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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검찰개혁 1년, ‘ 秋 ‧ 尹갈등’에 가려진 정치 철학의 부재를 논하다. 본문

1면/기획 인터뷰

검찰개혁 1년, ‘ 秋 ‧ 尹갈등’에 가려진 정치 철학의 부재를 논하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1. 3. 9. 23:08

홍세화 노동당 전 대표

<검찰개혁 1, ‘  尹갈등에 가려진 정치 철학의 부재를 논하다.>

 

 

 

 

지난 1 27일 추미애 의원이 약 1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법무부 장관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임기 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신설되고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되는 등 치열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던 개혁의 주요 사안들이 대부분 처리되었다. 짧게 본다면 조국 사태 때부터, 길게 본다면 출범 직후부터 공을 들여왔던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이 변곡점을 넘은 셈이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의 인상에 더 깊게 남은 것은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위시한 정부와 검찰의 진흙탕 싸움이었고, 이로 인해 개혁 자체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저조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문재인 정권의 지난 검찰 개혁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묻기 위해 홍세화 노동당 전 대표를 만났다.

 

검찰 개혁의 정치적 필요성

문재인 정권은 2016년의 촛불 시위와 2017년의 탄핵 정국을 거쳐 탄생한 만큼 어느 때보다 많은 시의적 과제를 가진 정부이다. 그러나 조국 사태를 전후해서는 검찰 개혁이 단 하나의 지상과제로 여겨질 정도로 정부는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 정권이 이렇듯 검찰 개혁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현 정부가 검찰 개혁에 집착하는 이유는 정치권력 투쟁의 자연스런 생리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권이 처음 들어설 당시만 해도 최저임금 문제, 비정규직 문제, 부동산 문제 등 이전부터 거론됐던 사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경주했습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결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고, 특히 전태일 3법을 비롯한 노동법 개선 문제 등은 국민들이 이 정권에 기대하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개혁을 밀어붙여야 할 정치가들과 행정가들 사이에 무기력과 무능력이 팽배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쉽고 확실한 것을 찾게 된 것이죠. 

비검찰 계열 출신인 현 정권에게 있어 검찰 개혁은 정당성과 명분이 있는 과제였고, 국민들의 반감이 분명한 만큼 자신감도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지난 총선 결과로도 알 수 있듯이 현 민주당 정권은 정치권력 투쟁에 굉장히 능숙한 집단입니다. 검찰 권력의 축소는 다른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들과는 달리 지배정권의 직접적인 권력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했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이 분야야말로 국민들에게 확실히 어필할 수 있으면서도, 잘 해낼 수 있고, 명확한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러 시대적 과제들이 검찰 개혁 일변도로 수렴된 것은 명백히 현 정권의 권력 지향적 태도와 정치 철학의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며, 검찰 개혁의 중요성이나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개혁의 전제조건이 된 윤석열 제거

개혁 과정에서 정책 내용보다는 유독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개인사가 화두였다. 이 때문에 지난 1년 간 벌어진 정부와 검찰의 갈등이 의제와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비방과 공격일 뿐이었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되었다. 왜 국가적 문제가 이렇듯 사사로운 감정싸움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는지, 여기에서 드러난 이번 검찰 개혁의 한계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추미애 전 장관은 비검찰 계열 출신 법조인이자 문재인 정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이고, 윤석열 총장은 검사 경력만 25년이 넘는 베테랑으로 두 사람 모두 각 집단에 대한 뚜렷한 대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중요한 개혁이 사사로운 감정싸움처럼 비춰진 것은 정권 측에서 윤석열 총장 개인을 제거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개혁 과제는 중요치 않고 마치 윤 총장만 축출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초점이 윤 총장과 추미애 전 장관의 도덕성과 개인사에 맞춰지게 됩니다. 논란이 됐었던 징계 처분은 정권의 의도를 잘 보여줍니다. 작년 겨울 추미애 장관의 징계 재청과 대통령의 재가로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을 처분했지만, 사법부에 의해 8일 만에 다시 직무에 복귀하게 돼서 망신만 당하고 끝난 적이 있었죠. 이런 무리수까지 불사할 정도로 개혁에 있어 윤석열 제거가 필연적 전제조건이 돼 버린 셈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여전히 정치 투쟁이 의제나 정책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개혁에 있어 시스템이나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 한 사람이 바뀌는 게 더 중요하다는 발상이죠. 이러한 권력 지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은 현 정권의 계급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86세대는 이제 의회정당민주주의의 엘리트로 확실하게 탈바꿈했고, 노동이나 일상생활에 밀착된 제도적 실천보다는 명사(名士)’가 갖는 이름값과 권력을 우선시하게 된 것입니다.”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점

검찰 개혁 과정에서 제도적정책적으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됐던 것은 역시 공수처 설치 경 수사권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부터 현안으로 시행되는 이 사안들의 필요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문제점과 맹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물었다.  

 “저 역시 검찰개혁은 반드시 완수해야할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검사가 가진 기소독점권 등은 어떤 방식으로든 재분배되어야할 특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 정권이 주력했던 두 사안의 취지 자체는 합당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정부 기관이 가진 권력을 또 다시 다른 정부 기관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죠. 지금 검찰 권력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진 것은 역사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이승만 정권 당시 식민 지배의 여파로 경찰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했고, 이들의 방해에 의해 반민특위와 같은 해방 이후 중요한 과제들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당시 정권이 검찰에 과도하게 힘을 몰아 준 것인데 그것이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것이죠. 이러한 역사적 교훈은 기관 중심으로 권력을 재분배하는 것이 미봉책일 뿐만 아니라, 더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해줍니다.

이 때문에 저는 다른 권력 기관을 통해 검찰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적 차원에서 통제가 이뤄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프랑스 같은 경우 5년 이상 활동한 시민단체에게는 공소권을 부여하고 있고, 일본 또한 시민이 기소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국도 점차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단순히 기관 차원에서 권력이 이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권력의 진정한 분배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

 

개혁을 위한 정치 철학의 필요성

이번 검찰 개혁은 그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본래 목적이었던 검찰 힘 빼기만큼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검찰의 권력 축소라는 측면에 한해 평가한다면 이번 개혁의 실효성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저는 이번 개혁 과정이 아무리 실효성이 있었을지라도 권력의 구조 자체를 깊이 고민하는 철학이 있다면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특권화 자체를 절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근본적인 존재에 대해 깊이 고민하여야 하는데 현 정부는 검찰 집단을 공공성을 지키는 보루로서 바로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정치검찰이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깎아내리려고만 했습니다. 시대와 정의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가시적인 권력 쪼개기만 이뤄지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조국 사태가 일어났을 때, 정부는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反윤석열, 反검찰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사건의 옳고 그름, 진실과 허위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만드는 호오감정에 유의하여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권력의 부패, 기업의 부패, 공공성의 붕괴와 같은 사태를 막는다는 검찰의 존재 이유마저 부정되고, 정부와 언론에 의해 '적폐'라는 프레임만 남용되는 현실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이번 정권은 대대적인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정권이고,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개혁의 기회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회를 정치 싸움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권력의 본질과 성질 자체를 화학적으로 사유해야 할 때인데, 여전히 권력을 물리적으로 쪼개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죠. 이렇게 쪼개진 권력은 시대와 정의에 대한 철학이 없다면 언젠가 다시 뭉치고 특권화될 것입니다.”

 

검찰 개혁의 남은 과제

추미애 전 장관이 물러나고, 문 정권의 임기도 절반을 넘어서면서 검찰 개혁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1 28일 임명된 박범계 장관도 절차적 정의보다는 실체적 정의를 중시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발언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개혁의 중요한 의제는 무엇인지 물었다. 

 “이번 검찰 개혁은 법조계 카르텔 전체를 검찰만의 문제로 국한하려는 데 오류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검찰을 자체를 바로 세우면서도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법사위, 국회, 로펌 등 법조계 카르텔 전체를 개혁하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법조계는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두텁고 기득권화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앞으로 남겨진 중요한 과제이며, 그러려면 실체적 정의 절차적 정의든 검찰을 포함한 법조계만이 이를 이끌어나간다는 사고방식에서 국민과 법조인들 모두가 벗어나야 하겠습니다. 

프랑스 제3공화국 시대에서도 법률가들이 사회를 주름잡았습니다. 이런 시기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법률가의 권력이 팽배해져 있다는 현실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문제인지 직시해야 합니다.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지금이야말로 법률가에 의한 사회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서 기자 youngseo516@naver.com

황지원 기자 h950301@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