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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무엇으로 공허함을 채울 것인가 본문
무엇으로 공허함을 채울 것인가
어느 대학원생
무엇으로 공허함을 채울 것인가. 공허함이라고 하면 ‘무엇’의 공허함이 먼저 떠오르는가? 지금 논문 구상을 하고 있다면, 연구사의 흐름 가운데 비어있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떠오를 수도 있다. 아니면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나서 허전해진 바로 그 자리가 떠오를 수도 있다. 수많은 대답 가운데, 본고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공허함이다. 혹자에게는 서두에서부터 파격적인 말로 들릴 수 있겠으나, 인간에게는 근본적인 공허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각자에게 다른 모양으로 존재하는데, 누군가는 그것을 가면으로 덮어 가리거나, 혹은 마치 딱 맞는 퍼즐처럼 본인에게 맞는 방법으로 채우며 살고 있을 것이다.
대학원 생활을 하다보면, 내 안에 있는 빈 공간이 더 잘 느껴질 때가 많다. 대학원 입학 전까지는 오히려 높은 성과를 내며 스스로 온전한 존재라고 여길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는 부지런히 흘러가는 시간과 유한한 물리적 조건 속에서 살아간다. 이때 우리는 해내기 어려운, 어쩌면 불가능한 과업들 가운데, 가느다란 빛줄기처럼 자그마한 우리의 존재를 발견한다. 학업의 정진과 연구라는 미명 하에 우리의 정신과 육체는 고도의 스트레스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유한 속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발휘하려 노력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교수님의 냉철한 피드백과 차가운 자기혐오일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지난 날의 애씀이 부정당하는 것만 같고, 어쩌면 실제로 손바닥으로 가릴 수도 있는 내 안의 공허함이, 나 자신을 외려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 쥐어짜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으로 공허함을 채울 것인가. 이것은 우리가 24시간 365일 대학원생으로만 생활할 수만은 없는 존재라는 사실과 밀접하다. 다른 말로 하면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말이겠다. 물론 우리는 대학원생, 곧 연구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연구만 ‘해야 하는’ 존재임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기 다양한 모습과 모양을 지니고 있는 본인의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아야 하리라.
지금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그대에게, 바쁜 삶 속에서 삶의 여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그대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권하고 싶다. 무엇으로 그대의 공허함을 채울 것인가? 지금 잠깐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대의 내면을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연구와 논문, 발표와 과제, 근무 등으로 내 삶을 허겁지겁 채우고 있음에도 느껴지는 공허함이 있지는 않은가? 아니 그전에, 점차 축적되는 본인 연구의 성과가 진실로 나의 공허함을 채워주고 있는가? 물론 그렇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방대한 연구사의 흐름과 학계 속에서 나 자신의 위치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 않은가. 마치 지구가 우주 속 ‘창백한 푸른 점’이라 불린 것처럼 말이다. 논문 구상 과정에서 지도교수님에게 주로 듣는 말이 있다. “그대의 학위논문이 연구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연구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결코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 학계의 냉혹한 현실일 수도 있으리라.
열심히 연구실에 출퇴근하거나 도서관에서 자리를 지키며 연구에 정진해도 알 수 없는 허전함과 무기력함이 느껴진다면, 눈을 감고 그대의 내면 속 목소리에 집중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여러 경험을 해보며 찾아나갔으면 좋겠다. 기실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은, 학위논문에 담긴 관점과 그 의미보다, 우리의 인생을 꾸릴 가치관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내면의 목소리를 더듬어가며 여러 시도를 해보고 가치관을 찾아보는 과정은 우리가 연구자이기 이전에 하나의 생명을 가지고 있는 인간(人間)이기에 필요한 과정이리라.
무작정 하고 싶은 대로 살라는 말이 아니다. 반(反)사회적 저항을 하라는 말이 아니며, 이곳에서의 연구를 소홀히 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동안 나를 채워준다고 오해하던 것들 가운데 진실로 나에게 채움이 되는 퍼즐 한 조각을 찾아보자. 동료와의 술 한 잔, 5분간의 명상,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 신 앞에서의 기도, 한 편의 영화 감상 등 지면상에는 담을 수 없는 여러 경우의 수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공허함을 채워주는 것은, 24시간 가운데 짧은 시간일 수도 있고, 일상 속 작은 몸짓일 수도 있다. 그동안 한 가지로만 그대의 공허함을 채우고 있었다면, 아니 밑빠진 독에 물 붓듯 허비를 하고 있었다면, 가끔은 멈춰서 그것이 진정 채움의 역할을 하는지, 또 다른 무언가는 없는지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좀 더 심적으로 여유가 있는, 보다 즐겁게 연구하는 연구인(人)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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