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저임금제도의 형성과 변화 역사제도주의 관점에서의 연구

한국 최저임금제도의 형성과 변화 역사제도주의 관점에서의 연구

 

박라인 사회학과 전공

 

논문 목차

 

Ⅰ. 서론

1절. 문제제기

2절. 연구의 대상과 연구자료, 연구방법 및 논문의 구성

Ⅱ. 이론적 논의

1절.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기존 연구 검토

2절. 제도의 형성, 재생산, 변화에 대한 이론: 역사적 제도주의

3절. 최저임금제도의 다양성

4절. 최저임금의 정치를 분석하기 위한 분석틀

Ⅲ. 한국 최저임금제도의 형성과 표류(1986~1997)

1절. 결정적 국면 Ⅰ: 발전국가의 위기와 민주화의 요구

2절. 한국 최저임금제도의 형성 과정

3절.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기능 부진과 표류

4절. 1986년부터 1997년 외횐위기 이전까지 최저임금정치의

결과

5절. 소결: 제도의 형성 그리고 표류의 원인

Ⅳ. 외환위기 이후 최저임금제도의 전환(1998~2007)

1절. 결정적 국면Ⅱ: 1997년 외환위기와 IMF 체제

2절.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 최저임금정치의 전개

3절.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최저임금정치의 결과

4절. 소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최저임금제도 전환 성공

의 원인

Ⅴ. 이명박 정부의 최저임금의 축소 시도와 실패

(2008~2012)

1절. 이명박 정부 시기의 노동시장 환경

2절. 이명박 정부 시기 최저임금정치의 전개

3절. 이명박 정부 시기 최저임금정치의 결과

4절. 소결: 이명박 정부 시기 최저임금 축소 시도의 발생과 실

패 원인

Ⅵ. 최저임금 1만원을 둘러싼 공방(2013~2019)

1절.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노동시장 환경

2절.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최저임금정치의 전개

3절. 최저임금 1만원을 둘러싼 최저임금정치의 결과

4절. 소결: 최저임금 1만원 연합의 부상과 실패의 원인

 

Ⅶ. 결론

1절. 연구내용의 요약

2절. 연구의 의의와 한계

 

논문 요약

본 논문은 1986~2019년 사이 한국 최저임금제도의 형성과 변동 과정을 역사제도주의 접근에 기초해 설명한다. 역사제도주의 접근에서는 제도가 행위자를 제약하고 행위자가 역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제도의 변화에 대해서 설명한다. 본 논문은 제도가 행위자를 제약하는 부분에도 주목하지만 결국 역사를 만드는 것은 행위자라는 입장을 취한다. 따라서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이해관계를 지닌 행위자들의 전략적 실천과 이들 간의 권력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최저임금정치에서 제도 변화의 원인을 찾는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권력 관계는 다차원적이다. 물리력 또는 강제력으로 인식되는 일반적인 권력 관계와 행위자들 간의 쟁투가 발생하기 전 의제 선택의 단계에서 작동하는 권력 관계에 주목한다. 쟁투의 장에 올려질 수 있는 의제는 한정적이며 특정 의제들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것만으로도 행위자들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유불리는 영향을 받는다. 최저임금 의제는 항상 주목받는 의제가 아니었으며,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사회적 주목도는 제도 변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변인 중 하나이다. 의제를 통제하는 권력은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으며, 권력의 유무에 따라 행위자들의 전략적 실천 양상은 달라졌다.

최저임금제도의 역할을 제한하고자 했던 행위자들(최저임금축소연합)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의제가 사회화되지 않도록 협소하고 조용한 의사결정 과정에 의제들을 가두는 ‘조용한 정치’의 전략으로 그 이해관계를 관철했다. 보수 정부와 재계가 중심이 된 이들의 전략은 1987년 최저임금제도가 실시된 직후부터 외환위기 전까지 유효하였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의 정치적 기회구조에 대응하는 권위주의 정부의 전략으로 시행된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명분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는 1987년 이후 시작된 ‘임금인상의 정치’를 저지하려던 정부와 재계의 의도적인 방치 전략과 유일 합법노조인 한국노총의 고립과 무능으로 인해 껍데기뿐인 무의미한 제도로 ‘표류’한다.

IMF 외환위기가 초래한 대량 실업과 양극화된 노동시장의 출현 이후 새로운 행위자인 민주노총이 나타난다. 이들은 최저임금제도를 양극화된 노동시장의 구조변동에 대응하는 재분배 제도로 해석하고 제도 개선 의제를 시민사회와 민주적인 정치의 장으로 옮기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의제통제권력을 가지지 못한 행위자들의 전략인 ‘갈등의 사회화’ 전략이다. 민주노총은 1980년대 민주노조운동 기간 동안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광범위한 노동-시민사회 연합을 형성하고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을 국회에 입성시킴으로써 기능회복(최저임금인상) 및 최저임금제도의 목표 ‘전환’(양극화 완화와 재분배)에 일부 성공한다.

이명박 정부 시기부터는 최저임금제도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간의 대립과 정치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된다. 시장지상주의적인 이명박 정부는 집권세력의 이점을 활용해 ‘조용한 정치’의 전략으로 노동계를 배제하고 최저임금제도의 축소(최저임금산입범위확대, 연령별 차등적용)를 추진하였으나 때마침 불어온 복지정치와 경제민주화로 인해 오히려 전세가 역전되었다. 복지정치에 편승한 민주당이 ‘최저임금 현실화’를 내세우며 최저임금제도를 적극적으로 의제화해 최저임금확대연합에 합류하고 경제민주화에 편승한 보수 여당 일부도 최저임금제도의 확대를 주장함으로써 사실상 최저임금확대의 정치가 되었고, 양극화 완화와 재분배를 위한 제도로써 바라보는 시각도 더욱 강화되었다. 이후 청년노동단체들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1만원 의제가 등장하면서 최저임금확대 정치는 절정을 맞이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진보의제들이 정치의 장을 점령한 뒤 최저임금 1만 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국정과제로 채택됨으로써 최저임금제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경제성장 전략이라는 새로운 차원이 부여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축소연합의 전략이 바뀜으로써 상황이 반전되었다. 정치적 열세에 있었던 이들은 상대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여, 최저임금 의제를 자신들의 시각에서 적극적으로 사회화했다. 이들은 보수야당과 재계, 자영업자와 언론, 학계까지 동원한 광범위한 연합으로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들을 사회 담론화함으로써 경제관료와 갈등하던 문재인 정부에 대해 우위를 차지하였으며,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하며 최저임금제도를 일부 축소(최저임금산입범위 확대)하는데 성공한다.

 

저자 인터뷰

 

 

ⓒ 인터뷰이 제공

 

1. 해당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IMF 외환위기로 개인적으로 고통을 겪고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경험하면서 의문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고도성장을 구가하며 발전하던 한국 사회와 경제가 왜 갑자기 문제 덩어리가 되어버렸는지, 그동안 열심히 그리고 평범하게만 살아온 사람들이 왜 갑자기 잘못도 없이 미증유의 고통을 겪게 되었는지, 그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개인 수준을 넘어서는 사회와 구조에 대한 관점, ‘사회학적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여러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책들을 보다가 어느새 사회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사회학과에 진학해서 사회학적 상상력과 한국자본주의체제, 사회발전론, 세계화 등을 가르쳐주시던 지도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되면서 IMF 외환위기 이후 가지게 된 문제의식을 구체화할 수 있었고 결국 박사과정까지 진학하여 논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2. 논문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논문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전에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일어나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본래 최저임금제도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있지 않았으나 사회적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고 학술적인 연구가 생각보다 편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학술적인 논쟁은 대부분 계량경제학 관점에서 진행되었지만 저는 역사적 관점에서 한국의 최저임금제도를 전반적으로 조망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도의 형태, 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제도의 사회적 역할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정치적 대결의 기원과 뿌리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흥미로 접근했던 주제였는데, 사회학 논문의 주제가 될 만하다는 선배의 조언에 따라 진지하게 접근해 보았고 어느새 박사학위논문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3.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저는 직장을 다니며 논문을 썼습니다.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 논문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직장인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과 논문을 준비하는 박사과정 수료생으로서 논문을 써나가는 역할 사이에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종일 직장인으로 일을 하고 와서 퇴근 후에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으로 완벽히 변신(?)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연구기관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논문을 쓰는 것에 대해서 배려를 받기는 했지만 일이 많아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많았고,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서 계획대로 논문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논문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면서 논지와 주장에 혼란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고 이로 인해 논문이 정체되면서 답답했던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이왕 엎질러진 물이므로 어찌되었든 끝을 보겠다는 다짐과 각오가 없었다면 박사학위논문 작성을 끝마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4. 논문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일단은 먼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논문을 쓰는 동안 어려움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어쨌든 시작을 했기 때문에 끝을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도 그랬지만 후배들 중에도 논문 쓰기를 주저하며 준비만을 계속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박사학위논문이라 부담감이 더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 같습니다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저도 계속해서 미루다가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논문 작성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논문을 써나가는 과정에서 제 생각이 정리되면서 주장의 논점이 명확해졌고 논거를 마련하고 구축하는 방법도 구체화 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준비’만 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박사학위 논문의 작성은 연구자로서 자격을 검증받는 것이지 완벽한 ‘작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담감 대신 자신감을 가지고 논문 작성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 인터뷰·정리 : 김수연 기자 shdltbqk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