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미니픽션 #한 사람 #심아진 #유지안
- 심아진 #도깨비 #미니픽션 #유지안
- 공공보건의료 #코로나19
- 선우은실
- 한상원
- 권여선 #선우은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김승옥문학상수상작품집
- 518광주민주화운동 #임을위한행진곡
- 시대의어둠을넘어
- 항구의사랑
- 임계장 #노동법 #갑질
- 쿰벵
- 죽음을넘어
- 수료연구생제도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n번방 #코로나19
- 산업재해 #코로나시국
- 김민조 #기록의 기술 #세월호 #0set Project
- 보건의료
- BK21 #4차BK21
- n번방
- 코로나19 #
- 알렉산드라 미하일로브로나 콜른타이 #위대한 사랑 #콜른타이의 위대한 사랑
-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염동규 #자본주의
- 국가란 무엇인가 #광주518 #세월호 #코로나19
- 애도의애도를위하여 #진태원
- 5.18 #광주항쟁 #기억 #역사연구
- 쿰벵 #총선
- 고려대학교언론학과 #언론학박사논문 #언론인의정체성변화
-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 Today
- Total
목록7면/사설 (39)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심상정이 사라졌다 지난 1월 계속되는 지지율 하락에 심상정 후보가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닷새간 칩거에 들어갔다. 후보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많은 이들의 심 후보의 사퇴 가능성을 점쳤고, 또 어떤 이들은 진보 정당의 소용(所用)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뒤늦게나마 열띠게 분석했다. 어쩌면 대선기간 동안 심 후보가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시기가 이 닷새간의 칩거 기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심 후보는 메이저 후보라고 말할 수는 없더라도 지지층의 충성도가 높아 단단한 고정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던 만큼, 최근의 부진은 그의 옛 동지였던 86세대 유권자층이 민주당으로 옮겨간 데서 원인을 찾아야 할 듯하다. 촛불 정국과 장미 대선을 통과하여 20대 대선까지 오는 과정에서, 노회찬을 잃은 정의당은 86세대 유권..
그가 죽었다. 2021년 11월 23일 오전 8시 45분경의 일이었다. 오묘하게도 뉴스 기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가 개인 SNS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성찰 없는 죽음은 그조차 유죄”(심상정 페이스북 페이지, 2021.11.23.)일 테지만, 그는 사과 한마디 남기지 않고 홀로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했다. 죽기 직전의 그 노쇠한 얼굴은 익숙한 사진 속 얼굴과는 달랐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한들 알아보지 못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색이 짙어진 지 오래였기 때문일까, 그 사람의 죽음에 놀라기보다는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장례식과 장지 문제로 떠들썩했던 노태우 씨의 사망보다도 조용히 지나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처음 소식을 접..
“내가 『다마사스트라』라는 경전을 읽으면서 정말로 읽고 있었던 것이 바로 그 미소라는 텍스트였다.” - 가야트리 스피박, 「응답」,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 스피박의 유명한 에세이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서발턴은 말할 수 없다’는 다소 비관적인 결론으로 끝난다. 서발턴은 말할 수 없으니 그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이 글이 쓰인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서발턴이 말할 수 있다고 손쉽게 믿으며 그들이 처해 있는 겹겹의 억압적 조건을 무시하는 태도, 그리고 지식인의 ‘해독’을 곧바로 서발턴의 말하기와 동일시하는 성급한 접근방식을 경계하기 위한 글이라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에세이를 발표하고 약 10년이 지난 후 스피박이 그 결론은 낙담과 절망으로 인한 ..
아직 연일 2000명대 가까이 확진자가 나오는 추세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위드 코로나’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시기가 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9월 26일 기준 국내 인구 대비 총 74.1%가 백신 1차 접종을 마무리하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 또한 전체 인구의 45.2%나 된다고 한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자발적으로 접종을 거부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성인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닐 수치다. 나 또한 초반에는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들의 뉴스를 보면서 불안한 마음에 최대한 접종을 뒤로 미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백신이 대세가 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저녁 8시에 알람을 맞춰두었다가 접종 예약을 하게 되었다. 백신 1차 접종을 하러 가자 의사..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20대 여성 현상’을 논하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오세훈의 서울시장 당선과 ‘이대남’ 현상부터 이준석의 국민의힘 당대표 취임과 ‘집게손’ 논란, 안산 선수 페미니스트 논란까지. 하나만으로도 놀라울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는 동안 내 마음속 사설 주제도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충격적인 변화는 정치권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기술 발전을 몇 년이나 앞당겼다고들 하는데, 여태껏 화려한 독수리 타자 기술을 선보이는 우리 아버지도 줌(zoom)만큼은 어렵지 않게 쓰시니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게다가 줌이야 익숙해진 지 오래되었다지만 최근 한 대학에서는 메타버스(Metaverse) 입학식을 열었다는 소식은 새삼 또 생경하다. 소꿉놀이나 의사놀이할 때 갖고 ..
내가 사랑했던 친구는 21살의 여름, 강에 빠져 죽었다. 군인이었던 친구의 아버지는 우리를 불러 앉히고는, 나는 그 애가 하려던 것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너희들이 대신 계속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래서 봄에는 혜화동성당 재능교육 학습지 노동자 고공농성에, 여름에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노조 결의 대회에, 가을에는 대한문 앞에, 겨울에는 시청 앞 기아차 비정규직 고공농성에 다녔다. 다른 이들과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몇백일 동안 하늘 가까이에서 지낸 사람들은 지상에서 비추는 핸드폰 플래시에 마음의 위안을 얻었고, 어디선가 아무도 모를 이름들이 소리 없이 죽었다. 나라도 그 사람들을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지 나는 열심히도 죽음마다 찾아다니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패치워크하듯 모았다. 누군가 죽을 때..
다시 만난 세계 ③ : ‘벌새’의 시선으로 본 1994년 문학비평 용어 중 ‘믿을 수 없는 화자(Unreliable narrator)’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는 소설 속 화자가 전하는 말을 대체로 진실로 여기지만 상습적인 거짓말쟁이나 지적 수준이 낮은 사람, 그리고 어린아이 등이 화자일 경우 그 사람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기에 이와 같은 개념이 만들어졌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독자와의 거리감을 조절하고, 독자를 속여 반전을 꾀하거나 반대로 독자에게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섭의 단편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사연이 어른들의 사정을 모르는 어린 옥희의 눈을 통해 훨씬 애절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옥희가 문학작품을 돋보이게 ..
밤 9시였던가. 친구들과 다 같이 다음 주 수업에서 다룰 책을 읽고 있었다.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였다. 책 넘기는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들리던 중 한 친구가 헉, 하고 소리를 냈다. 친구가 “변희수 하사”라 말하고 내가 “죽었어?”라고 되묻기까지의 간격은 아주 짧았다. 나는 아무 근거도 없이 변희수 하사가 군으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 믿어왔다. 그런데도 당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것은 왜 이토록 쉬운 일일까. 당신은 나에게 줄곧 군복을 입고 기자회견 하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울 듯한 눈과 그렇지 않은 입으로 기억된다. 나중에야, 계속 올라오던 추모의 글들 사이에서 검은색 상의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꽃들 옆에 앉아 있는 사진을 보았다. 과후배 마냥 친근하게 느껴지는 귀여운 사진이었다. 미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