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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을 수 있다면, 남아-살 수 있다면 본문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남아-살 수 있다면
김신우 연세대 국문과 박사과정
7%? ……우리는 얼마지? 기억을 한참 더듬어야 했을 정도로 문제의식은 희박했다. (연세대는 수료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용어를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신청학점 없는 초과학기생은 12%였다.) 수백만 원이 아니라 수십만 원만 내도 되니 다행이라 생각했던 기억까지는 회복되지 않았어도 좋았다. “하고자 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남은’ 곳에서 “학업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적 어려움’”은 분명 결심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기에 남아 있는가?”(2면) 흔들리는 시선을 다잡으면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의 노력(2면) 그리고 ‘고립적 각자도생 극복’, ‘연구자 주체성’ 등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 한국현대문학자대회(2면)의 시작을 따라가 볼 수 있다.
‘한국어문학의 미래’를 탐색한 학술대회(6면)에서는 “그림자와 죽음의 심연에서” 떠오르는 문학, “세계와 인간의 운명에 대한 증언”을 맡은 문학의 본령이 환기된다. 그 동시에 “세계문학의 대열에 합류하면서도 … 반드시 한국적인 특성을 간직해야”(발표문) 한다는 조언의 낙차를 소화할 수 있을 때, 세계문학으로-서/거듭나려는 한국문학이 맞닥뜨리는 ‘세계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 심지어는 중심과 주변, 보편성과 특수성의 함수와 같은 오랜 난제 앞에서 덜 당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세계의 주변부이자 보편에 미달하는 특수성이 체현된 네이션”에서 “식민지-냉전을 일관하여 유지되는” 식민지(근대)성의 장기지속이란 “‘한국 근대문학’이라는 현상과 그에 대한 연구 전체를 규정하는 근본범주를 이해하는 방법론에 구성적으로 개입”(발표문)하는 “최종심급”을 고찰하기 위해 도입된 관점이다. “‘냉전의 폐허’(요네야마)에 나뒹구는 잔해”들 속에서 “미완의 탈식민화”라는 그 “과제가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실감하게” 된다.
한편 “신냉전”의 국제정세의 중요한 지점에 개입된 대만의 선거에 관한 해석에서 이른바 ‘반미(친중)’, ‘반중(친미)’ 식의 대립구도를 넘어야 한다는 지적(3면)을 접할 수 있다. 양당 모두 “미국과 중국 양 대국 사이에 최대한 균형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지형(3면)과 구체적 의제에 따라 유동적인 유권자의 정치적 고민을 이분법적 틀로는 포괄할 수 없다는 분석이 중요하다. 또한 2020년의 선거와 달리 “민족주의적 구호”보다 “민생 이슈”가 주목된 배경과 청년층의 생계 문제를 강조하며 약진한 민중당에 대한 조명을 볼 수 있다.
청소년층의 빈곤을 연구한 강지나는 ‘정상가족’이라는 사적 단위를 전제한 제도 설계 및 집행이빈곤의 사회적 해결과 유리된 현실을 비판하고 “가난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5면) 선별적 복지제도가 ‘빈곤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지적한다. 여기에서 인간존엄을 규정하는 기본권에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묻는 역량접근의 질문을 적용한 이은진의 연구(4면)를 함께 읽을 수 있다. 또한 “존엄과 품위를 해치기에 정의롭지 않은”, “‘힘에 의한 평화’라는 안보담론이 여전히 압도적”인 현실에서 ‘평화’를 찾아가는 여정(5면)을 따라갈 수 있다. 그리고 열악한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한 연세대 청소노동자의 목소리에 대해 차별 및 소외에서 비롯한 “역량실패를 가져오는”(4면), “공동체에 대한 연대 의식 없”(2면)는 개인을 정당화하기‘만’을 위한 주장이 인정될 수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의 폐쇄된 맥락은 사회 구성원이 공유할 의미 지평을 결여하고 폭력 행위로 표출된다(1면). 이에 공통의 이해지평을 확대하기 위한 지식과 학문의 역할이 강조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말 그대로 연구자의 ‘입을 막’는(8면 만화), “모든 것의 퇴행”(7면 만평)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수상한 시대에 “‘고루한’ 글쓰기”(7면)를 붙들고 남아 사는 이유를 다시 고민해 볼 수 있을지. 남지 못한 자의 “계속해서 뛰는 심장을” “복원하고 애도하며” 남아 “살아있는 자들”의 “마음을 수선하는 일”(8면)에 미련을 갖기 때문이라고 말할 자격까지는 없을지.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 그래도 여기는 잘해주는 편이다, 그래도 나는 운이 아주 좋았다……. 나는 (생활의 모든 국면에서) 이런 것도 필요한 객관화와 반성이라고 생각했고 실은 아직도 그렇게 여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 ‘그래도……’라는 것은 정말 반성인가? 운이 덜 좋았을 경우와 비교하고 자위해서 내가 내 입을 막는 것이 반성은 아니지 않은가?
학교로 돌아오지 못한 지난가을은 우울했다. 그러나 학교로 돌아온 올봄 역시도 우울하다. 남아살면서 힘든 일도, 부끄러운 일도 많(겠)지만, 힘닿는 데까지 부끄러워하면서도, 남아-살고 싶다. “거대한 비극 앞에”서 돌아오지 못한 이의, 내가 받을 수 없는 심장을 받아서, 내가 살아-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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