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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문학-전태일 문학상 르포 분야 수상자 김여정 작가와의 인터뷰- 본문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문학-전태일 문학상 르포 분야 수상자 김여정 작가와의 인터뷰-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0. 11. 6. 14:39올해는 전태일 열사가 불의에 맞서 이 세상에 “인간선언의 불꽃”과 같은 메시지를 남기고 간 지 50년이 된 해이다. 전태일 문학상은 “인간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모든 불의에 맞서 그것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모든 사람, 모든 집단의 목소리를 한 데 모으려는 뜻”에서 1988년 처음 제정되었다. 힘든 노동을 마치고 온 일과 후에도 함께 일하는 어린 시다의 고통과 사회의 부조리를 꼼꼼하게 적었던 전태일 열사는 글이라는 기록을 통해서 인간의 고통과 인간다움을 고민했다.
본지에서는 이러한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글을 써온 이번 28회 전태일 문학상 수상자 중 르포 분야 수상자인 김여정 선생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6년 봄부터 아시아의 학살지를 찾아 유족들을 만나 나눈 기록을 담은「다크투어」는 한국의 목포, 장흥에서 출발해 인도네시아의 발리, 대만, 말레이시아 바탕칼리를 거쳐 다시 한국의 제주로 여정을 마무리한다. 전태일 문학상이 노동이나 국내 투쟁 현장의 문제를 다룬다는 통념과 달리 김여정 작가의 제노사이드를 다룬 글이 수상을 하게 된 것은 전태일문학상 정신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약자의 고통,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했던 전태일 열사의 정신처럼 모두가 외면하고 있던 비극의 현장을 찾아 목소리도 낼 수 없었던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억을 보존하고 싶어했던 그들의 바람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사회고발의 정신을 최전선에서 날카롭게 기록하는 논픽션이 잘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 문학계에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무는 글쓰기를 시도한 김여정 작가의 글은 여러 시사점과 의미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찬바람이 조금씩 느껴지던 10월의 어느 날, 첫 패딩을 꺼내어 입고 고양시 황룡산 자락에 위치한 금정굴을 찾았다. 한국전쟁 중 학살당한 이들을 위로하는 금정굴 위령제에서 김여정 작가를 만났다.
다크투어와 제노사이드 기록 작업을 하게 된 계기
김여정 작가는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 영국 지부, 동티모르 독립 투표 선거감시단원, 국내 정당의 국제협력 담당자 등 오랜 시간 국제무대에서 NGO 관련 일들을 해왔고 그 뒤로도 인천의 다원이주민센터나 보광동에서 다문화 이웃들과 함께 해왔다. 다크투어를 떠나게 된 것도 이러한 이력과 멀지 않다고 생각되는데, 구체적으로 제노사이드 현장인 다크 투어를 떠나게 된 계기와 이를 글이라는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제노사이드에 대한 관심은「다크투어」의 시작 부분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저는 ‘왜 우리 동네 제삿날은 다 같은 날일까?’라는 궁금증을 품으며 전남 영암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목포형무소에서 실종된 오빠를 찾았습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을 보낸 저는 아시아의 독재정권과 전쟁의 만행을 고발하기보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평생을 고통 받고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자 다크투어를 시작했습니다.
평생을 고통 받아온 이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 평생 묻어둔 이야기를 그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올해 만나신 분들을 내년에 다시 뵐 수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이념과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가축처럼 학살하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분들의 마지막 유언 같은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제노사이드 현장의 특징
국내의 노동 문제, 투쟁 현장으로 한정짓지 않고 ‘동아시아의 제노사이드 현장’로 범위를 넓힌 점이 독특하다. 특별히 국내만의 저변을 넘어 주목하게 된 이유와 현장에서 목도한 특징을 물었다.
“영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독재정권이나 식민지배에 반대한다고 공산당으로 몰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가족이 있는 아시아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다른 동아시아 나라에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학살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에서 사람들을 공산당으로 몰아서 학살한 곳들을 찾았습니다. 학살의 방법과 연관된 국가보안법은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되었고 이를 한국과 대만에 수출한 것입니다. 연좌제는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학살 사건은 외부인이 아닌 본토인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같은 아픔이기에 함께 다루고 싶었습니다.
강대국의 논리, 정치적 이념에 의해 무분별한 시민들이 학살되고 정치범으로 몰려 그 고통이 은폐되고 발설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던 점이 아시아 제노사이드 현장들의 공통점이라면, 각국의 차별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하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동아시아의 제노사이드 현장은 패턴이 대부분 비슷합니다. 그러나 발리 같은 경우는 특히 잔인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동네에서 지금까지도 계속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옆집 아저씨가 우리 아버지를 죽인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어떤 마을에서는 학살 행위를 숨기고 사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문에 독특한 해프닝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학살 사건이 일어난 지 2~30년 이후 당시에는 어렸던 아이들의 상견례 자리에서 서로가 피해자-학살자 집안이라는 것을 알고 파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학살뿐만 아니라 학살 이후의 삶도 참 잔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해자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의 윤리
현장을 기록하는 작업에 주로 치중했지만 개인적으로 취재 가운데 겪었던 어려운 점이나 인상 깊었던 점 등이 궁금하다. 그리고 여행 시작 전과 후에 많은 변화가 작가 개인에게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있을까.
“피해자분들을 대하는 태도가 가장 많이 변했습니다. 초반에 어떤 피해자분들께 트라우마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고충을 들었습니다. 이를 듣고 저도 피해자분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듣고 바로 관계를 끝내버리는 것이 맞는 걸까 혼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저는 피해자분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매일 경로당에 가고 피해자분들과 일상적인 통화를 하기도 합니다. 결과물을 내기에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그러나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취재를 위해 피해자분께 카메라와 마이크를 사용하게 되면 현저히 말씀이 줄어드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상이나 음성 기록 없이 대화했던 기억에 의존하여 글 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습니다.「다크투어」에 나오시는 멋쟁이 할머니들은 실제로도 정말 잘 꾸미시고 다니십니다. 피해자라고 해서 몇십 년을 매일같이 힘들고 우울하게 살아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피해자가 좋은 곳에 가거나 얼굴이 밝아보이면 별로 힘들어 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회적 편견을 바꾸고 싶습니다.”
지향하는 르포 글쓰기와 향후 계획
르포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저널리즘 쪽에서도, 문학계 쪽에서도 관심을 잘 받지 못하는 분야이다. 그럼에도 특별히 ‘르포’라는 장르적 글쓰기를 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고, 향후 지향하는 글쓰기 및 앞으로의 작품 활동과 계획을 알고 싶다.
“저는「다크투어」의 영문 제목을 ‘다크 투어 가이드북’이라고 짓고 싶습니다. 서점에서도 소설 분야에 꽂혀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 분야의 책장 속에 꽂혀 여행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책으로 남고 싶습니다. 르포라고 해서 꼭 대단한 의지나 사회에 대한 요구 혹은 주장을 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의 경직된 문화가 르포와 같은 글을 어렵게 생각하게끔 만든다고 봅니다. 서양에서는 르포나 논픽션 분야의 글들이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노벨문학상을 받은 알렉시예비치는 전쟁을 주제로 하여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있는 책을 내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업들은 10년이 넘게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간이 길게 걸리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작업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글 쓰는 과정이 참 힘들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한국에 있었고 후에 영국에서 공부를 이어갔기 때문에 한국어로 문법에 잘 맞춰서 글을 쓰는 것이 힘들었고 그렇다고 영어로 능숙하게 쓰기도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쉽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제노사이드에 대한 좋은 연구서가 많지만 대중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작업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간단명료하고 대중성 있는 글로 대중들에게 제노사이드를 설명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올 여름에는 1950년에 발생한 ‘용산 대폭격 사건’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다음 작업으로는 1950년 용산 대폭격과 1945년 오사카 대폭격을 경험한 37년생 할아버지와 함께 동화책을 쓰려고 합니다. 또한 글뿐만 아니라 영상으로 어떻게 작업할 수 있을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살을 어떻게 대중들에게 쉽게 알릴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앞으로의 계획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던 50년 전에는 한국 노동자가 ‘서발턴’이었다. 그가 그토록 간절하게 쓰고 또 썼던 이유 역시 자신의 '말할 수 없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여전히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2020년 현재, 우리가 되새겨야할 전태일 정신이란 무엇일까. 김여정 작가는 이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작품으로 보여주었다. 그것은 바로 타자로 ‘남은 사람들’을 세상에 드러내고 기억하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의지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김여정 작가의 시도는 과거 전태일 열사가 분신으로밖에 말할 수 없었던 것을 하나의 문학 장르로 표현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 윤정인 기자 cherisheep@korea.ac.kr
■ 황지원 기자 h950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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