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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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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기자 칼럼

대체육을 대체할 수는 없을까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3. 15. 20:21

어느 순간부터 삼일절이나 경칩이 아닌 개강으로 3월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추운 날씨 속에 ‘3월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황량한 들판에 올라오는 푸른 새싹을 발견하면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이 체감된다. 또 이쯤 시장, 마트, 각종 온라인 마켓의 추천상품으로 올라오는 봄나물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왔다는 사실이 상기된다.

 한국만큼 다양한 나물을 식재료로 쓰는 국가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냉이, 달래, 쑥 등 익숙한 나물부터 원추리, 제피, 가죽, 찔레순, 쇠뜨기 등까지 평소에 이름을 접하지 못했을 뿐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이전에는 시장에서 할머니들이 야산에서 직접 뜯어와 한 바구니씩 담아 파는 다양한 나물을 볼 수 있는 재미가 흔했지만, 도시화를 거쳐 마트가 등장하고 산업화를 통해 재배가 쉬운 나물들이 매대를 채우면서 이러한 흔적은 점점 자리를 감추기 시작했다.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프로젝트 여러 번 진행하면서 대체육, 비건 등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 중 대체육의 최신 발전 수준에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처음 대체육을 접했을 땐 채소로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신선함에 놀라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미리 언급하지 않으면 전혀 분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이러한 식품을 자주 접할수록 ‘결국 대체육 역시 가공된 채소식품에 불과한데, 왜 채소 그대로를 즐길 수 없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이에 각종 조리책을 한참 찾아본 결과 그 이유는 간단했다. 대부분은 데치고, 볶고, 무치는 등의 조리법 등이 많고 채소 자체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이 한정적이었다. 뭔가 다른 방법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사찰음식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고 1년간 공부하며 수강생들에게 수강 동기를 묻자 생각보다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시작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의 신념을 넘어 지속가능성의 관심으로 퍼져나가는 비거니즘의 유행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 서구화된 비거니즘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종종 들곤 한다. 한 식품명인께선 “시장의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시면 음식 박물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나물에서 비롯한 다양한 한국형 채식 정보는 여전히 구전으로 이어질 뿐 체계화된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보인다. 유행하는 비거니즘은 해외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가 지닌 기존의 장점을 챙기지 못하는 진보는 후퇴와 다를 게 없다. 대체가 아닌 채소 자체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비건 제품들을 어서 만나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연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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