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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어떤 것은 길고 어떤 것은 짧다. 살아 숨쉬는 그림자들.. 무엇이 무엇의 그림자인지 우리는 알 수 없지. 그토록 뚜력한 그림자들인데도 너울너울.” -박시하, 「롤로와 메이의 책」
‘단순함’에 현혹되지 않기 아프면 병원에 간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것이 당연하지 못한 일이 되어버린 현실이다. 뭐,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다는 이유로 의사들이 모든 욕심을 버린 채 오로지 인류애만을 발휘하리라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장 주변에만 해도 예정된 수술일 단 며칠 전에 수술을 진행할 수 없으며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고 통보받은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의료계가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그 어느 직군보다도 막대하다는 것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그런데 현 사태를 보다 보면 기본적으로 파업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 이를테면 정작 중요한 배경과 이유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그저 파업의 주체를 악마화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민하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인상이 들기도 한다...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남아-살 수 있다면 김신우 연세대 국문과 박사과정 7%? ……우리는 얼마지? 기억을 한참 더듬어야 했을 정도로 문제의식은 희박했다. (연세대는 수료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용어를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신청학점 없는 초과학기생은 12%였다.) 수백만 원이 아니라 수십만 원만 내도 되니 다행이라 생각했던 기억까지는 회복되지 않았어도 좋았다. “하고자 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남은’ 곳에서 “학업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적 어려움’”은 분명 결심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기에 남아 있는가?”(2면) 흔들리는 시선을 다잡으면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의 노력(2면) 그리고 ‘고립적 각자도생 극복’, ‘연구자 주체성’ 등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사실(fact)이 위협받는 시대의 ‘고루한’ 글쓰기 천관우 기자 필자는 대학원에서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업(業)으로 하는 역사 공부와, 신문사의 기자 생활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는 그 접근방법과 권장되는 양식은 많이 다르지만, 사실(fact)에 입각한 글쓰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두 가지 일에 모두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에 입각한 글쓰기라는 점에서 두 가지 일은 공통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 바로, 지금이 사실의 가치가 위협받는 시대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을 지적할 수 있지만, 이번에 다루고 싶은 것은 여러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사실’이 갖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특정 사건에 대해 어렵지 않게 그 사..
‘탈아입구(脫亞入毆)’ 소회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석희진 나는 불평불만이 많다. 투덜이 스머프급이다. 앉은 자리에서 독일에 대해 불평해 보라고 하면 밤을 새울 수 있을 것 같다. 찜닭도 냉면도 없으며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두잇유어셀프(DIY)의 나라. 어릴 때로 돌아가서, ‘내 옆에 앉지 마’라고 말하던 아이의 모습도 생생하고, 처음 겪어보는 일들에 어찌할 바 모르겠던 수치심도 선명하다. 다시 독일로 왔을 때 기숙사 입사를 도와주던 튜터는 내게 ‘우리 독일은 강하고 부자인 나라’라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만 입을 삐죽거렸다. 맞는 말이어서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너희가 부럽다’고 말했다. 8년이 지나 다시 독일에 왔는데 가장 큰 백화점 두 개가 파산했다고 한다. 독일 경제가 어렵다고 온..
“어둠에 심든 밝음에 심든 약함에 심든 강함에 심든 순응에 심든 분노에 심든 반드시 심은 대로 거두리라”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中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인가 361,000원. 이번 학기 수료연구 등록금 고지서에 찍힌 금액이다. 처음 수료연구등록금을 낼 때는 99,000원이었던 것 같은데, 새삼 학교를 오래 다닌 게 실감 나는 순간이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아서 졸업을 조금만 더 빨리 했더라면 이 아까운 돈을 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씁쓸함이 몰려온다. 아니, 아니지. 졸업을 더 빨리했더라도 어차피 더 많은 등록금에, 여전히 명분을 알 수 없는 입학금을 더 빨리 내야 했겠지.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올해 등록금이 정식 안건으로 발의되기도 전에 학교 측은 일방적으로 신입생 등록금을 5% 인상했다고 한다. 학부생과는 달리 ‘고일 대로 고여버린’ 대학원생들이라 등록금을 아무렇게나 올려받겠다고 통보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등록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