 완성도를 높이는 길입니다. 글의 부족함이 곧 자신의 약점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자신의 글과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용기를 가지십시오. The Show Must Go On.
'4면 > 고대 아카데미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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