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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함께 쉬는 것의 어려움 본문
함께 쉬는 것의 어려움
어느 시간강사
2학기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는 한가위가 있었다. 이번 연휴는 유독 길었다. 10월 2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9월 28일부터 개천절인 10월 3일까지 연휴가 총 6일이나 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공휴일’은 ‘국가나 사회에서 정하여 다 함께 쉬는 날’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적으로 공휴일에 모두가 ‘다 함께’ 쉬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각종 서비스업 종사자나 의료 종사자, 그리고 명절에도 우리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으니까 배달업 종사자들도 쉬지 않을 것이다.
강사들은 공휴일에 쉬지만 쉬지 못한다. 휴강에는 보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학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휴보강이 생길 경우 휴강 계획서, 보강 보고서 등을 작성해야 한다. 휴강이 생길 경우 별도의 보강 날짜를 잡아야 하는 데다가 이처럼 서류 작업을 추가로 해야 하기 때문에 강사에게 공휴일은 여러모로 반갑지 않은 날이다. 연초에 휴식일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공휴일을 확인하는 누군가와 학기초에 보강을 생각하며 공휴일을 확인하는 강사는 같은 행위를 다른 마음으로 수행할 것이다.
마음 놓고 쉬지는 못하지만, 학기 시작 전 확인할 수 있는 공휴일은 그에 맞춰 수업 계획을 작성할 수 있고 개강 OT에 맞춰 공지도 할 수 있으니 그나마 낫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정해지는 대체 공휴일은 여러모로 강사를 더 곤란하게 만든다. 대체 공휴일로 인해 예정에 없던 휴강이 생기면 강사는 우선 학기 도중에 수업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이때 부담이 되는 것은 미리 정해진 발표나 시험 일정이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처럼 중간고사 전에 휴강이 많아지면 시험 범위 때문에라도 보강을 빨리 해야 한다. 사정에 따라 강사가 이미 정해져 있던 다른 일정을 조정하거나 무리해서 보강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보강 날짜를 잡는 일에는 또다른 고충이 따른다. 수업을 듣는 많은 학생들의 일정을 모두 고려할 수 없기에 보강을 하면 으레 빠지는 학생이 생긴다. 그런 학생들의 출석 처리 관련 문의에 일일이 사정을 고려하며 답을 하는 것도 일거리이다. 앞서 말한 휴보강 계획서, 보고서 등 여러 서류 작업과 수업 일정 조정, 일정 조정에 따른 학생 문의 처리 등을 생각하면 공휴일의 휴식은 조삼모사가 아니라 조삼모육 혹은 조삼모칠 쯤의 일이 되는 것 같다.
휴보강과 관련해서는 정규직 교수와 비정규직 강사 모두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사들은 아무래도 학생들의 강의 평가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밖에 없고, 여러 다른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불확실성에 더 취약할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시간 강사들에게 휴보강의 문제는 장거리 이동을 동반하는 문제이기에 그 어려움과 곤란함은 더 커진다. 또, 지방대 수업의 경우 3학점짜리 수업을 한번에 3시간짜리 수업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한 번의 휴강이 사실상 두 번의 휴강과 같은 효과를 가지게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나의 경우에는 지난 학기 한 지방대에서 월요일 수업을 배정 받았는데 부처님 오신 날 대체 공휴일, 학교 개교 기념일이 모두 월요일이어서 학기말에 종강을 한 주 미루고 6시간짜리 보강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도 나도 힘겨웠던 보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학생은 강의 평가에 수업을 너무 많이 한다고, 수업시간이 너무 길다고 적기도 했다.
공휴일은 현재 2021년 7월 7일에 제정된 공휴일에 관한 법률을 통해 지정 및 운영되고 있다. 이 법률의 제정이유 중 한 가지는 ‘우리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의 하나인 국민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강사에게 공휴일은 쉬어도 쉬지 못하는 날이기에 강사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쉽사리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속한다. 공휴일 휴강은 보강하지 않는 방법은 어찌 보면 쉬운 해결책이 될 수도 있지만, 학생의 학습권이나 학생들 사이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시행되기 어렵다. 하지만 휴보강과 휴식일 문제는 논의거리 자체도 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 학기가 지나도 다음 학기가 돌아오고 마찬가지로 공휴일과 대체 공휴일도 계속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대학사회가 공휴일에 쉴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다 함께 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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