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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단순함’에 현혹되지 않기 아프면 병원에 간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것이 당연하지 못한 일이 되어버린 현실이다. 뭐,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다는 이유로 의사들이 모든 욕심을 버린 채 오로지 인류애만을 발휘하리라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장 주변에만 해도 예정된 수술일 단 며칠 전에 수술을 진행할 수 없으며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고 통보받은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의료계가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그 어느 직군보다도 막대하다는 것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그런데 현 사태를 보다 보면 기본적으로 파업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 이를테면 정작 중요한 배경과 이유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그저 파업의 주체를 악마화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민하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인상이 들기도 한다...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남아-살 수 있다면 김신우 연세대 국문과 박사과정 7%? ……우리는 얼마지? 기억을 한참 더듬어야 했을 정도로 문제의식은 희박했다. (연세대는 수료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용어를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신청학점 없는 초과학기생은 12%였다.) 수백만 원이 아니라 수십만 원만 내도 되니 다행이라 생각했던 기억까지는 회복되지 않았어도 좋았다. “하고자 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남은’ 곳에서 “학업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적 어려움’”은 분명 결심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기에 남아 있는가?”(2면) 흔들리는 시선을 다잡으면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의 노력(2면) 그리고 ‘고립적 각자도생 극복’, ‘연구자 주체성’ 등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문학장(場)의 길항과 이광수라는 동인 춘원(春園) 이광수(1892~1950)는 한국 근대문학의 시작을 연 문학자이자 평론가이며, 시대의 경랑 한 가운데 있던 인물이다. 그는 최남선과 더불어 신문학의 기틀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문학이란 何오’라는 질문에 대한 탐구를 지속함으로써 문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구성했다. 『무정』(1917), 『재생』(1925), 『흙』(1933) 등 숱한 명작들은 그의 문학적 업적을 방증해주지만, 한편으로 그는 일제 말기 창씨개명, 학병 권유 등의 친일 행각으로 인해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온 작가이기도 했다. 이렇듯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문제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이광수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시사점들을 던져주며, 친일/반일의 이분법을 넘어 그의 삶과 문학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자 하는 ..
전쟁이 강제하는 삶의 방식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난장, 2015. 백승덕 징병문제연구소 ‘더 나은 헌신’ 연구활동가 호주 국영방송 뉴스에서 가자지구 사태를 다루면서 팔레스타인계 호주인을 인터뷰했다. 그를 인터뷰한 기자들은 “하마스의 공격을 옹호할 수 있습니까?” 같은 질문을 던졌다. 2023년 10월 하마스가 저지른 테러 이후 팔레스타인계 사람들에게 요구된 ‘답정너’ 같은 질문이었다. 그의 대답은 뉴스 앵커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럼 우리 목숨은요?” 부드러운 어조였지만 단호했다. “우리는 호주인이 아닌가요? 아무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요? 서안지구에 사는 14세 소년이 이스라엘 정착민에 의해 불타 죽었습니다. 우리의 현실을 알긴 하나요?” 그는 하마스의 공격이 있..
무엇이 인생을 이끄는가 -최민우 「단순한 문제」, 『창작과비평』, 2024년 봄호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어딘가 수상쩍은 자기계발서의 제목 같지만, 살면서 뭔가 인생이 잘못되었다고 느꼈을 때 누구나 한 번씩은 꺼내볼 법한 질문이다. 멋쩍게도 제목 바로 아래 첨언된 ‘단순한 문제’라는 제목이 꼭 그것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처럼 읽힌다. 우리의 인생을 이끄는 것은 아주 복잡한 어떤 것이거나 꼬일대로 꼬여버린 우연과 필연의 실타래가 아니라, 아주 단순한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것 말이다. 또는 우연과 필연의 사건들로 삶의 복잡성을 설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미 인간이 많은 것을 우연적 요소에 기대고 있으며 필연적인 방식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니, 공허한 결론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삶을 좌지우..
이슬람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넘기 위한 안내서 박현도,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 무함마드에 대한 우리의 오만과 편견에 관하여』, 불광출판사, 2024. Q :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은 ‘비무슬림의 이슬람 설명서’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소수인 무슬림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책을 썼다고 밝히셨습니다. 그만큼 본서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시대와 그 이후의 역사는 물론 이슬람교의 문화 전반에 대해서 『꾸란』의 구절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슬람학 전공자로서 오랜 기간 학계에서 활동하셨는데요, 이번에 일반도서의 형태로 출판하게 된 계기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주요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 이번에 나온 제 책은 ‘종교문해..
소통의 이면과 진정성 어느 시간강사 오랫동안 학업을 같이 해온 동료와 대학 강단에 서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친구가 말해준 것 중 특별히 인상 깊었던 것은 수업 시간 학생들의 태도와 집중력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이버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나에게 학생들의 실질적 수업 태도는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요소이다. 그동안 전혀 고민의 대상조차 될 수 없던 사항이라서 그랬는지 왠지 모르게 더 관심이 갔던 듯하다. 그는 나처럼 처음으로 강단에 선다는 설렘과 걱정을 동시에 안고 있는 초임 강사이다. 수도권을 멀리 벗어나야만 하는 통근을 감수하면서까지 야심차게 시작된 첫 강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나 그렇듯 모든 일이 생각만큼 이상적일 수는 없지 않은가. 열심히 준비한 강의도 누군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