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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가면이 벗겨질까 걱정하는 당신에게 본문
가면이 벗겨질까 걱정하는 당신에게
어느 대학원생
여기 한 사람의 대학원생이 있다. 편의상 A라고 부르겠다. A는 학부를 막 졸업하고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혹은 간신히 새내기 대학원생이라는 딱지를 뗐을지도 모른다. A는 부푼 꿈을 안고 대학원에 들어왔지만, 대학원 생활이 그다지 녹록지만은 않다. A는 새로운 환경과 사람에 적응해야 했고,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업과 ‘돈벌이’를 병행해야 했다. A는 다양한 문제에 봉착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를 힘들게 한 것은 불안감이었다. A는 발제든 실험이든 원만하게, 아니 뛰어나고 우수하게 헤쳐나가는 동학(同學)을 보고 불안감을 느꼈다. A는 아무리 봐도 자기 발제문과 실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자꾸 자신의 부족한 부분만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러다 생각은 문득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 나는 대학원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나의 능력과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닐까? 나는 ‘전산오류 전형’이라는 세간의 우스갯소리처럼 그저 운이 좋아서 대학원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학교를, 교수님을, 동학을 속여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의 정체가 결국 다른 이들에게 탄로 나지는 않을까? 의심은 불안을 불러오고, 불안은 다시 두려움을 불러온다. A는 두려움 속에 자신의 나태와 부족을 탓하며 점차 더욱 강한 채찍질을 되풀이한다. 이때 문제는 무엇일까. A는 실제로 능력과 실력이 부족할까? 이를 상쇄할 만큼 충분히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지 못한 A의 문제일까?
최근 ‘가면 증후군(Imposter Phenomenon)’이라는 개념이 매체에서 곧잘 조명되곤 한다. 상기한 A의 사례는 대학원생으로서 겪을 수 있는 가면 증후군의 예시로서, 다소 평면화시켰지만,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이야기다. 가면 증후군은 ‘어떤 성취를 이뤄냈을 때 충분한 자격과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고, 언젠가는 이 가면이 벗겨질 것이라는 불안을 느끼는 증상’을 뜻한다(「[가면 증후군] 가면을 쓰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정신의학신문』, 2024.03.25.). 이때 성취의 정도나 유무는 차치하더라도, 가면 증후군은 대학원생에게서 쉬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실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원생은 가면 증후군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식·연구 노동자에 해당하며, 대학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놓여있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원생은 가히 가면 증후군의 ‘고위험군’이라고도 보아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상기한 A의 사례는 누구에게는 현재, 누구에게는 과거의 이야기일 수 있다. 필자 본인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같은 학문 공동체에 속한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지레짐작이건대, 이러한 가면 증후군의 악순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대학원생은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가면 증후군을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 폐해는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원만한 학업 및 연구와 건강한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속히 극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필자는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는 전공자이기는커녕 문외한이다. 그러므로 가면 증후군의 진단법이나 해결법을 제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적절하지도 않을 것이다. 설사 제시한다고 해도 단순히 다른 이의 글을 베껴 쓰며 지면을 낭비함에 지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글이 괜한 불안과 의심의 굴레 속에 시름하며, 자존감을 갉아 먹고 자신을 혹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는 자그마한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 대개가 그렇듯, 문제 상황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자신의 상태를 조망하고 파악하는최초의 시도가 모든 문제 해결의 첫걸음일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2025년 1학기를 목전에 둔 2월 말이다. 2024년 판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작년에만 석사과정으로 109,507명이, 박사과정으로 31,299명이 대학원에 입학했다고 한다. 이는 곧 올해에만 새로이 14만 명을 전후하는 가면 증후군 고위험군이 양산되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은 다소 폐쇄적이고 독립적인, 대학원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들이 ‘궁지’에 몰려 불안해하고 자기를 비하하는 대신, 객관적인 자기 진단과 인식을 통해 한숨 돌릴 수 있는 심적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이들, 나아가 모든 대학원생이 지금 쓰고 있지도 않은 가면이 벗겨질까, 걱정하지 않는 삶을 이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추신. 부족한 비전공자의 잡설인 만큼, 만약 부정확한 내용이 있었다면 심리학 및 정신의학 전공자 선생님들의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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