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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수국과 코스모스 본문
사람이 죽었다. 특정 사고를 말하는 게 아니다. 올 한해만 ‘산재’, ‘압사’, ‘침수’ 등 일일이 열거하고 싶지 않은 단어들로 사람들이 계속 사라졌다.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에 누군가는 이에 대해서 진상규명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보다 나의 슬픈 마음을 더욱 애석하게 만든 건 이 사고들을 바라보는 주변 몇몇 사람들의 말이었다. ‘1년에 산재로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왜 유독 저 사고에만’, ‘그러게 왜 그 장소에 가서’, ‘나는 저 장소에 없어서 다행이라는’. 불완전한 안전 시스템을 넘어 구멍 난 시민의식까지 대체 어디서부터 모든 게 꼬인 것인지 그저 허망할 뿐이었다.
‘시민의식’을 사전에서 찾아봤다. ‘시민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태도 또는 마음의 자세’라고 정의하고 있다. ‘생활 태도’나 ‘마음의 자세’ 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객관적으로 설명하긴 쉽지 않다. 물론 나의 태도와 자세 역시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그렇게 여러 생각에 잠식된 채 새벽 2시경 노벨광장을 지나던 중 국화꽃을 들고 분향소를 찾는 두 사람과 마주쳤다. 이 늦은 시간 어떤 이는 모르는 누군가를 추모하기 위해 기꺼이 한 장소를 찾았지만 나는 그저 태도와 자세를 운운하며 비난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일 외에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이 문득 수국과 같다고 생각했다. 수국은 많은 사람에게 그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꽃송이는 사실 가짜 꽃이고 본체는 작고 추해 풍성한 가짜 꽃을 내세워 보호한다. 그 모습이 꼭 견고한 돌성에 자리 잡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보호하며 세상을 그저 한 발치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나의 모습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애초에 누군가를 비난하고 비판할 이유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수국의 계절을 지나 그렇게 성에서 서서히 나오려 노력하던 중 우연히 본 코스모스의 글이 나를 사로잡았다. 코스모스는 여덟 잎이 모인 하나의 꽃으로 보이지만 실은 여덟 꽃이 모여 하나의 꽃을 이루는데, 그렇게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마치 우주와 같아 코스모스(cosmos)라 명명했다고 한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것이 존재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없다. 그렇지만 꽃잎이 모여 우주를 형성하듯 그 속에서 사라진 많은 것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레 잊혀지지 않게 계속 존중한다면 언젠간 더 아름답고 조화로운 우주가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다음 코스모스가 필 때쯤엔 부디 별로 사라진 많은 이들의 존재가 더 아름답게 우주를 빛낼 수 있기를.
김연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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