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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대학원 생활과 인류애의 상관관계 어느 대학원생 최근 몇 년 사이 사람들이 쓰는 말 가운데 ‘인류애’라는 단어가 종종 눈에 띈다. 대체로 부정적인 문구를 통해서다. 인류애 상실, 인류애가 바닥을 친다, 인류애 박살 등. 사실 인류애라는 말이 무엇인지 설명하라면 조금 망설여진다. 일단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굉장히 본질적이다. 그런 게 있을 수 있기는 한가? 여기서 또 인문학 전공생답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류란, 인간이란 무엇이고, 사랑과 애정은 무엇일까. 단어 각각에 대한 철학적 정의와 거기에 얽힌 역사까지 훑어보자면 끝이 없겠다. 대학원에서 인문학 공부 중인 이들이 여기에 오게 된 계기를 듣게 될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랫동안 좋아한 분야를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재용 고등학생 시절 나는 화 많은 학생이었다. 학교는 온갖 부조리에 얽매여 있는 공간이었다. 어째서 나는 머리를 빡빡 밀어야 하는지, 왜 내가 공부하고 싶지 않은 밤늦은 시간에 공부를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항상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분노는 선생님들을 향했다. 사소한 일만으로도 나는 쉽게 선생님들께 화를 냈다. 하루는, 야간자율학습을 ‘째기’ 위해 학교 문을 나서는데, 나이 많으신 한문 선생님이 나를 제지하고는 외출증을 보여달라고 하셨다. 내가 수업을 다 듣고 나가겠다는데 왜 그러한 것이 필요하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 나름대로 체제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했다. 심하게 화를 내고 나면 오래도록 속이 아리고 쓰렸다...
코로나-추석의 상념 어느 대학원생 9월 말에는 추석 연휴가 있었다. 평년보다 이른 추석이어서 더 그랬는지 몰라도 명절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지는 않았다. 연휴가 시작되고 나서야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려야 한다는 미션이 떠올라 추석 당일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우선 정말 연락을 드려야 할 분들께 문자를 돌렸다. 그마저도 오후가 되자 이젠 연락을 하기 조금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게으름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그만두고 말았다. 이렇게 추석을 회상해 보자니 이번 명절에는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이 정말 적다. 아무래도 코로나의 영향이다. 사람을 만날 일이 줄어들고 당분간 만나게 될 것 같지도 않다 보니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먼저 연락을 취하기가 귀찮아진 것이다. 몇 년째 대학원에서 공부 중인지라 사회적인 행..
더위를 피하는 방법 어느 대학원생 36°C, 37°C... 이번 여름은 기온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정말 더운 여름이었다. 지금도 더위는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매일 아침에 결연한 마음가짐으로 오늘 하루도 열심히 공부할 것을 다짐하며 집에서 나오지만, 밖에 나오기만 했는데도 땀이 흐르는 그런 환경에서 마음가짐은 점차 약해진다. 오후의 체감 온도는 아마도 더 높을 것 같다. 나의 소원은 ‘냉방이 되는’ 대학원도서관 열람실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해보는 것. 해가 떨어지지도 않은 오후 다섯 시 반쯤 대학원도서관의 냉방은 종료된다. 중앙냉난방 시스템이라 전원이 한 번에 꺼지다보니 단번에 그 소리를 알아챌 수 있는데, 그 소리가 마치 학생들이 내뱉는 탄식과 같이 들린다. 절망스럽다. 그래서 나는 매일 무거운 책과 ..
-어느 대학원생 불면은 가뭄과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두운 방에 누워 언제 잠들지도 모르고 그저 눈을 감고 잠들기를 기다리는 그 마음이 어쩌면 가뭄 속에서 비를 기다리던 농부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였다. 기나긴 밤, 잠 못 들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오롯이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정말 생각만 많아진다. 낮에는 그렇게 피곤해하면서 정작 밤에는 잠을 못 자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누워 생각해 낸 결론은 불안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실체 없이 막연한 걱정과 고민들이 밤마다 숙면을 방해한다. 도대체 뭐가 그리 불안한 것인지. 학부 시절에는 서울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고 생각했었다. 다들 각자의 청춘을 열심히 채워나가고 있는 이곳에서 나만 도태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막연한..
‘그것’ 만은 잃지 말길(모두 정신승리 하세요) 어느 대학원생 “선생님은 대학원에 일하러 가는 거 아니니까, 공부 열심히 해요” 대학원에 들어가기 몇 달 전 함께 일하던 선생님께서 당부하셨다. 갑자기? “아 그러죠, 근데 걱정이에요. 사실 대학원에 엄청난 뜻이 있어서 지원하게 된 건 아니었어요” 그 당시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던 그 대화가 석사 내내 머리에 맴돌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지. 입학 전 학비 걱정을 하던 나에게 지도교수님이 제안한 조교 업무는 ‘공부도 하면서 학비도 벌 수 있고, 생활비도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알찬 대학원생이 되는 길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적지 않은 학비를 내고 학부보다 낮은 질의 수업을 듣고 싶지도 않았고 (모두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무엇보다 일찍이 지원 범..
-어느 대학원생 ‘자유’, ‘방임’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의 ‘방황’. 대학원생으로서 이런 표현들로 삶이 점철될 수 있다고 하면 믿겠는가? 나 또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교수, 대학원 특성 등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지면 가능한 일이었다. 아, 물론 한국에서 있었던 일은 아니다. 유럽 언저리 어느 나라로 석사를 떠나기 전 들었던 대학원에 대한 소문(혹은 경고)은 마치 신화에 나올 법한 실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이었다. 물론 모든 대학과 교수님들이 그렇지 않고 어느 정도 왜곡된 부분도 있을 것이며, 유럽이기에 그 정도는 아닐 거로 생각했지만 산 증인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런 걱정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오죽하면 근로기준법에서 ‘사람’을 정의할 때 ‘대학원생을 포함한다’라는 단서조항을 달았을까. 그러나 단..
겨우 밀크티 어느 대학원생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순간부터 가장 걱정했던 것은 학비 문제였다. 학부보다 곱절은 비싸진 등록금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할 때마다 막연하게 ‘대학원생이니까 조교를 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학부생 시절 시험 감독을 들어오거나 수업시간에 늦은 교수님을 대신해 출석을 부르러 왔을 때 가끔 만나던 조교들은 항상 멋져 보였던 것 같다. 그런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나도 조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조교가 될 수 있다면 나도 멋진 대학원생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 조교가 되는 것부터 쉬운 일이 하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간단한 면접을 마치고 연락을 받았다고 하는데 나는 조교 면접을 30분이나 봤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받은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