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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국제기후협약을 통해 이상기후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전망을 내다보다 본문

1면/기획 인터뷰

국제기후협약을 통해 이상기후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전망을 내다보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0. 9. 6. 15:35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목격되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몇 개월 사이에 일어난 시베리아의 이례적인 고온과 산불, 중국의 홍수와 한국의 폭우, 유럽의 폭염, 미국의 허리케인 등의 이상기후 현상은 각 국가들로 하여금 국제적인 차원의 노력을 더욱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는 국제사회의 개체화 현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회적 조건의 변화를 통해 이상기후 현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도, 국제사회가 쉽게 소통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를 연결하기 위한 국제기후협약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코로나19 사태와 이상기후의 실질적인 연관성에 대해 묻는 한편,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파리기후협약의 의의와 성과, 전망을 알아보기 위해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정서용 교수를 만났다.

 

이상기후와 코로나19 사태의 연관성

최근 체감되는 이상기후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먼저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 6개월 차에 접어드는 코로나19 사태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는지, 어떤 직간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 물었다.

두 현상은 명백하게 직간접적인 연관성이 있습니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코로나19 사태의 원인으로서의 이상기후와 코로나19 사태의 결과로서의 이상기후가 바로 그것이죠.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질병 발생률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는 견해에 동의합니다. 예컨대 얼마 전에도 러시아의 한 지역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툰드라 층이 녹으면서 얼어 있던 탄저균이 번식하여 마을 주민 전체가 몰살된 사례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상관관계는 앞으로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나가야 할 과제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생과 확산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분명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상기후가 코로나19 사태의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생활 조건들의 변화는 기후에도 막대한 영향을 줍니다. 이를테면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습니다. 중국과 주변국들이 경제활동을 거의 못하게 되면서 한국에도 눈에 띄게 미세먼지가 줄었고, 온실가스 역시 자연스럽게 감축됐죠. 그래서 올해는 아마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맞추기가 굉장히 쉬울 거예요. 그렇지만 이러한 감축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이후에도 안정화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부정적인 영향도 있습니다. 일회용품 사용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일회용품은 처리 과정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도 엄청난 온실가스를 발생시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당장도 문제가 되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이후에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겁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이상기후와 코로나19사태의 정확한 연관성과 영향관계를 분석해서 정책적전략적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파리기후협약의 성과와 의의

기후변화를 막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여러 방면에서 이루어졌지만, 특히 2016년의 파리기후변화협약(이하 파리협약)’1997년 발효된 교토의정서와 달리 개발에 집중하면서도 조약국의 자발적인 참여를 장려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한 국제기후협약 자체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파리협약의 실제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문제에 있어 파리협약이 지니는 의의는 무엇일지 물었다.

파리협약의 성과와 의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교토의정서와 비교해보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교토의정서가 대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규제중심의 협약이었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기에 국제사회의 차원에서는 강력한 규제를 통한 방식이 효력이 있을 것 같지만 틀린 생각입니다. 지지율에 민감한 정치인은 성장을 방해하는 규제에 참여하는 일에 국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규제는 정치인과 국민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반면에 파리협약은 경제 성장을 전제하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다르죠. 파리협약의 골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에 기반한 경제 성장계획을 5년마다 UN에 제출하고, 그것에 대한 경제 개발 기술, 재원, 필요한 능력 개발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는 굉장히 혁신적인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어요. 저탄소 기술과 같이 일자리도 창출하고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각 국가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배우고 싶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 특히 개도국에서 경제성장 정책은 사실상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기도 합니다. 파리협약을 기점으로 기후변화 대책은 환경의 의제(agenda)를 훨씬 넘어 경제외교사회문화 등 모든 것을 포함하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당연히 각국의 환경부장관뿐만이 아니라 대통령들조차도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죠. 그렇기 때문에 파리협약은 교토의정서와 달리 국제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는 완전히 기후 문제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분명한 의의가 있습니다.”

 

 

규제 만능의 국제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코로나19 사태는 국가들로 하여금 국민의 생존과 경제회복을 우선시하는 위기 체제에 돌입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리협약은 유의미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제법적 위상을 가질 수 있을까. 협약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 가해지는 제재나 불이익 없이 파리협약은 코로나 시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도 그러한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기후협약에 있어 모든 국가들에게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종류의 위상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이상적인 생각입니다. 따라서 국가에 가해지는 제재나 불이익이라는 측면에서 국제법의 효력을 검토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오류입니다. 굳이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국제법은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는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역사적 사실로 증명돼 왔습니다. EU의 국경세 조정은 온실가스를 많이 생산하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품의 대량 수입을 세금을 통해 막으려는 규제 중심의 정책이었지만, 실효는 별로 없고 국가 간 분쟁의 위험을 낳았습니다. NAFTA에도 환경에 대한 조항이 있지만 이를 통한 국가의 분쟁 조정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따라서 앞으로는 기존에 있는 법률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국제법, 또 다른 차원의 국제법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규제에서 벗어나 국제법의 차원을 새롭게 사유한다면, 바라보면 파리협약은 분명한 국제법적 위상과 효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미온적 태도를 가지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개발안을 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교토의정서 때 온실가스에 관한 정보 제출을 꺼렸던 개도국들은 파리협약 이후에 경쟁적으로 감축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파리협약이 이에 대해 경제적이고 기술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기반 자금이 될 수 있는 자본을 직접 제공하기도 하고, 고급기술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경제 성장을 독려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이 경제 성장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공적영역(public sector)과 사적영역(private sector)이 모두 자발적으로 나서게 되고, 자연스럽게 효력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코로나 시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파리협약이 나름대로의 충분한 위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이상기후 그리고 코로나 시대의 전망

미국의 트럼프 정권은 여전히 파리협약과 기후변화 대응에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202011월 초에는 미국의 파리협약 공식 탈퇴가 예정되어 있다. 미국의 탈퇴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인해 달라질 국제기후협약과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의 전망을 어떻게 예측하는지, 그러한 전망 속에서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먼저 얘기해두고 싶은 것은,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정치인들이 결코 미국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은 한국과는 다르게 중앙집권적이지 않고 사적영역이 굉장히 발달한 국가입니다. 트럼프 정권은 대선 시기부터 파리협약으로 인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환경 문제라는 정치적 의제로만 생각했기 때문이고, 그것은 민주당의 전유물이라는 관점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적영역에서는 이러한 트럼프 정권의 오판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고 파리협약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각자의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또한 대선의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트럼프 정권 자체도 결국은 파리협약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입니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서 정치적 정당성을 찾는 국가입니다. 파리협약의 핵심은 저탄소 기술을 확산시켜서 공적영역에서뿐만이 아니라 사적영역에서까지도 자금을 유통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인데, 이를 미국이 포기하는 것은 철저한 모순이죠. 만약 미국이 완전히 탈퇴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들은 파리협약의 취지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파리협약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파리협약은 요건 이행에 있어서 교토의정서보다도 중앙정부 중심으로 구상된 측면이 많습니다. 코로나19 사태도 이러한 성격이 더욱 강화되는 데 일조하고 있죠. 미국의 연방정부가 완전히 등을 돌린다면 분명 상당한 타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파리협약의 효과가 공적영역에 국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협약의 취지를 살려 사적영역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공적영역과 사적영역 어느 쪽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양자를 원활하게 연결해주는 중간그룹의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한국에는 이미 잘 조직된 중간그룹이 있어요. 녹색기후기금(GCF)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이러한 중간그룹이 있다는 것조차 모를뿐더러, 정권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현 정권의 경우 오히려 해외의 그린 뉴딜(Green New-Deal)’ 정책을 수용하는 것에 너무 치중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는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을 수 있을뿐더러, 지나치게 정부 중심으로 가려는 움직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중간그룹의 역할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고 활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이영서 기자 (youngseo92@korea.ac.kr)

■ 최서윤 기자 (seoyoon229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