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시대의어둠을넘어
- 알렉산드라 미하일로브로나 콜른타이 #위대한 사랑 #콜른타이의 위대한 사랑
- 수료연구생제도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n번방 #코로나19
- 애도의애도를위하여 #진태원
- 심아진 #도깨비 #미니픽션 #유지안
-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 국가란 무엇인가 #광주518 #세월호 #코로나19
- 쿰벵
- 항구의사랑
- n번방
- 5.18 #광주항쟁 #기억 #역사연구
- 김민조 #기록의 기술 #세월호 #0set Project
- 코로나19 #
- 518광주민주화운동 #임을위한행진곡
- 한상원
- BK21 #4차BK21
- 고려대학교언론학과 #언론학박사논문 #언론인의정체성변화
- 권여선 #선우은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김승옥문학상수상작품집
- 보건의료
- 공공보건의료 #코로나19
-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 산업재해 #코로나시국
- 임계장 #노동법 #갑질
- 쿰벵 #총선
- 미니픽션 #한 사람 #심아진 #유지안
-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염동규 #자본주의
- 죽음을넘어
- 선우은실
- Today
- Total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나는 고발한다 본문
나는 고발한다
친애하는 윤석열 대통령 각하께
각하, 세상에는 분노할 일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3월만큼 분노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 저는 한 사람의 잘못을 각하께 낱낱이 고해바치려 합니다. 물론 저는 에밀 졸라가 아니고, 그가 말한 지식인의 앙가주망이라는 것도 시효가 지난 지 오래인 듯합니다. 다만 사람과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와 다르지 않고, 혼란한 시대의 모습은 100년 전과 다르지 않기에 이렇게 각하의 눈을 어지럽히게 된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덧붙여 저에게 공소권은 없습니다만, 이 사람의 잘못은 검사가 아닌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중범죄이기에 ‘피고인’이라 지칭하는 것 또한 양해해주십시오.
첫 번째로, 피고인은 제3자로서 피해자 중심주의를 저버렸습니다. 법을 전혀 모르는 저로서도 채무가 책임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책임이 없는 이들에게 채무를 이행하라 지시함으로써 피해자를 모욕하고 법을 기만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그러한 배상의 주체와 방식을 원하지 않는다고 부르짖는 것을 묵살함으로써 이미 수십 년간 고통 받았던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의 피해를 가했습니다. 이는 기나긴 희생을 겪고 이제야 뿌리 내리기 시작한 피해자 중심주의를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두 번째로, 피고인은 정치가로서 평화에 대한 의무를 저버렸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에는 국가가 “항구적인 세계평화”에 이바지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전쟁을 위한 제국주의적 침탈과 착취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전쟁을 긍정하고 헌법을 위배했습니다. 나아가 역사적으로는 전쟁피해자들의 무고함을 부정하고, 국제적으로는 전범자들의 핑계를 옹호했습니다. 이렇듯 피고인의 위법은 현재-한국의 평화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좌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세 번째로, 피고인은 행정책임자로서 삼권분립의 원칙을 저버렸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이 언제나 올바르다는 뜻으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다만 행정책임자로서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이미 내려진(旣判) 대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은 분명한 월권이라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굳이 본인에게 허락되지 않은 권력을 자행하면서까지 이루려고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저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아가 이는 앞으로도 행정이 사법을 농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혹자는 이 모든 것이 무지한 피고인이 법을 잘 몰라 저지른 실수라고 변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합당하기에 동정이 이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의 정치‧사회적 위치를 고려했을 때 법에 대한 무지는 용서받기 어려운 것입니다. 혹자는 중차대한 사회적 문제에 한 사람의 잘못을 물어 무엇이 바뀌느냐고 힐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직하기에 지지하고 싶은 말입니다. 그러나 피고인을 중심으로 가해세력이 결집하고 있는 현실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각하께 피고인의 엄벌을 간곡하고도 단호하게 요청 드리는 바입니다. 제가 법관이 아닌 각하께 이를 요청 드리는 이유는, 형벌에 앞서 피고인의 성찰과 반성이 이뤄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며, 그것을 피고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이는 본인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7면 >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수 재미'를 찾아 (0) | 2023.06.28 |
---|---|
종말의 불안을 공유하며 (0) | 2023.05.23 |
명작을 비판하는 방법 (0) | 2023.03.19 |
분노를 조직하기,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기 (0) | 2022.12.12 |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0) | 2022.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