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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보이지 않는 ‘불안정노동자’들을 위한 보고서: 한 사람의 노동마저 파편화된 세상에서 새로운 연대를 꿈꾸며 본문
이승윤,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경계없는 노동, 흔들리는 삶』, 문학동네, 2024.
보이지 않는 ‘불안정노동자’들을 위한 보고서: 한 사람의 노동마저 파편화된 세상에서 새로운 연대를 꿈꾸며

Q: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불안정노동자’의 존재양태는 주로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를 중심으로 다뤄져온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본서에서는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현행 근로기준법 바깥에 있는 다양한 불안정노동자들을 조명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들의 노동을 전통적 노동과 다른 ‘액화노동’으로 개념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가장 먼저, 오늘날 확대된 불안정노동자의 범주와 액화노동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 저도 박사학위논문을 작성할 때까지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비정규직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보면, 정규직 대 비정규직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은 무색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근무하는 사업장의 규모가 작거나 복잡한 하청구조의 말단을 담당하는 업체에서 일하는 경우는 설령 명목은 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안정성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노동시장을 보면,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단순히 ‘비정규직’이라는 범주만으로는 많은 노동자들을 포괄할 수 없게 된 지점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고용형태에 따른 구분보다는 ‘불안정노동자’라는 시각으로 한국사회 노동자들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기업이 노동자를 장기간 고용하고 표준화된 업무를 부과하는 전통적 노동형태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저는 노동의 경계와 양상이 불분명하게 되어가는 모습이 마치 액체가 흘러내리는 모습과도 같다고 보았고, 그렇게 ‘액화노동(Melting Labour)’이라는 개념을 고안하여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액화노동은 액체가 함의하는 것처럼 비정형적이고, 비표준적입니다. 액화노동을 하며 삶을 영위하는 불안정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고요. 근로자성이 형해화되니 전보다 자율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불안정노동자들은 시간빈곤과 소득빈곤에 이중으로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종속적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액화노동은 일반적으로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일의 방식과 작업장의 범위, 정해진 노동시간, 명확한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현행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액화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불안정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높죠. 불안정노동자와 액화노동은 깊은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오늘날의 불안정노동자들의 모습을 액화노동을 통해 접근하고자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Q: 본서에서는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가 전통적 형태의 임금노동자를 중심에 두고 있고, 그로 인해 제도상의 사각지대가 크게 생길 뿐만 아니라 ‘정책표류’를 초래하고 있음을 논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책에는 많은 사례들이 확인됩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해주신다면요?
A :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우리나라는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고, 겉으로 볼 때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도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 시행중인 노동, 사회보장 관련 법규들이 표준적인 고용관계에 따르는 전통적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정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제도들은 산업화 시기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지금도 제도를 설계함에 있어 예전 관성을 버리지 못해서 말씀처럼 ‘정책표류’를 겪고 있죠. 현재의 변화된 노동양상을 적절히 담지 못함으로 인해서 제도적 보장으로부터 배제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렇기에 제도설계의 허술함으로 생기는 다소 작은 사각지대라기보다는 새로운 불평등을 초래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제도상의 미비함으로 생기는 여러 문제들은 국가적으로 볼 때는 ‘정책표류’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저는 특히 ‘새벽노동자’ 분들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날 매우 편리한 새벽배송을 책임지는 분들이죠. 그런데 편리함에는 이면이 있어요. 새벽노동자들은 고용주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일감 단위로 일을 합니다. 액화되어 있는 이들의 노동에는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새벽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야간노동에 따르는 적절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해 격무에 시달리다가 때때로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것처럼 끝내 죽음에 이르는 사례도 있습니다.
아무리 발달한 제도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교한 규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면 적절히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나라는 복지국가라는 표어만 앞서고 있고 그 실질적인 구현에 있어서는 답보 중인 상태이며, 그러한 가운데 불안정노동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불안정노동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달리 말해 갈수록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Q: 한편, 본서에서는 세대론적 접근을 취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2030 청년세대’에서 계층‧계급에 따라 노동의 격차가 나타고 있고, 또한 양극화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계급을 시야에 두지 않는 세대론은 공허하다는 비판적 접근이 특히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청년세대의 노동이 계층 혹은 계급에 따라 이미 양극화되어 있다면, 청년세대의 노동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 소위 ‘기성세대’와 구별되는 청년세대에 대한 담론은 이전에도 때때로 활성화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청년담론이 놓쳤던 것은 청년들을 기성세대에 대비되는 단일한 집단으로 단정했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소위 ‘MZ세대’ 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대라는 정체성이 강조될 때, 자칫 세대 내에 엄연히 존재하는 계층‧계급은 은폐될 위험이 있습니다. 오늘날 청년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른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제도적 미비로 인하여, 사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향후 ‘불안정하지 않은 삶’을 기대할 수 있는 청년과, 그렇지 못하여 당장 불안정한 노동을 선택해야 하는 청년으로 양극화되어 있다는 점이 관련 연구를 통해 실증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어떻게 진입하는가 하는 문제는 현재의 소득 뿐만아니라 향후 경력이나 생애주기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문제를 방치한다면 사회의 전체적인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죠.
청년세대의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 스스로도 한 때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많은 고민을 해보았지만, 뚜렷한 답을 찾지는 못하였습니다. 다만 몇 가지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간 청년에 관한 사안을 다룰 때 국가에서는 주로 서울에 소재한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청년층 전체로 본다면 소수입니다. 다른 한쪽에는 고등교육을 선택하지 않은 비진학 청년들, 비수도권 지역 대학생도 있습니다. 여기에 성별이나 각자의 주거 형태 등을 감안한다면 더욱 복잡다기하게 파악될 수 있겠죠.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청년정책은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여 안착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여러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시민 공론장’ 모델을 활용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초 지자체 단위에서부터 여러 위원회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 위에서 말씀드린 다양한 청년들이 참석하여 논의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각 지자체는 일자리 정책, 주거 정책 등을 결정할 때 해당 위원회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 시행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겠지요.
더 나아가서 조금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도 이러한 제도를 활용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보다 많은 청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학교육, 기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청년들이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비관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제가 여러 활동과 각종 조사 및 지표를 통해 목도한 청년들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다양한 청년들이 언로(言路)만 주어진다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서 실현되도록 하고 싶어 했습니다. 따라서, 당장은 다소 이상적일지라도,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서 지속가능한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현재 노정되고 있는 청년계층의 양극화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Q: 본서를 읽으면서 거듭하여 드는 생각은 마치 현대사회가 그러하듯, 노동의 형태도 점점 더 파편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선생님께서는 책에서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연대’의 가능성을 거듭하여 언급하셨습니다. 노동의 형태마저 잘개 쪼개지고, 점점 더 고립화되어가는 오늘날에도 연대가 가능할까요? 가능하다면,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을 온전히 포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선생님의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A : 말씀하신 것처럼, 한 사람의 노동마저 파편화되고 있는 현 시대에 다시 연대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일견 공허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위시한 오늘날의 노동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새로운 연대를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처럼, ‘액화노동’이 그 양상을 드러내듯 이제는 한 사람의 노동마저 필요에 따라 파편화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특정 산업직군별로 거대한 단위의 조직화된 각각의 노동자들이 균일한 정체성을 공유하고, 그것에 기반한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전통적 노동운동의 방식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이제는 변화된 노동양상에 맞추어 새로운 연대 방식을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조심스럽지만 저는 이것을 ‘유동적 연대’라고 명명해보고자 합니다. 그 핵심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노동자들이 유기적이고도 유연하게 교차 지점에서 연대하는 것입니다. 그 예시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작년 말에 출범한 ‘온라인 노조’입니다. 온라인 노조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서로 닉네임으로 소통하고 서로 일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동일한 집단적 정체성을 공유하지는 않죠. 그럼에도 각자의 ‘불안전성’을 공유하기도 하고, 사안별로 연대하며 해법을 찾고자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들이 제게는 무척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유동적 연대’는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더욱 보완되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다름아닌 청년 여러분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인터뷰·정리 : 천관우 기자 kw10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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