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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소통의 부재, 파리 올림픽으로 불거진 ‘그린워싱’ 논란 본문

3면/쟁점기획

소통의 부재, 파리 올림픽으로 불거진 ‘그린워싱’ 논란

Jen25 2024. 9. 10. 14:13

 

기획의 변 - 24년 파리 올림픽은 시작부터 올림픽조직위원회의 그린워싱논란을 비롯하여 XY 염색체 여성 권투선수의 출전과 관련한 젠더이슈까지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본지에서는 생태지향·지속가능성·다양성 등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이번 파리올림픽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종합적으로 조명해보기 위해 그린워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포괄적으로 연구하는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김수연 교수와, 스포츠의 윤리성에 천착해온 고려대학교 국제스포츠학부 임승엽 교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소통의 부재, 파리 올림픽으로 불거진 그린워싱논란

 

2024년 파리 올림픽은 저탄소·친환경을 강조하며 출발했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경기장의 95%를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거나 임시 경기장으로 구성했으며, 실내 냉방을 최소화하고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식단에 채소 비중을 대폭 늘리는 등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올림픽과 같은 전 지구적 행사에서 기후위기를 고려했다는 것 자체가 유

의미하다는 견해가 있는 한편, 일각에서는 이를 그린워싱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파리 올림픽이 코카콜라’, ‘도요타’, ‘삼성등 탄소 집약도가 높은 기업의 후원을 받는 등의 모순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그린워싱의 개념과 규정 방식을 짚어보, 친환경적인 행사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지 살펴보기 위해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김수연 교수를 만났다.

 

ⓒ 인터뷰이 제공

 

 

계속되는 논란 속 명확해지는 그린워싱의 정의와 기준

 

기후위기가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친환경ESG 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친환경 성과를 과대 포장하거나 정부의 지원을 받아 불필요한 개발에 사용하는 등의 그린워싱도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그린워싱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으며, 이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그린워싱은 한국어로는 위장 환경주의, 친환경 위장술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 친환경적이지 않은데 친환경적인 면을 과장하거나 강조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겠는데요.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린워싱은 소통하는 대상이 각자 상정하고 있는 가치가 불일치할 때 발생하는 개념입니다. 친환경을 지향한다는 것은 유행을 따르고 세련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실체를 알고 본다면 실질적인행위가 목표하는 경향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현상을 일반적으로 그린워싱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죠.

학술적으로는 그린워싱의 조건을 정확성 부족’, ‘선택적 정보이용’, ‘거짓등으로 구분합니다. ‘정확성 부족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서 근거 없이 친환경을 강조하는 것이고 선택적정보 이용은 모든 정보를 알리지 않고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는 것입니다. ‘거짓은 말 그대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로 가장 비도덕적인 그린워싱의 유형이라고 할 수 있죠. 테라초이스(Terrachoice)라는 친환경 컨설팅 기업에서 2010년 발표한 자료에서는 그린워을 세부적으로 7가지의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상충효과 감추기(the hidden trade-off)’, ‘증거 불충분(no proof)’, ‘애매모호함(vagueness)’, ‘관련성 떨어짐(irrelevance)’, ‘두 가지 악 중덜한 것(lesser of two evils)’, ‘거짓말(fibbing)’, ‘허위 라벨 강조(worshiping false labels)’ 등으로 구체화했죠. ‘상충효과 감추기그린의 의미를 상당히 좁게 강조하며 다른 중요한 환경적 요인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게 하는 방식입니다. ‘증거 불충분은 쉽게 알 수 없는 정보나 믿을만한 제삼자에 의한 인증 없이 환경적 주장을 하는 경우죠. ‘애매모호함은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있을 만큼 정확하지 않게 혹은 굉장히 넓게 정의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관련성 떨어짐은 진실이 아니거나 소비자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하여 친환경적인 주장을 하는 것을 지칭합니다. ‘두 가지 악 중 덜한 것은 그 상품의 카테고리 안에서는 진실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더 큰 환경적 해악을 미칠 수 있음을 소비자들이 잊게 하는 경우이고, ‘거짓말은 단순하게 거짓말을 하는 시도, ‘허위 라벨 강조는 단어나 이미지를 통하여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제삼자의 인증을 강조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기업에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면서 초록색 화면이나 하늘색 배경을 판매하는 품목과 관련없이 사용하는 것도 그린워싱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린워싱의 규정은 지금도 새롭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작년 10월 환경부에서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세부 기준이 제시되었습니다. 환경부에서 제시한 친환경 위장 표시·고 예방을 위한 친환경 경영활동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은 표시와 광고의 기본 원칙을 세분화하고 이와 함께 친환경 표시와광고의 유형에 있어 잘못된 예시와 좋은 예시는 각각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20243월에는 EU에서는 그린워싱을 단속할 수 있는 지침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를 어기면 연 매출 4%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겨나기도 했죠. 기업으로서는 자신들이 친환경을 지향한다는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기에는 큰 비용과 자원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세부적인 노력 없이 단순히 자신들이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다고 공허한 주장을 하게 되죠.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환경단체, 정부 산하의 조직이 기업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과정을 통해 오늘날 그린워싱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여러 집단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린워싱에 대한 개념이 정교화되어 나가고 있다고 현 상태를 진단할 수 있겠습니다.”

 

올림픽과 그린워싱사이의 갈등 스포츠 행사와 친환경적 노력의 양립 가능성

 

지난 726일부터 시작된 파리 올림픽의 기후위기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두고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었다. 특히 스포츠 행사에서 친환경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처럼 파리 올림픽의 ESG를 지향하려는 노력에 대해 그린워싱논란이 제기된 이유는 무엇이며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린워싱은 이번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많이 알려진 것 같습니다. 올림픽은 친환경을 지향한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그린워싱으로 더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 생각할 정도로 논란이 많은 것이 사실이죠. 그런데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이번 올림픽은 엉성한 실수들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합니다. 개회식에서 남한을 북한으로 부르기도 했고, 센강의 수질 문제도 지적되었으며, 폐회식에서 마저 운영 상의 미숙함이 드러났습니다. ‘그린워싱과는 별개로 올림픽을 주최하는 나라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과 기본적인 책임을 지키지 못하는 실수가 반복된 것이죠. 이러한 실수와 맞물려 최초의 친환경 올림픽을 향한 다양한 시도를 도입했다는 주장이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으로 번져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올림픽 주최국으로서 해야 할 기본적인 노력이 먼저 잘 지켜지고, 이후에 목표했던 친환경적인 시도들을 실천해 나갔다면 논란이나 그에 대한 비판도 조금은 줄어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올림픽은 치열한 경쟁을 기반으로 합니다. 파리 올림픽은 매우 더운 날씨에서 치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미비한 에어컨 시설을 제공했고, 이는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방해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식당에서는 맛과 영양을 의심케 하는 식단이 제공되었고, 선수들이 토로한 불만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파리 올림픽과 관련하여 그린워싱논란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경우 자체적인 요리사를 파견하고 도시락을 지급하는 등의 추가적인 노력을 해야 했죠. , 친환경 올림픽이라는 목표가 선수들의 최대한 기량을 뽑아낼 수 있는 환경에 방해가 되었다는 사실이 이번 그린워싱논란을 불러일으킨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올림픽을 실질적으로 체험할 수 없는 전 세계 대중들을 대상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불편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파리 올림픽은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친환경 올림픽을 지향한다는 것은 진취적이고 굉장히 필요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의견 수립이 동반되었 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습니다.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즉, 어떤 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지, 모호하지 않게 전달할 수 있는 과정이 빠져 있었다는 점을 이번 올림픽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습니다. 언급했듯이 테라초이스 유형 구분에 따르면 애매모호함선택적 정보유형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파리 올림픽은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선수들에게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하였기에 갈등은 필연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갈등은 어떠한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소통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죠. 이번 파리 올림픽이 정말 친환경을 지향하는 것인지 아니면 돈을 아끼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친환경을 향한 도약, 스포츠 행사가 나아갈 길

 

친환경이 중요하게 자리 잡은 현시대에서 그린워싱을 규제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린워싱이 정치·사회적으로 활용됨에 따라 오히려 친환경에 대한실천적인 노력과 미세한 가능성도 퇴색되어 버리는 것 같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진정한 친환경을 판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수 있는지, 나아가 친환경 스포츠 행사를 지속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지 물었다.

 

파리 올림픽 다음으로 개최될 예정인 LA 올림픽은 자동차가 없는 올림픽이 될 것을 보입니다. LA올림픽조직위원회는대중교통으로만 경기장에 다닐 수 있는 올림픽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죠. 이처럼 친환경적인 올림픽과 스포츠 행사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려는 시도는 계속되리라 판단됩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올림픽은 파리 올림픽을 경험한 선수들에게 친환경적인 요소에 대한 평가나 의견을 청취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이러한 의견 전반을 앞으로의 스포츠 행사에 반영한다면 비판보다는 긍정적인 박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친환경 올림픽을 지향하면서 성취한 점이 무엇이었고 아쉬운 것은 무엇이었는지 세부적인 자료를 발표하는 등의 시도가 부족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에 있어서 개인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은 이미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친환경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으로 설정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와 함께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점은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올림픽의 경우 기획하는 주체들과 참여하는 선수들, 그리고 그것을 시청하는 일반 대중들의 상호과정과 소통이 전제되어야겠죠. 물론 선수단과의 소통이 우선시 되어야겠지만, 경기를 시청하는 전 세계 관중들에게도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려는 노력도 함께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린워싱이라는 오명을 넘어 친환경이 세계적 행사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친환경을 실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개인으로 한정해 보아도 텀블러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등의 시도 역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죠. 지난 학기에 학부 학생들과 진행한 친환경적인 노력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불편함이 아주 큰 요소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친환경이 좋다는 것은 모두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죠. 우리는 편리함과 물질 만능주의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이것을 거스르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길은 개개인의 불편과 비판을 수반할 수밖에 없죠. 따라서 우리 모두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개인의 노력 이외에도,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제기된 것처럼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일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좋은 제품을 적절한 가격을 통해 제대로, 안전하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업의 일차적인 책임이죠. 그것을 지키지 않고 사회를 위해 이바지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지 않은 것으로 다가옵니다. 여러 번 강조했듯 친환경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향후 기후변화가 스포츠 행사, 특히 하계·동계 올림픽에 미치는 영향은 자명한 일이죠. 그러나 저는 오늘날,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보여주었던 저탄소·친환경에 대한 노력이 한 번의 시도로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이어지기 위한 사회적 소통과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정재훈 기자 wjd88899@naver.com

조수아 기자 lovelove99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