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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한국문학·문화가 나아갈 길을 논하다 본문
6면 학술동향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한국문학·문화가 나아갈 길을 논하다
지난 2015년을 전후로 이루어진 여성들의 집합적·저항적 실천들은 강남역 10번출구 여성 살해사건, 불법촬영, N번방과 데이트폭력 등 여성에게 가해지는 혐오 범죄로 인하여 더더욱 가속화되었다. 광장에서의 촛불집회, 피해자들의 ‘미투(me too)’운동은 젠더의 위계를 문제시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불평등 구조 자체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대표적인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페미니즘의 언어와 실천은 여성-청년들의 자기 경험에 대한 인식론의 틀로써 수용되면서 대안적 질서를 추구하고자 하는 하나의 에너지로 전환되는데, 손희정은 이를 ‘페미니즘 리부트(reboot)’(『페미니즘 리부트 : 혐오의 시대를 뚫고 나온 목소리들』, 나무연필, 2017)라 명명하기도 했다. 페미니즘의 재부상 국면에서 도출된 수많은 이들의 정념과 욕망은 어떤 양상을 띠고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해 지난 10일,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 다수의 연구자들이 모였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의 한국 문학과 문화를 논한 이번 학술대회는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비교문화협동과정연계전공, 동아시아학술원 인문한국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오전·오후 세션으로 발표가 진행되었다. 본지에서는 그 중 몇 편을 뽑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악녀’의 윤리와 그 초과
발표자 이은솔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웹툰과 웹소설에서 ‘악녀’ 서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보고, 그 ‘악녀’ 서사를 둘러싼 여성들의 욕망과 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함께 파헤친다. 발표자에 따르면, 로판 장르 내에서의 악녀 서사는 대체로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을 뿐인 여성을 ‘악녀’로 칭하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것을 기본 축으로 삼는 한편, ①악녀라고 오해받거나 비난받는 여성의 억울함과 피해감을 강조하거나 ②악녀라는 꼬리표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여성의 ‘걸크러쉬’적 면모를 부각하는 두 가지 큰 틀 내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그러나 아예 이러한 로판 장르 내의 ‘악녀’ 표상을 벗어나는 ‘악녀’와, 그럼으로써 독자들의 윤리적 한계를 초과하는 ‘악녀’들도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웹툰 <여자 제갈량>, BL웹툰 <용이 비를 내리는 나라>, 웹소설 <악녀는 두 번 산다>일 것이다. 세 작품은 모두 왕권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 내부의 권력 다툼 혹은 국가 간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기에, 작품 내에서 일상생활 수준의 사소한 악행과는 차원이 다른 대규모의 악업(惡業)이 벌어지지만, 작품 속 인물들에게 현대 한국 사회의 도덕적·윤리적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진다. 특히 세 작품 모두 최근 로판에서 자주 사용하는, 21세기 한국에서 살아가던 인물이 빙의/환생했다는 설정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들 세 작품은 여성 서사를 원하는 독자층을 느슨하게 공유하지만 로판의 ‘악녀’ 키워드와 연결되는 코드와는 이질적인 면을 담아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여자 제갈량>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량, 사마의, 가후, 순욱, 방통, 곽가 등의 책사가 실은 여성이라는 설정에서 시작하며, 수경 선생에게 교육받은 ‘나라 하나를 세울 수도 멸망시킬 수도 있는 재능의 여자 책사’들을 중심으로 삼국지의 주요 에피소드를 풀어나간다. 그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인물은 조조의 책사인 곽가로, 작가는 그녀의 비도덕적·파괴적 성향을 병약한 여성으로서의 무력감과 허망함으로 설명한다. 허무감과 세상(문명)을 향한 일종의 복수심을 안고 살아가는 곽가는 조조를 부추겨 정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더 큰 전쟁이 일어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곽가는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 남성의 감정에 동조해주지 않는 여성이자 작품의 유일한 공식 레즈비언 캐릭터로서 다양한 맥락에서 페미니즘적 요소를 드러내고 있다. 이로 인해 곽가는 <여자 제갈량>의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반면,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페미니스트냐는 질문에 “길게 살 인생 아닌데, 내가 그렇게 재미없게 살아야 하나?”라고 답했다가 독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작가가 결국 사과문을 올리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든 이 사건은 작품이 페미니즘적으로 소비될 때 창작자에게 기대되는 윤리적 기준이 높아지는 현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용이 비를 내리는 나라>는 가상의 제국 라한을 배경으로, 부왕에게 외면당하는 태자 화륜과 저주로 인해 불완전하게 태어난 호국룡(護國龍) 사하라, 이국 출신의 시종인 스우를 중심으로 한 다공일수의 BL웹툰이다. 그 중 화륜의 정적이자 작중 최대 악역인 귀비(소창천)은 얼굴을 가로지르는 큰 흉터가 있음에도 그것을 가릴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황제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다. 귀비는, 여성 인물이 부차적·도구적 역할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은 BL 장르에서 독보적인 서사와 캐릭터성을 보유하여 독자들에게도 더욱 주목받았다. 입궁 후 귀비는 자신의 계획에 변수가 생기는 것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견제할 필요가 없는 후궁이나 황손들을 모두 살해한다. 얼굴에 있는 흉터조차 어린 시절 귀비가 성에 차지 않는 정혼을 파기하기 위해 스스로 상처를 낸 후 정혼자에게 누명을 씌웠던 일이 서사 후반에 밝혀지는데, 이처럼 귀비는 야심을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조차 얼마든지 내던질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런 귀비를 두고 그녀의 큰 오빠는 “네가 어리긴 하나, 이 가문의 누구보다 총명하기 때문이다. 수단이 잔인하고 종잡을 수 없긴 하다만, 네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그것도 장점이었겠지”라고 말한 바 있는데, 여기서 여성이 받는 구조적 차별을 역으로 활용하여 여성이라는 사실 자체로 그 인물의 악행을 축소 혹은 합리화하는 논리가 확인된다. 귀비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 사이에서 꽤나 엇갈리는 편이다. 이는 독자들이 악녀에게 허용하는 윤리적 한계를 초과하는 지점에서 논란이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 그 초과는 캐릭터의 ‘매력’이라는 논점으로 회수되는데, 여기서 ‘악녀’라는 인물형의 경우에는 도덕과 매력을 상호 교환 가능한 자원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악녀는 두 번 산다>는 ‘악녀’라는 키워드가 표제에 등장하는 작품으로, 뛰어난 모략가인 아르티제아가 잘못된 자를 황위에 올린 죄를 되돌리기 위해 신탁을 받고 과거로 돌아오는 회기물이다. 이 작품에서는 여성(=딸)으로서 겪은 차별이 주인공의 성격 형성에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이것이 주인공의 악행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아르티제아는 사랑이나 욕망보다는 속죄와 책임, 충성에 큰 가치를 두는 인물로 세드릭을 황제로 옹립하여 국가의 안정을 꾀한다는 대의 아래에서 권모술수를 벌여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악행을 저지르더라도 대부분 합리적인 이유에서 행하기에 독자들은 주인공을 ‘티아’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작품 전반에서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아르티제아가 황제의 애첩인 어머니를 실각시키기 위해 그녀와 외모가 닮은 어린 여성을 물고문해서 황제의 정부로 만드는, 40화 에피소드가 논란이 되어 독자들의 반발을 사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작가는 “현실 범죄를 연상시키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사과문을 게시하며 논란 직후 해당 에피소드를 순차적으로 수정한다. 에피소드 수정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는데, 대체로 해당 에피소드가 주인공의 책사이자 악녀로서의 캐릭터성을 잘 드러냈는데 수정으로 인해 그 면모가 축소되었다는 의견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의견은 다른 로판 속 악녀와 달리 이 소설이 주인공이 진짜 악녀라는 평가, 악녀가 싫다면 악녀가 제목에 들어간 작품은 거르고 봐야 한다는 충고, 아울러 주인공이 살인을 저질렀을 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포주’일을 할 때만 문제 삼는 것이 이상하다는 의문 등과 함께 제시되었다. 반면 에피소드의 수정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주인공이 과거 로렌스의 부족한 정통성을 보충하기 위해 성녀 리시아를 그와 억지로 결혼시켰던 사실을 후회하면서 또다시 다른 젊은 여성을 희생시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하거나, 살인과 같은 범죄는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지만 성매매는 실감의 정도가 다르다며 현실의 성폭력 사건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해당 사례는 악녀가 주인공인 로판 소설에도 현대의 페미니즘적 윤리 감각을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에 관한 논의를 보여주는 한편, 에피소드 전면 수정이라는 상징적 결과를 통해 로판 속 악녀에게 허용된 윤리적 한계선을 드러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스트의 자기-서사 쓰기와 애도
발표자 장준영은 타자, 돌봄, 관계의 경계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재서술하는 성실한 아이러니스트 작가 임솔아와 그의 작품에 대해 논한다. 아이러니스트 작가란, 우연성을 감각하는 자이자, 현재에 대한 완벽하고 정당한 서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오직 다시 쓰기만을 감행하는 ‘재서술’의 주체다. 임솔아는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 연대, 돌봄 등에 ‘실패’라는 판정을 내리지 않고 그 수많은 실천적 움직임에 ‘최선’이라는 수식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곧 완전한 소통과 이해라는 허상 너머에 도달하려는 연쇄적인 시도, 즉 자기-서사 쓰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에른스트 벨러가 자기-서사 쓰기를 “일반적인 언술과 직접적인 말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명명한 바 있듯, 임솔아의 자기-서사 쓰기 역시 자기 반영적인 글을 쓰되, 그 글 내부에서 자기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그 잔해와 새롭게 관계를 맺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도는 대개 ‘돌봄’ 행위와 연관된다.
단편 「초파리 돌보기」의 초점화자인 지유는 초파리 연구를 보조하는 어머니 이원영의 병증을 ‘산재’라고 의심한다. 그러나 그 원인을 추적하려는 과정에서, 지유는 이원영이 초파리를 들여다보던 시절의 충만한 기억을 “그에게 병을 안겨주었던 끔찍한 노동 현장”으로 통폐합해 버릴 수 있음을 경계하며, 자발적으로 그 추적 행위를 그만둔다. 그러한 지유의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소설이 소설일 뿐이면 왜 쓰”냐는 원영의 일침이다. 만약 지유가 이원영의 노동 현장의 열악함을 공론화하려는 목적으로 소설을 썼더라면 이원영의 ‘초파리 돌봄’은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유는 이원영을 등장인물로 삼은 소설의 결말을 해피엔딩로 처리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그의 ‘돌봄’을 회복시킨다. 그와 동시에 모녀관계도 한층 더 따뜻한 관계로 변화한다. ‘소설’이라는 상상력에 의한 감수성 증대(+‘돌봄’의 의미 부각)로 ‘나(딸)’와 ‘타자(어머니)’의 연대가 생성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초파리 돌보기」가 글을 쓰는 인물을 등장시켜 재서술의 과정을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면, 가장 최근의 작품인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에서는 제각기 다른 형태의 예술을 창작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화영, 우주, 보라, 정수, 석현은 각종 사회적인 문제로 인해 자신의 삶을 포기해왔던 인물들이다. 예컨대 우주는 주유소에만 들어가면 벌어지는 ‘맨스플레인’에 질려 셀프 주유소 이용을 포기했으며, 보라는 창문 너머에서 노골적으로 방 안을 들여다보는 남자 때문에 창문을 여는 것을 포기했다. 이들은 각자가 포기한 것들을 다시 복권하기 위해 함께 차를 타고 셀프 주유소에 방문하거나 보라의 반지하방에 함께 모여 창문을 열고 영화를 본다. 이렇듯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가 서로의 트라우마를 직면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고, 그 트라우마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준다. 또한 이 모임이 석현이라는 장애인 인물을 축으로 꾸려진다는 점 역시 특기할 만한 설정일 것이다. 여덟 살 때 사고로 한쪽 팔을 절단하여 작중 유일하게 장애등급을 판정받은 석현이 모임의 중심이 되고 있기에, 그와 함께 있던 화영, 우주, 보라, 정수 등은 우리는 모두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이 아닌, 전근배 씨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모두 장애인이며, 반드시 장애인이 된다”는 사실을 가까이서 확인하게 된다. ‘묻힌 기억(immemorial)’을 재서술하고 표현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임솔아의 돌봄 정치가 점차 확장되어가는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소설은 타자와 나의 차이, 그리고 차이 그 자체를 사유하는 ‘서사적 상상력’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있다.
목소리와 리듬의 미래
발표자 윤희상은 1993년 소설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으로 문단에 등장한 배수아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발표자는 『뱀과 물』(2017),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2019)와 에세이 『작별들 순간들』(2023)을 중심으로, 낯설고 이국적인 배수아의 글쓰기가 독자들에게 어떤 ‘읽기’를 요청하는지, 또는 배수아만의 ‘전술’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한다. 그 방법론으로서 ‘번역-하기’라는 것이 거론되는데, 이는 사카이 나오키의 번역론을 참조한 것이다.
사카이는 자기완결적인 폐쇄영역 속에서의 투명한 의미교환을 전제로 하는 ‘균질언어적 말걸기(homolingual address)’로부터 벗어나 ‘번역’ 행위주체의 문제를 전면화한다. ‘모든 발화가 실패할 수 있다’는 가정은 일회적인 말걸기-번역이 아닌 번역에 다시 번역이 응답하는 전달의 틀을 형성하며, 그럼으로써 번역은 불가피하게 행위자들 사이에 상정된 인격적 관계 속에 ‘불안정성’을 도입한다. 예컨대 에세이 『작별의 순간들』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 베를린 서가의 주인은 ‘듣는 사람’으로 위장한 ‘말하는 사람’의 역할이고, 실질적으로는 ‘말을 암시하는 사람’이자 ‘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 즉 발신자와 수신자를 겸하는 존재로, 내적으로 복수(複數)화되는 번역자의 위치와 유사한 곳에 있다. 『뱀과 물』과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의 존재들 또한 죽음과 친숙하게 살아가며, 내가 모르는(그러나 사실은 ‘나’였던) 이질적 타자에 의해 오염된 언어들을 번역해 나가면서, 해석될 수 없는 ‘얽힘(entanglement)’의 순간들을 응시한다. 이것과 저것이 동시적으로 중첩되고 ‘나’가 태어나지 않았음에도 ‘나’가 이 세계와 저 세계에 공존하며, ‘나’가 일어나지 않은 곳에서 과거로부터 도래하는 미래의 ‘나’로 존재하는 현상들은 곧 ‘번역-하기’의 과정과 같다.
배수아의 이러한 ‘번역-하기’는 타자의 타자성을 지우지 않으면서 타자를 대면하고자 하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공통 정념을 비껴가는 배수아만의 진술 방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말걸기를 통해 ‘나’와 ‘너’가 공존하는 것,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숙고하면서 꿈에서 나와 다른 꿈으로 이동하는 것, 이러한 배수아의 목적의식은 ‘번역-하기’를 통해 강하게 추동되며, 하나의 이미지로의 회귀를 거부한다. 다시 말해 그녀의 글쓰기가 갖는 ‘번역-하기’의 전술은 레이 초우가 말한 것처럼 “권력의 지배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지배 이데올로기에 굴복하지 않는, 혈족의 신화에 전염되지 않는 탄력성”을 갖는 침식의 기술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정리 : 조수아 기자 lovelove99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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