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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어느 시간강사 엄마는 킹크랩을 좋아한다. 킹크랩이 비싸서 좋아하는 건 아니다. 크게 맛있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단지 킹크랩 다리에서 두툼한 살이 나오는 게 좋다고 한다. 엄마가 킹크랩을 먹는 방식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약간 독특하다. 엄마는 손을 잘 쓴다. 젓가락과 킹크랩용 포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식사가 끝나면 손에 게 냄새가 지독하게 밴다. 본래 엄마의 식사에는 손이 쉽게 사용된다. 최근 집에서 해물탕을 먹었을 때도 그랬다. 냄비 국물 안에 국자가 빠졌을 때도 손이, 국물 바깥으로 삐져나온 꽃게 다리를 집을 때도 손이 들어간다. 꽃게를 손으로 들고 먹으니 국물이 손에 줄줄 흐르고 식탁에도 뚝뚝 떨어진다. 나는 최대한 손을 사용하지 않는다. 젓가락, 숟가락, 포크를 사용한다. 음식이 손에 닿..
나는 강사 출신 직원이다. 계약직인데 너무 바쁘고 힘들다. 돈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일이 많다. 종일 격무에 시달리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들어와 간신히 책 본다. 사실 피곤해서 책도 잘 안 들어온다. 잠을 줄여볼까 했는데 며칠 시도하다 포기했다. 잠에 진 빚은 어떻게든 갚아야만 했다. 점심 먹고 꾸벅꾸벅 졸다 눈치 보여 죽는 줄 알았다. 결국 평일 공부량은 극빈이다. 돈은 많아졌지만 논문을 쓰기 위한 시간은 대폭 줄었다. 마음 잡고 공부할 수 있는 건 주말인데, 덕분에 사람을 아예 못 만난다. 나는 폐쇄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강사 시절에 벌었던 돈은 끔찍했다. 월세 내기도 힘들었다. 한 칸짜리 방에서 7년을 살았다. 어떻게 해도 돈 모으기 어려웠다. 월세, 각종 세금, 기타 생활비. 모든 것이 빠듯했다..
대학원 생활은 나를 새로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내게 그토록 깊은 인내심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굴욕, 수치, 모멸감, 처박히는 자존감... 이유를 상세히 밝히는 건 어렵다. 익명이니 마음대로 쓰고 싶었는데 글이 안 나온다. 나는 판옵티콘의 죄수인가. 왜 내 사회적 관계를 의식해야 하지. 좀 억울하다. 여기서도 억울해야 하다니. 그게 나라는 존재, 약자, 우리의 처지인 것 같다.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학위를 받을 무렵에는 의기양양했다. 계획이 있었고 실현될 것 같았다. 나는 그럴듯한 논문을 썼다. 모교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현실의 장벽은 높았다. 한 강의를 배정받았다. 첫 학기에 번 돈은, 그러니까 반년 동안 번 돈은 대략 300만원 정도였다. 300만원. 300만원을 벌려고 청춘..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 영화, 드라마들은 대개 우리에게 디스토피아적 전망을 보여주곤 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영역들에 기계화‧자동화가 도입된다면? 지금보다 더 대면 소통이 줄어든다면? 계층 간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권력의 작동 양상이 더욱 치밀해진다면? 환경 파괴의 수준이 더 많은 생명체를 위협하는 데 이르게 된다면? 인공지능이 인류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단계에 도달한다면? 낯설어 보이는 풍경들은 사실 현 사회의 부정적인 면면들이 가속화‧극대화된 결과를 상상한 것에 기반하고 있다. 다만 천천히 흘러가는 시계바늘을 빨리 돌린 덕에 그러한 변화들이 우리의 삶과 인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할 과정이 생략되어 있을 뿐이다. 온라인 강의의 전면화는 막연하게 그리던 미래 사회의 한 풍경이 과정을 생략..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세는 요즘 들어 조금 누그러지고 있는 듯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과 이후의 삶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고 또 앞으로 더 달라질 듯하다. 주변에서 녹화 강의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동료 연구자들이 많다. 학교 당국은 강의를 제작하고 편집하고 관리하는 일련의 노동, 그러니까 대면 강의를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발생하게 되는 제반 비용을 강사 본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강의 준비에 쏟아야 할 시간이 못해도 두 배는 늘었다고 한다.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채 장시간 떠드는 일이 그 자체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동료 연구자들은 몸으로 느끼고 있다. 강의 도중 호흡곤란이나 그에 준하는 증상을 느꼈다는 경험담을 어렵지 않게 듣는다. 16년 전부터 인문학 강좌 플랫폼에서 판매하던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