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코로나19 #
- 애도의애도를위하여 #진태원
- 쿰벵
- 선우은실
- 시대의어둠을넘어
- 518광주민주화운동 #임을위한행진곡
-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 임계장 #노동법 #갑질
- 권여선 #선우은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김승옥문학상수상작품집
- 수료연구생제도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n번방 #코로나19
- 알렉산드라 미하일로브로나 콜른타이 #위대한 사랑 #콜른타이의 위대한 사랑
- 쿰벵 #총선
- 5.18 #광주항쟁 #기억 #역사연구
- 심아진 #도깨비 #미니픽션 #유지안
- 공공보건의료 #코로나19
- 항구의사랑
-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 BK21 #4차BK21
- 산업재해 #코로나시국
- n번방
- 고려대학교언론학과 #언론학박사논문 #언론인의정체성변화
- 국가란 무엇인가 #광주518 #세월호 #코로나19
- 미니픽션 #한 사람 #심아진 #유지안
- 죽음을넘어
- 한상원
- 김민조 #기록의 기술 #세월호 #0set Project
- 보건의료
-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염동규 #자본주의
- Today
- Total
목록2면/강사 칼럼 (37)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인문사회계열의 대학 강사라는 직업은 주변의 많은 사람을 걱정시킨다. 본업을 가진 사람이 겸직으로 대학에서 강의한다면 꽤나 근사한 모습으로 비추어지기도 하지만, 대학 강사가 업이 되면 빛 좋은 개살구 취급을 받기 일쑤다. 예전과 달리 정보공개청구라도 받은 양 이 직업의 신비주의가 모두 벗겨진 지금, 빛 좋은 개살구도 되지 못하고 땅바닥에서 구르며 짓이겨진 개살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대학 강사의 전형적 모습이 ‘아직’, 그리고 어쩌면 영원히, 직업적 안정을 얻지 못한 데다가 사회적 나이에서도 뒤처진 탓이다. 여느 직종과 다를 바 없이 대학 내 교수자의 고용 형태 역시 점차 세분화되었고, 사회적 특권층의 대표적 직종 가운데 하나인 ‘정교수’로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은 점점 더 제한되고 있다. ..
열정페이, 배움의 기회인가? 나는 박사급 연구원이다. 꽤 오랜 기간 강의를 해오고 있고 아직도 비전임을 벗어나지 못해 연구원으로 남아있다. 어쩌다 내가 박사까지 공부하게 됐을까를 생각해보니, 초‧중‧고 시절에는 꽤 공부를 잘했고 그래서 남들 다 가고 싶다던 SKY에 장학금 받고 갔고, 학부를 졸업하고 보니 주변에 석사 공부를 시작한 동기나 선배들의 모습에서 내 안의 새로운 학구열이 스멀스멀 올라와 불을 지폈다. 그렇게 석사를 했다. 근데 거기까지는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거기까지만 했어야 했다. 석사를 마치고 바로 박사 진학을 하지 않고 사회로 나가 다른 일을 하면서도 박사에 대한 생각은 계속 나를 흔들었다. 그렇게 박사 유학을 고민하며 여기저기 발을 걸치고 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때 다른 일을..
#1. 나는 만학도이다. 모든 이들의 학업 과정은 다양해 누구는 대학 졸업 이후 당연한 수순처럼 다음 단계로 진학하지만 나와 같이 결혼생활 이후 자기 정체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석·박사과정을 밟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맞벌이 여성들이 그렇듯이 나도 직장과 가정의 업무(?)를 병행하며 겪었던 애환과 회의, 점차 나를 잃어가면서 느끼는 불안으로 30년 후 나의 암울한 미래 모습을 떠올리던 중 40대가 되어 학업을 감행했다.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는 없었다. 수동적인 가정생활에 늘 목말랐던 즈음에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했고, 운 좋게 전공과 관련된 취업으로 재출발을 할 수 있었다. 공부를 시작한 것은 내 삶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임상과 학문이 겸비된 전문..
비나이다 비나이다 저명한 발달심리학자 에릭슨이 말하길, 청년기 발달과업은 자아 정체감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 청년기에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 사람들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들보다 확고한 정체감을 일찍 획득하여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였고, 적어도 진로 정체감에 있어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졸업은 할 수 있을까, 졸업하면 자리는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이 불안감이 목 끝까지 차오를 때면 ‘나 지금 뭐 하고 있지? 괜히 시작했나?’ 하는 생각을 수천 번도 더 했을 것이다. 그럴 때 옆에서 잘하고 있다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고 토닥여주는 선배가 있다면 다행..
대학 강의실에서 처음 학생들을 만났을 때 나는 서른 중반이었다. 가르치는 내용도, 가르치는 방법도, 가르침이라는 행위도 아직 내 것이 아니었던 때였다. 배워본 적 없는 그 일들을 터득해가는 과정은 짜릿하기도 했지만 매우 고된 노동이었다. 그래서 첫 학기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이 나에게는 없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강의 교재를 읽거나, 강의 자료를 만들거나, 머릿속에서 강의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내 앞에 앉아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어떤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고, 무엇을 생각하고, 이 강의실에서 무엇을 즐거움으로 느끼고 무엇을 곤혹스럽게 느끼는지 알고 싶었다. 그들을 알고 나면 가르침이라는 행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꽤 오랜 기간 몸 담고 있는 이곳에서 맞이하는 봄은 꽃으로 점철된다. 서관 앞 미목(미친 목련)으로 시작해 진달래, 개나리와 벚꽃이 휘날리고 수수꽃다리 향이 여기저기서 단내를 풍기며 이공대 동산에 철쭉이 붉게 물드는 그 계절의 아름다움을 꽃으로 느끼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4월 초순의 날씨가 유난히도 덥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벚꽃 사진이나 찍을까 하고 캠퍼스를 돌다가 목련도 개나리도 벚꽃도 수수꽃다리도 철쭉도 우후죽순 동시에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개화 시기가 다 같다고? 그럴 리가… 특히나 목련이랑 철쭉이?’ 내가 대학 신입생이던 시절에는 철쭉이 5월 초에 개교기념일 가까이 되어서야 피었다. 혹시나 내 기억의 오류인가 싶어 복구한 싸이월드 사진첩을 뒤지니 십여 년 전 5월의 사진에서 중앙도서관 앞 ..
우연히 길을 지나가다 ‘3대째 운영 중’ 같은 홍보용 문구를 발견하거나, 여러 매스컴을 통해 몇 대째 가업을 이어 한 분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접한다. 방송용이든 진심이든 그들은 그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았다. 얼마 전에는 국내 굴지의 자동차 그룹에서 채용 문제가 있었다. 노조 측에서 정년 퇴직자와 25년 이상 근속자 자녀의 우선채용을 사측에 요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현대판 음서제’의 부활이라고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기사를 접한 나의 첫 마음은 “얼마나 만족스러우면 자식에게도 물려줄 생각을 할까”였다. 나는 현재 실용 학문을 가르치는 강사면서 그 학문의 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이기도 하다. 연기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가 되었을 때 ‘무대에..
2021년 1학기, 생각지도 못한 우연한 기회로 교수자로서의 내 이름을 건 첫 강의가 개설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맡았던 수업은 다양한 실험·실습을 진행하는 강의로 수업을 시작하기 전 준비할 사항이 많았다. 매 차시 진행되는 실험에 필요한 시약, 기구 등 물품을 구매해야 하고 사전에 예비 과정을 통해 수업에 필요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련의 준비를 해야 했다. 나는 박사과정 막바지에 수업을 맡았고, 대학원 과정 중 수년 간 단련된 조교 경험으로 해당 실습비의 지출 결의 등 필요한 과정을 잘 알고 있어 준비를 위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실습 수업의 경우 대부분 수업조교의 도움을 받지만, 디테일하게 지시할 경우 암묵적으로 까다롭다는 교수자로 인식되어 조교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종종 보았기에 나처럼 경험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