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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독서의 계보를 훑으며 문화의 풍경을 복원하다 본문
천정환(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대한민국 독서사: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서해문집, 2018
Q1 : 박사학위 논문부터 현재까지 독서사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독서사 뿐만이 아니라 (신)문화사 연구 전반에 걸쳐 활발하게 성과를 내고 계신데요. 처음에 어떻게 문학을 전공하시게 됐고, 어떤 계기로 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 일반적으로 인문학 공부를 전공하시는 분들처럼 저도 어렸을 때부터 독서와 문학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지향이나 희망도 갖고 있었어요. 더군다나 제 청소년기에는 문학이 가지는 사회‧문화적 위상과 기능이 지금보다 훨씬 높고 클 때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쩌다가 이과 학과에 진학했지만 ‘반수’를 하면서 한국문학으로 전공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문화사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제가 문학을 전공하던 시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저는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중반까지 학부를 다녔는데요. 이때는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사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던 시기입니다. 공산주의와 동구권이 몰락했고 신자유주의가 새롭게 탄생했죠. 한국은 ‘민주화’의 급물살을 탔고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한국 문학을 공부하다 보니 사회과학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것이 문학의 존재조건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문학 그 자체는 물론 문학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 사람들이 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책을 쓰고 읽게 되는지, 무엇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게 되는지 등 한마디로 메타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문화사를 공부하게 된 것 같습니다.
Q2 : 책의 첫머리에서 ‘독서사’와 ‘독서문화사’를 중요한 개념으로 설명해주고 계신데요. 최근 학계에서는 이런 문화사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분야와 역사학 분야 중 어느 쪽 연구에 속하는지도 언뜻 알기 어렵습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독서문화사가 무엇이고 어떤 의의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 문화사라는 것은 문학과 역사 사이를 오가며 많은 내용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 분야 자체를 간단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방법론이나 관점 같은 것들이 통상적인 제도적 범주화 바깥에 있는 것도 분명 사실이고요. 그렇지만 막상 연구한 내용을 보면 굉장히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문화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한 것이고 문화사는 그 역사를 다루기 때문이죠.
아주 쉽게 말하면 독서문화사란 ‘누가‧어디서‧언제‧어떻게‧왜‧무엇을 읽어 왔는가’에 대한 연구, 또 그것의 역사와 변천에 대한 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화사는 원인과 결과의 역사가 아닌 맥락의 역사입니다. 어떤 사태와 현상의 원인과 요소들은 그 자체로 복수며, 처음부터 정해진 벡터(=힘+방향)와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예측불가능한 상호작용에 의해 인과의 과정에 개입합니다. 독서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테면 출판업의 발달과 독서는 계속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습니다. 출판 기술이나 마케팅이 발달하면서 독서 관습이 변화하기도 하고, 독서의 수요가 증감하거나 범위가 넓어지면서 출판업이 변화하기도 하죠. 그래서 독서 문화사는 지성사‧출판사‧문학사‧미디어사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를 수 있고 또 그래야 합니다. 독서 문화에 작용하는 여러 메타적 조건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니까요. 물론 그 메타적인 변화들 속에서도 독자나 책이 가진 독자성과 주체성은 또 어떻게 변화해가는지도 꼼꼼하게 살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렇듯 거시사와 미시사와 문학을 함께 아우르면서 역사의 일부를 구성해가는 것이 독서문화사의 의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3 : 이 책은 정치‧경제‧사회 등의 시대 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물적 증거인 ‘베스트셀러’의 ‘문화’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스테디셀러 문화’도 함께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해주고 계신데요. 두 영역이 어떤 차이가 있고 각각 어떤 의미와 의의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각각의 대표적인 예시와 함께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A : 흔히 베스트셀러가 독자들의 욕망과 의식구조를 반영하고 따라서 베스트셀러 문화를 연구하는 것은 곧 그것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베스트셀러는 오히려 독자들보다는 유통자본‧출판‧작가 등 독서 문화에 개입하는 다른 주체들의 욕망과 의식구조를 더 강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베스트셀러 문화를 연구하는 것은 그 욕망‧의식구조와 함께 그것에 영향을 주는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을 함께 분석하는 작업입니다. 베스트셀러는 철저하게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반면에 스테디셀러와 스테디셀러 문화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스테디셀러라고 하면 최소 몇 년 이상 꾸준한 인기를 끄는 책들을 의미하는데, 이 책들에는 확실히 책이 나온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힘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결국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이 없으면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스테디셀러가 오히려 독자들의 보편적인 욕망과 의식구조를 더 반영한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예를 들어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비교해볼까요. 『상실의 시대』는 제 세대가 젊었을 때부터 최근까지도 꾸준히 읽힌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대학생이었던 때에는 전공투 후일담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이 학생운동 시대의 내면풍경을 강력히 반영하고 있어서 인기를 끌 수 있었다면, 근래에는 이와 달리 성장담 그 자체나 로맨스적 요소로 수용되는 듯합니다. 같은 책임에도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인기를 얻는 이유와 수용의 맥락이 완전히 다르지만, 그럼에도 그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반면에 비슷하게 성장 서사를 다룬 『젊은 날의 초상』은 70년대적인 ‘문청(문학청년) 세대’를 상징할 수 있는 확실한 전형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80년대 청년치고 안 읽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였습니다. 제 국문과 동기 중 하나는 이 책을 읽고 국문과에 진학했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과연 이 책을 아는 젊은 세대가 얼마나 있을까요. 이처럼 스테디셀러는 시대를 넘는 보편성과 함께 헤게모니의 구조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보여준다면, 폭발적으로 단기간에 많이 팔리는 책인 베스트셀러는 한 시대의 단면을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테디셀러 중에서도 교과서에 실리는 작품들처럼 권력의 도움을 받는 책들이 있고, 베스트셀러 중에서도 가끔 보편성을 인정받아 정전의 명성을 누리고 있는 책들이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Q4 : 독서사는 문화사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문학사와도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사의 베스트셀러와 문학사의 정전은 일치하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하나의 문화를 창조하고 신드롬을 일으켰던 책들도 대중적‧상업적이라는 이유로 문학사에서 다뤄지지 못한 작품이 많은데요. 앞으로 독서사 연구는 문학사에 어떤 기준과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이 질문에 대해서는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에서 권보드래 선생님이 제시해주신 명제를 먼저 소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류 한국 근대 문학사의 인식론은 대중성의 과소와 과대를 모두 견디지 못한다’는 취지의 말씀이었는데요. 이를테면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같은 경우는 대중적으로 엄청나게 성공한 사례입니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중성은 문학사를 쓰고 그걸로 밥 먹는 계층에게는 불만족스럽고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죠. 이렇게 대중성이 과대한 작품은 문학사에서 정전으로 다루기 힘듭니다. 반면에 대중의 기호에 저항하여 아예 대중성을 포기한 작품 역시 문학사에서 중요하게 언급되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안 읽혔기 때문에 우선 사회적 의미를 갖지 못하고 문화와 독자들에게 미친 영향력을 평가할 수가 없으니까요.
이처럼 문학사는 대중의 사랑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을 수도 없지만, 결코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베스트셀러에 대해 말씀드렸던 것처럼 대중은 한편 권력적 요소들에 의해 쉽게 휘둘리는 것 같지만, 평가에 있어 명백하게 보편적인 기준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독서사는 문학사의 기준에 있어 이렇듯 대중성이 가지고 있는 양가성을 계속해서 고려하고 의식합니다. 이 양가성 자체가 가지는 특수성과 그 영향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문학사에 대해 끊임없이 독자와 매개자, 매체 등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것도 독서사가가 할 일입니다. 이런 요소들은 문학사가들이 간과하기 쉬운 요소들이지만, 총체적인 문학사를 위해서는 절대 빠져서는 안 될 것들이기 때문이죠.
Q5 : ‘책 없는 시대’의 위기를 언급해주셨지만, 독서의 장르와 플랫폼 자체는 끊임없이 확장되는 요즘입니다. 웹소설‧웹툰 등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나오기도 하고, 유튜브에는 책을 읽어주거나 요약해주는 채널이 계속해서 개설되고 있는데요. 2020년 현재 독서의 범위는 어디까지 확장되어 있으며, 앞으로 독서사를 연구하는 방법과 의미는 어떤 식으로 바뀌어갈지 마지막으로 여쭤보고 싶습니다.
A :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고, 계속해서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독서 문화는 이전에도 계속해서 변화해 왔습니다. 그러나 예전에 『근대의 책읽기』라는 책에서 다뤘던 변화가 책과 독서가 처음으로 보편화되면서 동반된 독서의 계층과 범위의 변화라면, 현재는 독서 문화의 구조 자체가 변화하는 상황을 다뤄야 하는 것 같아요. 근대 독서 문화가 새로운 문자문화에 헤게모니와 인쇄 문화의 결합을 통해 이뤄졌다면 지금은 문자문화에 디지털 시청각 문화의 작용이 결정하고 있습니다. 매개 방식이 바뀌면서 문화의 헤게모니 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독(讀)’서, 즉 ‘읽는다는 행위’ 자체를 다시 정의해야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서사를 계속 연구하는 것은 분명히 의미가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새는 책 자체보다 책 리뷰와 같은 ‘북-큐레이션’이 더 많이 소비되는 것 같지만, 이 역시 컨텐츠와 좋은 지식‧정보, 이야기에 대한 수요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계보와 맥락을 돌아봄으로써 새로운 매체와 플랫폼 등을 포용할 때, 계속해서 새로워지는 독서를 다시 정의하고 그것으로 문화의 총체적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생각합니다.
■인터뷰 및 정리 : 이영서 기자 youngseo9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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