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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7평짜리 연구실에서 본문
7평짜리 연구실에서
어느 대학원생
대학원에 온 지도 2년이 흘렀다. 대학원에 온 것이 어제 같은데 시간은 지금 연구실에서 내리는 비처럼 주룩주룩 빠르게 흐르고 있다. 여전히 나는 수업을 듣고 책을 읽고 논문을 읽는다. 졸업요건도 채워야 하니 영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책을 붙잡고 매일 비슷비슷한 하루를 살아간다. 이렇게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7평짜리 연구실과 사회가 과연 연결되어있는가에 대한 두려움이 그것이다. 내가 햇볕도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때 학창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들은 하나둘씩 취업 준비를 마치고 직장을 얻고 사회 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다. 8년 전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전공 책을 잡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의 일상과 주변 풍경은 너무나도 달라졌다. 학부생 시절 같이 미래를 이야기하던 형이 서른도 되지 않아 나에게 청첩장을 주었을 때도 경악을 금치 못하였는데, 이제 조만간 돌잔치를 고민한다고 한다. 이제 조금씩 고등학교 동창, 학부 동기들의 결혼 소식도 들려온다. 동네의 익숙한 동네들도 하나하나 간판을 갈아끼고 단골 밥집이 경제난에 망해간다. 나는 여전히 그대로인데 주변만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몰려온다.
한편으론 격변하는 세상과도 단절되어 있다는 생각도 끊이질 않는다. 요즘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정치, 사회를 전공으로 삼고 있는 나와도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가 당선되고 세계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경제도 사회도 그리고 문화도 이에 발맞추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것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내 7평짜리 연구실의 일상에는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한다. 가장 역동적인 것을 공부하는데도 가장 영향이 적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계속해서 머리를 스친다.
비단 세계 정세뿐만 아니라 국내의 일 또한 마찬가지이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이후 우리나라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계엄을 막아낸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분열되었던 나라가 다시 힘을 합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4월이 다 된 지금에 와서는 나라가 완전히 두 동강이 나버렸다. 탄핵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은 맹렬히 싸우고 있고 도서관의 기둥에는 상대방이 쓴 대자보를 찢어버리기 일쑤이다. 계엄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를 계몽이라 부르나 정작 우리가 계엄을 계기로 깨달은 것은 1945년 해방 이후, 앞만 보고 성장해 온 과정에서 누적되었던 수많은 모순들이었다. 지역 갈등,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등은 12월 3일 계엄을 계기로 더욱 증폭되어 한반도를 뒤덮어 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무도한 국가 권력에 의한 혼돈 속에서 내 공부는 세상에 닿지 않는다. 이와 관련된 것을 배우고 남들에 비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면서도 내 공부는 고작 7평짜리 연구실에서 뱅뱅 돌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관련된 공부를 이어 나가고 이것에 대해 배워도 이러한 배움이 작금의 혼란 상황에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는 것은 아닌가란 고민이 끊이질 않는다.
내 고민은 지금 밖에서 내리는 비같이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공부를 끝낼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 길을 걷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1여 년 전 술자리에서 교수님이 내게 이런 말을 해주셨다. “비록 우리가 하는 학문이 바로바로 세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나중에 누군가가 우리가 해놓은 연구를 사용해 세상을 더욱 좋게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하는 연구는 의미가 있다.”
그렇다. 물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정말로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의심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믿어보며 동시에 의미를 만들기 위해서 나는 이 작은 연구실 안에서 계속해서 정진할 것이다. 앞으로도 사회에 나가 있는 친구들과 지인들을 보면서 조바심을 느낄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비도 언젠간 그치고 태양이 뜨기 마련인 것처럼 지금 이 괴롭고 의심 많은 과정 또한 언젠간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실을 나가는 날 나는 분명히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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