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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140416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하여 안산에 다녀왔다. 여느 때와 같이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켜본 교실 TV로 세월호 소식을 처음 접했던 게 얼마 전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났다니. 먼저 떠나보낸 자식의 명찰을 달고 단원고 4.16기억교실에서 담담하게 방문객들을 안내하는 유가족 앞에서, 그리고 그들을 위해 남겨진 수많은 “보고 싶어, 사랑해”라는 편지 앞에서 꾹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났던 그들을, 내가 20대 후반이 될 동안 영원히 어린 학생으로 남아야만 하는 그들을 나도 조금씩 잊어왔던 것은 아닐까. 부끄러움이 밀려와 방명록에 차마 이름 석 자도 쓰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6·25 전쟁 때 죽은 수많은 학도병은 기억하지 않으면서 죽은 자식들을 팔아 ..
‘단순함’에 현혹되지 않기 아프면 병원에 간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것이 당연하지 못한 일이 되어버린 현실이다. 뭐,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다는 이유로 의사들이 모든 욕심을 버린 채 오로지 인류애만을 발휘하리라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장 주변에만 해도 예정된 수술일 단 며칠 전에 수술을 진행할 수 없으며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고 통보받은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의료계가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그 어느 직군보다도 막대하다는 것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그런데 현 사태를 보다 보면 기본적으로 파업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 이를테면 정작 중요한 배경과 이유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그저 파업의 주체를 악마화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민하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인상이 들기도 한다...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인가 361,000원. 이번 학기 수료연구 등록금 고지서에 찍힌 금액이다. 처음 수료연구등록금을 낼 때는 99,000원이었던 것 같은데, 새삼 학교를 오래 다닌 게 실감 나는 순간이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아서 졸업을 조금만 더 빨리 했더라면 이 아까운 돈을 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씁쓸함이 몰려온다. 아니, 아니지. 졸업을 더 빨리했더라도 어차피 더 많은 등록금에, 여전히 명분을 알 수 없는 입학금을 더 빨리 내야 했겠지.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올해 등록금이 정식 안건으로 발의되기도 전에 학교 측은 일방적으로 신입생 등록금을 5% 인상했다고 한다. 학부생과는 달리 ‘고일 대로 고여버린’ 대학원생들이라 등록금을 아무렇게나 올려받겠다고 통보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등록금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말들이 자리를 찾지 못 하고 떠돌아다니는 세상이다. 불과 5-6년 전에 담론과 진영, 사상과 주의를 대표하던 말들은 이제 전방위적으로 뒤섞여 피아를 구분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가스라이팅’이나 ‘미러링’ 등의 말이 남초 커뮤니티에서 더 많이 사용되고, 진보를 자처하는 자들이 ‘성장’을, 보수를 자처하는 자들이 ‘복지’의 표어를 외치고 있다. ‘공정’과 같은 말들은 훼손될 대로 훼손되어 모든 영역에서 만연한 능력주의의 신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천인공노할 침략을 감행했을 때 사용한 ‘나치’라는 말은, 이러한 예시들 중 가장 전형적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예가 될 것이다. 말이 말을 속이는 것이 가장 무서운 지금과 같은 시대에, 자신과 딱 어울리..
상식의 항상성을 위해 상식이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낡는 세상이다. 문화현상에서 첨단기술에 이르기까지, 자고 일어나면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세상에서 내일까지 자리를 보전하고 있을 상식을 확신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세상에서 유통기한이 긴 상식들은 오히려 현재가 아니라 과거의 것들이다. 특히 정통성이나 정체성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은 그 속성상 대다수에 의해 오래도록 보전돼야 하는 상식이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철거’가 오랜만에 진영을 가리지 않고 공분을 산 것 또한 이 때문일 것이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돌마저 한동안 자취를 감춰야 할 정도로, ‘독립운동’은 한국에서 ‘상식이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 사안의 역사적·정치적 문제들은 잠시 제쳐놓고(이에 대해서는 본지 본호의 1면 기사에 충실..
대패(大敗)는 막아야 한다 끔찍한 여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위기를 절감케 한 여름이라는 점에서 그러했다. 비단 기후위기가 빚어낸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때문만은 아니다. 3일 간격으로 지하철역에서는 백주대낮에 칼부림이 있었고,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혀 관계없는 두 사건을 두고, 신기하게도 어느 한 쪽에 유독 화가 치밀거나 어느 한 쪽이 특히 안타깝지 않았다. 두 사건은 평등하게 폭염보다 더 식히기 어려운 분노와 폭우보다 더 지긋지긋한 우울을 가져다주었다. 이미 부당하게 익숙해져버린 기후위기보다, 이쪽이 내게는 더 ‘현대’의 위기에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는 ‘근대’의 패배였다. 이상적인 공동체를 소망했던 인간의 오만하고도 어리석..
‘순수 재미’를 찾아 대망(大望)의 (Nintendo, 2023, 이하 젤다)이 출시된 이후 한동안 유튜브 알고리즘과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이 게임의 플레이영상과 스크린샷으로 가득 찼었다. 여러 마감에 쫓기면서 겨우 튜토리얼 단계를 마쳤을 때의 감상은, 요새 자주 쓰는 말로 하면 ‘순수 재미’였다. 미지의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아 탐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대한 세계, 보이는 모든 물건을 접합하거나 조립할 수 있어 공예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탁월한 물리엔진, 세계 각지에 흩어진 기억을 스스로 찾아 헤매도록 만들어 서사진행의 욕망을 부여하는 레벨디자인까지. 6년 만에 혹은 37년 만에 내게 돌아온 젤다는 여전히 한 걸음 더 나아가지 않고는, 그 한 걸음을 나아간 뒤에는 또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않고는 견..
“아기는 신이 아직 인간에게 절망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가지고 이 세상에 온다.” 김철곤 작가의 판타지소설 『SKT-Swallow Knights Tales』(북박스, 2003)에 나오는 말이다. 공치사로도 명작이라 하긴 어렵고, 읽은 지 워낙 오래된 작품이라 내용조차 잘 기억나지 않지만 위 구절만은 또렷하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를 절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어쨌든 ‘이런 걸’ 이 세상에 보내준 존재라면. 그래서인지, 부끄럽게도 낙태죄 폐지를 마음속으로는 꽤나 오래 반대했었다. 여성의 신체적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을 같은 저울에 올려놔서는 안 된다는 친구들의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인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온갖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