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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끝까지 웃으면서 함께 투쟁 본문
끝까지 웃으면서 함께 투쟁
이수진 기자
17km를 걸었다. 경상북도 구미에서 여의도 국회까지 총 350km 중 17km다. 이 350km는 고용승계를 외치며 고공에서 400일이 넘도록 투쟁하고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도보 행진이다. 햇볕은 따듯했지만, 바람은 차가워서 걷고 있으면 얼굴이 얼어붙는 날씨였다.
이곳에선 나를 ‘말벌 동지’라고 부른다. 아마 말벌처럼 연대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빠르게 달려온다는 뜻일 것이다. 나에게 스스럼없이 “말벌 동지!”하며 말을 건네는 그들을 보며 괜스레 부끄러워졌다. 이미 17일간 매일매일 1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온 사람들이었고,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연대하기 위해 교통비와 식비로 쓴다는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희망 뚜벅이가 집 근처인 평택을 지나니까, 가까우니 머리라도 하나 더 채우자는 가벼운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말벌이 아니라 오히려 나무늘보에 더 가깝지 않나?
희망 뚜벅이를 제안하고, 함께 걷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퇴직 연설을 기억한다. 그는 1981년 한진중공업에 입사해 1986년 노동조합 대의원에 당선된 이후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 당하고, 해고당했다. 2009년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이를 민주화운동과 부당해고로 인정해 복직을 ‘권고’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2020년 정년을 맞이했다. 2022년, 그는 끈질긴 투쟁 끝에 37년 만의 명예 복직하게 된다.
김 지도위원의 퇴직 연설이 인상 깊어 한동안 휴대전화 배경 화면으로 설정했었다. 그는 “여러분은 미래로 가십시오. 더 이상 울지 않고, 더 이상 죽지 않는 그리고 더 이상 갈라서지 않는 이 단결의 광장이 조합원들의 합성으로 다시 꽉 차는 미래로 거침없이 당당하게” 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연설 끝에 이렇게 덧붙인다. “끝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저항과 투쟁의 길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해고당한 뒤 몇 십년간 기약 없는 복직을 기다렸던 그에게 더욱 그럴 것이다. 또 그는 노조 활동을 하며 많은 동료들을 잃었다. 노조 지회장이 되면 ‘험한 일’을 당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서 의문사로, 자살로, 수많은 동료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도 김진숙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말한다.
노조 활동가들과 노동자들은 요즈음 말벌 동지와 ‘결합’했다는 표현을 쓴다. 연대와 결합.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온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결합하고, 등을 내어주고 함께 걷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모두의 세상이 한 뼘씩 더 넓어지고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말벌 동지’보단 ‘나무늘보 동지’에 가깝겠지만 같이 걸을 사람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함께 할 것이다. 그러니 나도 소심하게 외쳐본다. 끝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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