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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한국 초기 報勳제도의 형성(1948-1963)과 ‘4.19의거’의 정치적 포섭 본문
한국 초기 報勳제도의 형성(1948-1963)과 ‘4.19의거’의 정치적 포섭
교과교육학과 역사교육 전공 문준호
논문 목차
Ⅰ. 서 론
1. 문제 제기와 연구 대상
2. 선행연구 검토
3. 연구 방법과 활용 자료
Ⅱ. 이승만 정권기 원호제도의 등장과 형해화
1. 남북 체제경쟁의 격화와 군경원호 법제의 마련
2. 전시 군경원호 난맥상과 정부의 책무 유예
3. 정부 원호대책의 공전과 국민 동원체계의 균열
Ⅲ. 4.19 정국의 전개 과정과 사태 이해의 단초
1. 4.19의 발발과 반공 이념 공작의 효력 위축
2. 계엄군의 사태수습과 민군 협력 관계의 여파
3. 이승만 정권의 붕괴와 당대 4.19 인식의 실상
Ⅳ. 허정 과도정권기 4.19 의미 부여와 영향
1. 정국의 보수적 운영과 4.19의 애국운동 규정
2. 제3차 헌법개정 논의와 4.19의 체제 내화
3. 4.19 희생자에 대한 배상과 원호의식의 환기
Ⅴ. 장면 정권기 원호정책의 구상과 이념 대립
1. ‘혁명정부’의 법치 표방과 4.19 인식의 분화
2. 4.19 희생자 및 군경에 대한 원호책의 강구
3. 4.19의 정치이념화와 사회적 갈등의 심화
Ⅵ. 5.16 군정기 4.19 이해와 원호 확대의 의미
1. 5.16쿠데타의 4.19 계승 표방과 친연의 허실
2. 원호 개혁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및 지지 확보
3. 4.19의 원호체계 편입과 ‘민주’ 가치의 부차화
Ⅶ. 결 론
논문 요약
보훈(報勳)은 국가를 위한 과거의 희생을 보상하고 선양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는 국민국가에 대한 구성원의 귀속성을 강화하는 기제이다. 한편으로 보훈제도는 국가의 유지 및 발전에 의미있는 역사적 경험을 다룬다. 국가가 취사한 유의미한 기억은 역사화 과정을 거쳐, 국민이 주지하고 기념해야 할 애국사로 표상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훈체계에 편입된 역사적 사건은 애국 덕성의 발휘를 국가에 의해 증명받은 과거라 할 수 있다.
한국 보훈제도의 독창성은 ‘민주’ 가치의 포괄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이는 특수한 한국적 경험에 의한 것인데, 권위주의 독재와 국가폭력에 맞선 민주 발전사의 제도화에서 비롯되었다. 현행 보훈제도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사건으로, 국가유공을 온전히 인정받는 역사적 사건은 4.19혁명(이하 “4.19”)이 유일하다. 4.19는 ‘당시의’ 국가권력을 차지한 세력에 맞선 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국가를 자임하는 집단에 의해 애국적 덕성 발휘의 중대사로 규정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보훈 내에서 ‘민주’ 가치 구현 사건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것은 민주화의 노정이라 여겨지는 한국 현대사의 특수한 맥락을 포착하기에 적절하다.
한국 사회에서 4.19는 민주주의 구현의 대표적 사건으로 여겨진다. 이는 불법적 독재에 대항하여 민권이 승리한 기념비적 역사이며, 한국 사회 민주화의 기원이기도 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4.19는 민주・자주・정의의 가치를 내포하며, 시민운동과 민중운동 세력의 역사적 지향성을 대변하여 왔다. 특히 일련의 민주화운동 진행 과정에서 4.19는 ‘신화적’ 위치에서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데 역할하였다. 반면 5.16군사정변(이하 “5.16”)은 한국 사회의 군사독재체제를 전개한 기원으로 여겨지며 4.19의 혁명정신을 파괴하여 민주화를 강제 종결시킨 사건으로 간주된다. 양자는 순차적으로 발생한 사건이지만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갈등 구조의 원류로 여겨지며, 관념상 상호 척력을 발휘한다.
주목할 점은 5.16 이후 집권한 군부에 의하여 4.19가 애국을 범주로 하는 보훈 체계에 진입하였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 시련의 시동으로 여겨지는 5.16과 민권탄압 주체로 간주되는 군부가 4.19를 보훈제도에 편입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군정의 4.19 제도화는 태생적으로 취약하였던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술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보훈은 근본적으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국가 기억을 구축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지형에서 4.19가 어떠한 가치를 내재한 사건으로 이해되고 있었는지에 대한 검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4.19가 발생하였을 당시부터 사건의 이해에 영향을 미쳤던 여러 단초들이 있었고, 애국 운동으로 규정되어지는 계서적 흐름이 존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통념을 현재주의적 관념에 기초하여 군부가 ‘민주’ 가치를 곡해하였다는 식의 단선과 4.19 이후 과도정부, 장면 정권기를 배제하는 비약으로 관련 통념이 고착화되었다. 요컨대 4.19의 역사화 과정에 대한 내용이 소거된 상태에서 보훈체계로의 편입 의미를 단순화하였다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초기 보훈제도의 구축 양상을 4.19의 인식 및 영향과 연결하여 살펴보았다. 이는 한국 보훈제도가 4.19가 연쇄한 정치적 격동에서 본격화된 산물임을 논구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한편 4.19의 보훈제도 편입은 해당 사건에 대한 당대의 사회적 인식의 반영이자 정권의 의지이기에 국가가 역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양태를 이해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훈제도의 형성과 4.19 인식 및 영향에 관한 논제는 해당 시기 정치사 연구와도 관련이 있다. 군정에 의하여 4.19가 공식적으로 ‘4.19의거’로 규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군부의 독단적 창안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서는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본 연구는 4.19 발생 직후부터 사건에 내재한 인식의 단초와 후속하는 정권에서 이루어진 4.19 규정을 체제내화로 간주하고, 과정적으로 이루어진 ‘4.19의거’의 정치적 포섭양상을 논증하고자 했다.
저자 인터뷰
1. 해당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역사라는 학문 영역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으나, 해당 범주에서 유동적으로 진로를 변경해왔다는 점에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학부와 석사는 역사학을 전공하였지만, 박사과정은 역사교육과에서 수학하였습니다. 이는 역사학에 내재한 정치성을 논구하기 위한 나름의 도전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였던 ‘교육되어야 하는 역사’에 대한 첨예한 갈등양상을 보면서, 거칠게나마 역사의 공증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국가 정체성 확립에의 효용성은 국가에 의해 추려진 역사의 공통점이라는 다소 자명한 사실을 역사적으로 논구해보겠다는 의욕이 생겼습니다. 역사 자체에 대한 학문적 고찰과 더불어 현재적 토대에 대한 이해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역사교육은 매력적인 분과입니다.
2. 논문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연구주제는 국가에 의해 선별된 과거로서의 보훈입니다. 국가 단위의 집단적 기억을 살필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한 결과, ‘애국시민’ 양성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논제인 보훈에 착목하게 되었습니다. 제 연구의 목적은 이승만 정권기부터 5.16군정기까지 한국의 초기 보훈제도의 형성과정을 탐구하면서 보훈제도의 구축과 4.19에 대한 정치 사회적 규정의 양상을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정권 교체의 연쇄 속에서 4.19에 대한 인식은 상황 논리에 따라서 생성, 분화, 고착의 과정을 연속하였고, 이에 맞추어 국가의 제도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요컨대 4.19에 대한 인식은 애국으로 귀착되었고, 국가의 책무이행 제도인 보훈체계에 편입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4.19는 급진적인 정권 전복이었음에도 국가 발전의 기획에 동원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기 되었습니다. 애국은 4.19에 내재한 제반 가치를 부차화하면서도 대표하였습니다. 다만 4.19가 보훈제도에 편입된 결과 나타난 애국 방법론의 다양성은 맹목적 국가주의의 지배를 탈피하는 것이기도 하였습니다. 4.19의 애국 규정에 따라 국가는 ‘이상적’일 것을 항시 요구받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4.19의 초기 보훈제도 진입은 복잡한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3.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역사적 고찰에 있어 가장 힘든 부분은 단연 사료의 확보와 해석이었습니다. 저는 근대사에서 현대사로 연구 시기를 옮긴 입장이었기에, 여러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과연 나의 관점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행연구는 길잡이 역할을 하였고, 연구 이정표 설정에 유익한 토대로 작용하였습니다. 또한 동학한 연구자들은 예리한 비평과 따뜻한 격려로 글을 마무리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연구 외적으로는 가족의 희생을 담보 삼아 공부를 하고 있는 현실이 자못 괴로웠습니다. 다행히도 아내는 제게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전적으로 제공해주었고, 딸은 언제나 아빠를 사랑해주었습니다. 아내의 희생과 딸의 인내는 평생을 두고 갚을 빚입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빚은 어떻게든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추동력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4. 논문 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학위논문 작성은 어쩌면 치열한 전쟁터에서 이루어지는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巧遲不如拙速(교지불여졸속)”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묘수 마련에 경도되어 지체하는 것보다 불완전할지라도 적기를 노리는 편이 낫다는 뜻입니다. 완벽만을 찾다가 결정적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을 경고하며, 속히 맺는 것을 강조할 때 쓰입니다. 대학원생들이 학문에 대한 진정성을 갖추고 있다는 기본적 전제 아래, 저는 오히려 ‘완벽’, ‘치밀’, ‘무결’과 같은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논문작성에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작성한 원고의 부족함은 채워나가면 되지만, 시행조차 하지 않고 생각에 머무르는 것은 휘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글쓰기에 필요한 예열에는 오랜 시간이 들기에 ‘속결’하는 습관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대학원생이기만’한 것이 아니라 ‘대학원생이기도’ 한 것이니까요. 구상만 하기보다 꾸준히 마무리하며 발전시키면 어느샌가 목적지에 도달할 거예요.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 인터뷰·정리 : 정재훈 기자 wjd8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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