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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함께 누리는 하늘을 위한 작은 노력 - 도심 속 새와 인간의 공전의 필요성과 방향성 본문

3면/쟁점기획

함께 누리는 하늘을 위한 작은 노력 - 도심 속 새와 인간의 공전의 필요성과 방향성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4. 15. 13:12

기획의 변: 도심 생태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생물 중 조류는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주된 관심의 대상에서는 쉽게 제외된다. 국제 조류보호기구인 ‘버드라이프인터내셔널’(BirdLife International)에 따르면 현존하는 조류종 49%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1,409종은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생태학적인 관점과 문학적 상상력이라는 상이한 견지에서 관찰한 도심 속 조류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의 황대인 센터장과 김복희 시인의 목소리를 함께 들어보았다. 

 

 

황대인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센터장

 

 도시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인공적으로 생성되었지만, 그 장소에서 이전부터 서식해온 생물에 대해선 거의 알지 못한다. 그중 조류는 생태계에서 포식자와 피식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주요 구성원이지만, 현재 도심 속에서는 그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으며 매해 지구온난화·도심 구조물·재개발 등의 요인으로 800만 마리의 조류가 사라지고 있다. 이처럼 사라지는 새의 개체 수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과 도심 속 새와 인간의 공존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아보고자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의 황대인 센터장을 만나 질문했다

 

새를 향한 작은 관심의 시작, 활동가의 탄생

 황대인 센터장은 조류생태학을 공부하고 현재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를 설립해 조류의 보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듯 조류에 대한 깊은 관심이 생기게 된 배경과 본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관해 물었다. 

 “어릴 적부터 제 꿈은 조류학자였는데,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방학이면 서울에서 시골로 놀러 가곤 했는데, 장난감이나 게임 등이 전혀 없던 시절이기에 새집에 있던 새끼 새를 키우는 게 거의 유일한 놀이었어요. 더욱이 제가 살던 봉천동은 관악산이 있는 환경 덕에 다양한 새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가 혜화에서 관악으로 이전하며 토목공사가 진행되었고 일대의 물까치, 어치, 큰부리까마귀 등 산이 주요 서식지이던 새들이 하루아침에 떠나게 되었죠. 어렸을 때 보던 새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고 화가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그 후에도 계속 새를 탐구했습니다. 그 당시 남산도서관에서 유일하게 조류도감을 구비해뒀는데, 매일 도서관에 가 새에 대한 자료를 찾기도 하고 학교가 끝나면 창경원으로 달려가 직접 새들을 관찰했습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했어요. 여느 때와 같이 창경원을 찾았던 날, 갑자기 누군가 새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 사람을 중심으로 새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신기한 광경을 보곤 또래로 보이던 그분에게 “형도 새 좋아해요?”라고 첫 마디를 던졌는데 그렇게 우연히 만난 분이 국내 멸종위기 조류 연구와 멸종된 황새를 복원하는데 앞장섰던 김수일 교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함께 새를 공부하며 수십 년간 김교수와의 인연을 이어갔죠. 

 군 복무 때에도 새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습니다. 지금은 천연기념물 된 맹금류인 황조롱이 새끼를 우연한 기회로 돌보게 되었는데, 공격적인 성격 때문에 길들일 방도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에 김수일 교수에게 편지로 도움을 요청했고 그분의 추천으로 ‘매사냥’이라는 분야를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외국의 매사냥 서적을 공부해 황조롱이를 길들이는 데 성공했고 훗날 부대에서 골칫거리였던 쥐를 매로 박멸해 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표창까지 받았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우리나라 무형문화재인 매사냥까지 이어져 현재는 그 기술을 전수받아 무형문화재 이수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현재 소속된 센터의 명칭은 ‘사단법인 한국조류보호협회 하남시 지회’입니다. 국내 최초로 생긴 조류보호단체의 지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더 의미 있는 일로 발전시키고자 ‘한강생물보존연구센터’를 설립했습니다. 부설 연구 기관으로서 만들어진 이 센터는 2019년도 9월 비영리 민간단체로 창설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새들을 구조·보호하고 증·번식 활동을 돕고 생태환경 교육을 시행하는 등 사람과 새 사이의 친밀도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심 속 새와 인간의 공존 그리고 배척

 도심 속 조류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둥지를 트는 등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왜 이곳으로 모이고 도심에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이에 생태학적으로 도심 속 새의 위치와 인간과의 공존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생태학적으로 모든 동물에게 통용되는 ‘이상자유분포’ 이론이 있습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각 개체에 이로운 쪽으로 몰리게 된다는 것이죠. 사람이 도시로 몰리는 것은 직장이나 학교와 같은 생활 편의시설이 많기 때문인데, 동물들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유인 자원은 당연히 먹이입니다. 하남시를 예로 들어 이상자유분포 이론을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저는 하남시가 개발되기 전부터 근처에서 살아왔고, 계속 탐조활동을 해왔기에 지역의 변화를 꾸준히 지켜봤는데요. 불과 7~8년 전에만 해도 논밭이었던 곳이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수많은 건물들이 들어섰고 인구가 팽창되며 새들이 사라져갔습니다. 그러나 절벽과 같은 기존 자연환경의 역할을 아파트와 같은 고층건물이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새들은 아파트 베란다를 보금자리의 대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죠. 게다가 도시로 쥐, 해충들이 모이며 인간이 만든 장소에 새들의 풍족한 먹이 자원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새가 도심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도심 속 새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새들의 배설물이 미관상 좋지 않고 질병과 위생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새들은 아파트에서조차 살아가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런 새들 역시 많은 이점을 준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국내에 서식하는 새들과 철새들은 도심 속 해충을 줄이는데 큰 기여를 합니다. 또한, 식물의 씨앗, 열매 등 역시 이들의 먹이인데, 섭취 후 배설한 씨앗이 여러 장소로 퍼지며 식물자원이 번식하는 데에도 효과적입니다. 이렇듯 새들이 해충의 수를 줄이고 식물의 성장을 유도하는 등 실질적인 ‘녹색복지’를 실현해주는 것입니다. 새들이 가져오는 이점을 생각한다면 위에서 말한 문제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하지만 새들이 없어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생태계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결국, 인간과 새의 공존은 모두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협받는 새들, 다양한 원인의 혼재

 매년 환경문제, 도시개발, 종(種) 간의 충돌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도심 속 조류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감소의 원인들은 어떤 것이 있으며, 그 해결책은 무엇일지 물었다.

 “우선 새들이 감소하는 가장 큰 문제로 지구온난화를 부정할 수 없습니다. 현재 500종이 넘는 새들이 우리나라에 서식 중이며 그중에 15% 정도만 이동성이 없는 텃새고, 나머지는 철새입니다. 하남시의 경우 대표적 철새인 ‘큰고니’의 도래지입니다. 매 겨울 탐조를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 장소 중 하나지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그 서식지가 점점 북상하게 되고 지금은 이전에 관찰되지 않던 장소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또한, 새들의 이동에 비해 유충들의 발생 시기마저 빨라지면서 먹이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구온난화에 비하면 작은 문제이지만 역시나 심각하게 대두되는 문제 중 ‘길고양이’와 ‘방음벽’이 있습니다. 우선 길고양이는 이들의 먹이 중 하나가 새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실 이 자체는 생태계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길고양이의 개체 수가 폭등하고 있다는 것이 실질적인 문제입니다. 길고양이의 개체 수가 늘어나는 만큼 그들이 사냥하는 새의 수도 늘어납니다. 특히 낮은 지대에 둥지를 마련하는 새들은 더 많은 영향을 받죠. 이 문제와 관련해선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외로 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줄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고양이를 직접 입양해 책임감을 갖고 기르기 시작하면 이에 대한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고양이에게 음식을 주고, 임시 집을 만들어주는 등의 연민만 표할 뿐 정작 데리고 가지는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개체 수만 끝없이 늘어가고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유기견과 유기묘를 여럿 기르고 있는 입장에서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러한 인간의 책임 없는 연민은 생태계의 다른 한 쪽에서는 횡포일 수 있습니다. 개인이나 일부 단체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중성화 수술이나 임시 보호를 하며 입양자를 찾는 실질적인 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더 근본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방책을 실천해야 합니다.

 방음벽 역시 새들이 위협받는 큰 문제 중 하나지만 생각보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충돌저감스티커(이하 스티커)’를 통해 새들에게 방음벽이 장애물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주면 됩니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방음벽 일부에 독수리 모양 등의 스티커가 부착된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이처럼 투명한 방음벽을 장애물로 보이게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방음벽의 일부가 아닌 전체에 적용되어야만 합니다. 새들이 일부 구역만 장애물로 인식한다면 그 위치만 피할 뿐 나머지 방음벽은 피하지 못하고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방음벽에 스티커만 부착해도 현 문제의 90% 이상은 해결된다고 장담합니다. 그리고 이는 방음벽뿐 아니라 건축물들의 투명한 유리창도 포함됩니다. 이들에 특정 모양과 그림 혹은 색을 입히는 방법만으로도 이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습니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크게 시행되고 있지는 않아 아쉬운데,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존에 필요한 모두의 관심과 노력

 인간과 조류의 공존을 위해선 개인과 사회 모두의 큰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도의 마련과 더불어 환경 교육의 확대를 통한 인식의 변화 등이 중요한 사안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황대인 센터장의 종합적인 의견을 들어보았다.

 

“올해 6월부터 방음벽 및 건축물의 조류 충돌 피해를 줄이는 활동이 법적으로 의무화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공공 구조물에만 적용되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점이 존재해요. 한국 건축물의 97%는 민간 건축물입니다. 민간 건축물의 경우 거주자가 원하는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해당 법안이 실천되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해당 법안을 민간 건축물까지 적용하기 어렵다면 시민들의 시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도 병행돼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지자체에서 본 문제의 심각성을 좀 더 인지할 필요도 있습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한 기업과 방음벽 스티커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기업 이미지를 프린트로 채택하는 대신 설치에 드는 전 비용을 지원받기로 확정된 상태였고, 지자체의 승인을 기다렸지만 끝내 허가받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에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새들은 결국 설 자리를 잃고, 그들이 가져다주는 환경의 다양성과 이익 또한 잃어갈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저 역시 여러 방면에서 노력 중입니다. 실제로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조류 관찰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는데요, 본 프로젝트는 아파트 베란다에 부착용 새집을 보급하는 활동입니다. 새집 안에는 이를 관찰할 수 있는 카메라가 사물인터넷과 연계되어 있어 자신의 집에 사는 새를 관찰하고 타인과 공유할 수도 있죠. 이는 환경교육적 측면에서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친구 집 새의 종류는 무엇이고, 어떻게 성장하고, 모습은 어떤지, 우리 집 새는 어떤지 서로 공유하면서 새와 생태계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나아가는 겁니다. 마치 제가 어렸을 때처럼 말이에요. 생태계를 지키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빼앗은 원래 그들의 것을 조금씩 양보해서 돌려주고, 약간의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더 나아가 조류학에 대한 인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조류학계는 다른 생물학계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고, 그 규모로 인해 한정된 연구에 머무르게 됩니다. 실제로 큰고니, 황새, 두루미 등 주요 조류로의 연구 편향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주류인 조류들은 후순위로 밀리고, 그만큼 지원되는 자금과 연구진 또한 주요 조류들과 비교시 극심한 차이를 보이죠. 잘 알려지지 못한 새들과 미기록종들은 오히려 환경운동 단체, 유튜브 콘텐츠 기획자 등 아마추어 연구자들의 활약으로 알려질 때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연구활동의 지원과 아마추어 연구자들을 위한 교육 기반을 마련해주고 정식 연구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계기와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연 기자 wjddus624@naver,com

김연광 기자 dusrhkd99@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