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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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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면/강사 칼럼

혐오의 시대,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9. 4. 14:14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은 혐오들이 존재한다. 처음 노키즈존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때 받았던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제 노중년존, 노실버존, 노중2, 20대존까지 등장해 노00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세대 간 혐오가 이렇게 가시적인 현상이 된 시절이 또 있었던가? 혐오는 결국 차별을 초래했고, 이러한 차별은 타인에 대한 이해나 배려보다는 배제와 편견을 부추기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양극화와 극단적 개인주의에 대한 문제다.

 나와 다른것을 틀린것으로 받아들이는 이분법적인 사고도 혐오의 시대를 이끈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과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 나의 성적지향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 나와 경제적 수준이 다른 사람 등 나와 다름에 대한 이해를 배척한다. 최근 유행하는 심리테스트인 MBTI의 역기능도 이러한 현상을 대변한다. 16개의 성격유형을 일반화하고 자신과 같은 유형을 가진 사람들이 상황에 대한 대처나 생각이 나와 같으리라 믿으며 다른 유형을 지닌 사람들의 행동도 MBTI를 이유로 단정 짓고 마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과잉일반화는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수용적 태도를 어렵게 하며 편견을 축적하게 만든다.

 이러한 혐오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대학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대학은 지식을 창출하고 미래 사회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는 학문의 전당이다. 이 시대를 이끌고 미래 사회에 기여할 인재라면 단연 혐오의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을 찾을 사람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볼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대학은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첫째, 토의와 토론 수업의 확장이다. 보통 토론과 토의를 혼용하거나 토론이 토의에 속한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토의는 여러 사람이 한 주제에 대해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라면 토론은 서로 다른 주장을 가진 사람들이 논증과 실증을 통해 자기의 주장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활동이다. 공통점은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도 충분히 듣고 이해하며 상대의 주장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수업을 통한 훈련으로 학생들의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둘째,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학문을 바탕으로 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이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론과 근거를 바탕으로 한 타 문화에 대한 정보 전달하고 이와 관련한 현안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학문의 길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 UN이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 4의 양질의 교육에 대한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세계시민의식과 문화다양성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종교, 성별, 젠더, 장애, 민족, 국가 등에서 발생될 수 있는 편견과 차별로부터 맞설 수 있는 지혜의 터전이 필요하다.

 셋째,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실천하는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토의와 토론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고, 문화다양성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실천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교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학생들이 실천을 경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위 세 가지 제안에 대해 다행히 우리 대학은 새로운 대학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교육목표에 따르면, 우리 대학은 공감소통 역량을 포함한 6대 역량을 선정했다. 공감소통 역량은 의사소통과 공감력에 대한 내용으로 토의와 토론을 바탕으로 증진될 수 있는 바, 다수의 수업에서 이러한 역량 향상을 위한 방법으로 앞으로 더욱 토의와 토론을 활용할 것이라 예측된다. 또한, 우리 대학은 자문기구로서 다양성 위원회를 조직하여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을 제안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다양성 소책자 시리즈 <Diversita>를 발간하여 실태에 대한 분석을 다채롭게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공헌원을 통해 우리 대학은 실천적 능력을 고려할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의 노력이 퇴보하는 일 없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교수자의 노력을 기대한다. 혐오의 시대를 종식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