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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군 사망사고 유가족의 상실 경험과 애도 과정에 관한 질적 연구 본문
군 사망사고 유가족의 상실 경험과 애도 과정에 관한 질적 연구
심리학부 임상 및 상담심리 전공 김신향
논문 목차
I. 서론
II. 이론적 배경
1. 상실과 애도
1) 애도 이론
2) 복합비애
3) 사별 경험에 따른 애도 반응의 차이
2. 군 사망사고 유가족의 애도
1) 군 유가족의 상실 경험의 특징
2) 군 사망사고 유가족에 대한 선행 연구
3. 외상 후 성장
1) 외상 후 성장의 개념
2) 사별 이후의 외상 후 성장 모델
III. 연구목적 및 연구문제
1. 연구목적
2. 연구문제
IV. 연구방법
1. 연구대상
2. 연구도구
3. 연구절차
4. 자료분석
5. 연구의 타당도와 신뢰도
V. 연구결과
1. 군 유가족의 상실 경험과 애도 과정에 대한 개념 및 범주
2. 군 유가족의 상실 경험과 애도 과정에 대한 패러다임 분석
1) 인과적 조건
2) 중심현상
3) 맥락적 조건
4) 중재적 조건
5) 작용/상호작용 전략
6) 결과
3. 군 사망사고 유가족의 상실 경험과 애도과정에 대한 과정분석
1) 충격과 혼란 단계
2) 애통과 분노 단계
3) 고립과 회피 단계
4) 투쟁 단계
5) 수용과 연결 단계
6) 회복과 확장 단계
VI. 논의
논문 요약
군 복무 중 자살이나 불의의 사고로 희생되는 군인들이 매년 발생하여 군 사망사고에 대한 관심과 예방대책에 이목이 쏠리지만, 또 다른 피해자인 군 유가족에 대한 연구와 개입은 현저히 부족하다. 군 사망자 1명당 약 10명의 유가족이 발생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난 10년간 약 8천 명의 유가족이 상실의 고통을 겪었다고 추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피해 규모에도 불구하고 현 보훈체계 내 군 유가족에 대한 지원은 보상금 지급 등의 경제적 지원 외에는 전무하며, 이들의 심리사회적 상태를 다룬 국내 선행연구 역시 소수에 불과하다. 갑작스럽고 외상적인 군 사망사고의 특성상 군 유가족은 강렬한 충격과 슬픔을 경험하며, 오랜 기간 복합비애와 같은 병리적 애도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다.
본 연구의 목적은 상실 이후 군 유가족이 경험한 심리사회적 현상과 변화를 이해하고 애도와 회복과정을 탐색함으로써 효과적이고 실제적인 심리사회적 개입 방안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만 19세 이상 군 유가족 17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실시하였다. 스트라우스(Strauss)와 칼빈(Corbin)의 근거이론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총 152개의 개념과 44개의 하위범주, 15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군 유가족의 상실 경험과 애도 과정에 대한 패러다임 모형을 도출한 결과, 인과적 조건은 ‘상실 이전의 안전한 세계’와 ‘일순간 멈춰버린 삶’이었고, 중심현상으로 사별로 인해 ‘밀어닥치는 고통’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중심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맥락적 조건에는 개인적 차원의 ‘상실로 인한 개인적 고통’, 국가적 차원의 ‘보호를 박탈당한 존재로의 전락’, 사회적 차원의 ‘공감 없는 사회’가 도출되었다. 군 유가족은 가족, 친구, 지인 등의 ‘관계를 통한 위로와 지지’와 보훈심사 결과 및 가해자 처벌과 관련된 ‘고인의 명예회복을 통한 애도의 첫걸음’이라는 중재적 조건의 영향을 받아 상실을 다루려는 다양한 대응방식을 보였다. 이에 해당하는 작용/상호작용 전략으로는 ‘상실의 원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함’, ‘고인과 다시 이어지고자 노력함’, ‘멈췄던 삶을 다시 이어가려고 시도함’, ‘공동의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에 참여함’이 도출되었다. 결과에서는 ‘고통과 비애의 지속’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으나, ‘상실과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부여’, ‘새로운 사명의 길로 나아감’과 같은 외상 후 성장 요인들이 도출되었다.
이후 과정분석을 통해 군 유가족들의 상실 이후 경험하는 애도과정을 충격과 혼란, 애통과 분노, 고립과 회피, 투쟁, 수용과 재구성, 회복과 확장의 6단계로 살펴보았다. 군 유가족은 고인의 주검을 목격하며 기존의 가정적 세계(assumptive world)와 안전하고 보호받는 느낌의 파괴를 경험하며 큰 충격에 휩싸인다. 이후 상실의 고통을 그리워하면서 군과 국가에 대한 분노를 경험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타인과 사회의 무관심을 인식하며, 사회적 낙인과 전시된 고통 속에서 고립되어 지내게 된다. 이후의 투쟁 단계는 다른 유가족의 애도 과정과 구별되는 군 유가족의 고유한 특징으로, 이들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원통함을 해소하고자 군 조사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외부와의 접촉이 증가하게 된다. 이후 유가족은 투쟁을 위해 다른 유가족들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사회와의 접촉이 증가하고, 상실을 수용하며 고인과 자신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쳐 회복과 확장으로 나아갔다.
본 연구는 군 유가족이 상실에서 회복으로 나아가는 애도 과정에 기여한 다양한 요인들과 대처 전략을 심도 깊게 탐색하였으며, 군 유가족의 병리적 특성에 초점을 맞춘 선행연구들과는 달리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삶의 성장과 확장을 이룩해나가는 과정을 두루 살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논의에서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군 유가족에게 실질적이고 필요한 심리사회적 개입방안과 현 제도 상의 개선점도 함께 제시하였다.
저자 인터뷰
1. 해당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심리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부 시절부터 석사 때까지 조현병 환자들을 위한 사회인지 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그 시간이 제게 매우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석사 졸업 후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뒤에는 자살 유가족을 위한 심리부검센터에서 근무하였고, 박사 과정 입학 후에는 임신·출산 위기 상담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돌이켜보면 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이나 심각한 정신질환과 같이 비가역적인 고통과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좀 더 적응적이고 건강하게 이어나가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심리학적 용어로 ‘재활’의 개념이긴 하지만, 광의로 해석할 때에는 불완전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불완전한 우리 자체의 고통에 대한 관심과 개입이고, 이것이 제가 심리학을 선택하고 지속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2. 논문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2022년에 국방부 위탁으로 <군 유가족 지원방안 연구>를 수행한 바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군 유가족들이 경험한 상실의 고통과 애도 과정상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이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수립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유가족분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질적분석을 시행한 것을 박사논문으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상실은 누구에게나 비통한 일이지만, 특히 국가의 요구에 충실하며 의무를 다하고자 입대하였다가 사망하게 된 군 사망사고의 특수성을 토대로 군 유가족의 슬픔과 현실적 고충을 명료하게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에게서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다른 유가족을 돕고, 삶의 가치와 목표를 재정립하며 상실을 승화시켜나가는 과정을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상실의 슬픔’와 ‘외상 후 성장’이 공존하는 애도과정을 균형 있게 제시하며 고통의 곁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학술적으로 담고 싶었습니다.
3.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논문 주제의 특성상, 우선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은 군 유가족분들을 만나 뵙는 것이었습니다. 군 유가족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자 심층면담에 응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군과 관련된 국방부 연구에 참여하여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보니 면담 참여자를 모집하기까지 난관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먼저 면담에 참여한 군 유가족분들이 다른 분들을 소개해주신 덕분에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심층면담 진행 후 모든 내용을 전사하여 질적분석 절차에 따라 코딩하는 과정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렵게 응해주신 인터뷰의 내용들이 코딩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소실되지 않도록 연구자들이 매일 늦은 시간까지 모여 여러 차례 검토와 수정을 반복하였고, 이론적 구조를 형성한 이후에도 수차례 변경해나가며 고민했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이 과정에서 함께 분석하며 고민한 동료들이 있었기에 든든했습니다. 이렇게 돌이켜보니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음을 되새기며 감사하게 되네요.
4. 논문 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논문을 ‘잘’ 쓰는 법에 대해서는 감히 조언을 드릴 수 없습니다만, 논문을 ‘쓰는’ 법에 대해서라면 일단 저는 무조건, 어떤 내용으로라도 써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엉뚱한 답변 같지만, 처음부터 완벽하게 혹은 논리적이고 명료한 내용으로 작성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오히려 고민만 깊어질 뿐 작성이 늦춰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선은 계획한 큰 틀에 맞춰 내용을 작성하고 이후 수정과 보완을 거듭해 가시는 게 오히려 기존의 내용을 발전시키거나 새로운 내용으로 전개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성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 정돈되지 않은 형태의 아이디어 정도라도 메모해두면 차후에 그 부분을 확장시키거나 가다듬어 가면서 내용을 작성할 수도 있었습니다. 지난한 글쓰기의 과정이 고되시겠지만, 그 논문이 가지는 사회적, 학술적 가치나 의미를 되새기면 좀 더 힘을 내실 수 있지 않을까 첨언하며, 논문을 작성하시는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인터뷰·정리 : 정재훈 기자 wjd8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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