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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사랑과 실험의 나날들 본문
사랑과 실험의 나날들
조수아 기자
2022년도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나는 여전히 이 시대가 어색하다. 2020년대라는 건 정말 공상과학만화에서만 보던 숫자였으니까. 우주선 모양의 건물과 비행하는 자동차, 그 사이에서 인간 대신 일하는 로봇. 외계인 형상을 한 주인공은 건물 가장 꼭대기 위에 편안한 상태로 앉아 버튼을 조작할 뿐, 그 외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가끔 만화의 장면이 전환되는 부분에서 과학 기술이 모든 이해관계를 뛰어 넘어 서로가 서로를 아프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런 것쯤은 이제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열심히 말하곤 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이런 종류의 만화를 읽으면서 미래를 상상해 왔고, 수많은 과학자들의 예언과 과학상상화를 그리던 어린이들의 소망에 의하면, 2022년은 그런 시대여야 했다.
그러나 우리가 목도했듯, 2022년은 그런 유토피아가 아니었다. 예상조차 못했던 팬데믹으로 세계가 닫혔고 서쪽에서는 전쟁이 일어났다. 나의 경우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드나들었던 도쿄에 가지 못하게 되어 실망하는 날들이 많았다. 극도로 발전된 세상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왜 아직까지도 나는 실망하고, 무너지고, 슬퍼하는 걸까. 유년의 만화에 이런 건 나오지도 않았다. 우리가 바랐던 미래 역시 이런 식은 아니었다. 하루 바이러스 확진자가 십만 명이 넘고 사망자는 천 명이 넘어갈 때, 요코하마에 정박되어 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그토록 아름다웠던 크루즈가 바이러스 배양선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 나는 더 이상 미래를 상상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러한 결심과 무관하게, 일본이 마침내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는 소식에 내 마음은 크게 동요했다. 어쨌든 나는 가야만 했다.
누군가 내게 도쿄가 왜 그렇게 좋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냥 ‘그곳에 가면 벅차오르는 기분이 든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다소 무책임한 답변이지만 그 이상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나 역시도 알고 싶다. 대체 이 도시가 무엇이길래 나에게 이런 감정과 감각을 주는지. 왜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 가면 유년시절 읽었던 만화 속의 미래도시가 겹쳐 보이는지. 그리고 그것을 보면 왜 눈물이 날 것 같은지. 뻔하디 뻔한 도쿄타워의 주황 불빛을 보면 왜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찾은 마음이 드는지. 검은 먹으로 휘갈겨진 한자, 어두컴컴한 골목이 섬뜩하다가도, 그 골목 사이를 달리는 전차나 오래된 꽃들이 피어 있는 공원의 표지판 같은 것들을 왜 가만히 바라보게 되는지. 나조차도 의문이다. 아마 그 불가해한 마음을 증명하기 위해 계속 도쿄에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도쿄를 떠나 온 지금까지도 신주쿠 한복판에 걸려 있던 전광판의 문구가 잊혀지지 않는다. “미완성인 채로, 오늘을 살아간다(未完成のまま、今日をゆく)”. 미래의 모습이 어떠하든 나는 이 실험을 그만두지 말아야지. 언제까지고 사랑이 계속될 수 있기를. 정말 나는 그것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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