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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 한일관계의 현안과 전망을 논하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핵심 외교안보 공약으로 삼으며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정상회담 개최를 비롯하여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강제징용 피해 배상에 대해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하면서 한일 간 역사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에 반대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과거사 문제 보다는 경제·안보 등의 현안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에서는 대일외교를 둘러싼 정치공학적 쟁점들을 짚어보고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조진구 교수를 만났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정책과 ‘협력 파트너’로서의 일본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와 현 ..
인천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남상욱 교수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가기 시작한 올 3월 중순 4년 만에 한일 정산 회담이 도쿄에서 개최되었다. 2019년 시행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해제를 위해,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의 복구만이 아니라 강제징용 피해배상금을 한국기업이 대납안을 제시해 “굴욕외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등의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져 가는 지금, 한일의 협력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더라도 우리 쪽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한일 정상 회담 이후 추락한 대통령 지지율은 그러한 의문을 많은 국민들이 공유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물론 미래 지향적인 경제적 협력을 이유로 ‘불행했던 과거사’를 괄호에 넣는 것..
새 인간의 오후 김복희 시인 첫 시집의 「새 인간」이라는 시가 찾아온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 예전에 사귀던 친구와의 데이트 장면이 문득 떠올랐던 것이다. 우리의 관계는 돈도 요령도 없이 그저 좋아함만 가득했는데, 그래서 무모하게도 겨울 아주 추운 날 ‘동묘앞’에서 ‘동대문’까지 걸어서 시장 구경을 했다. 정말 추워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얼어붙었지만 따뜻한 커피 한 잔 사 마실 여유가 없었다. 여하간 거의 두 시간을 바깥의 온갖 것들을 기웃대며 이동하던 와중에 우리는 펫샵을 발견했다. 총천연색의 물고기와 새들이 눈이 아플 정도로 빽빽하게 전시되어 있던 가게였다. 바깥은 속눈썹이 입김에 얼어붙도록 이렇게 추운데, 수족관과 케이지가 가득한 그 안은 무척 더워보였다. 그들은 모두 아름다워 보였다. 혹한의 추..
기획의 변: 도심 생태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생물 중 조류는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주된 관심의 대상에서는 쉽게 제외된다. 국제 조류보호기구인 ‘버드라이프인터내셔널’(BirdLife International)에 따르면 현존하는 조류종 49%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1,409종은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생태학적인 관점과 문학적 상상력이라는 상이한 견지에서 관찰한 도심 속 조류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의 황대인 센터장과 김복희 시인의 목소리를 함께 들어보았다. 도시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인공적으로 생성되었지만, 그 장소에서 이전부터 서식해온 생물에 대해선 거의 알지 못한다. 그중 조류는 생태계에서 포식자와 피식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주요 구성원이지만..
스웨덴 스톡홀롬대학교 대학원 환경사회과학과 원혜림 스웨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날이었다. 스웨덴 사람들과 한식 얘기를 나누다가 여기서 순두부를 파는 식료품점이 있을지를 반신반의하며 물어봤다. 한 스웨덴 친구가 그걸 알아들으며 대부분의 대형 마트에서 팔 거라고 얘기해 주며, 피넛 버터와 함께 파이로 만들어 먹으면 맛있다고 해서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날 저녁 마트의 비건 전용 코너에서 정말 파이 사진이 제품 포장에 찍혀 있는 순두부를 발견했다. 그 친구는 비건이었고 스웨덴에서는 치즈의 대체재로 여러가지 두부가 한국 사람이 상상하지 못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의 비건 및 채식주의자 인구는 전체 인구의 10%를 넘는다. 이 비율도 전체 인구 대비이기 때..
기획의 변: 2022년 F/W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비건타이거’의 비건패션은 비건이 식생활의 영역을 넘어 우리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처럼 ‘비거니즘(Veganism)’은 단순히 ‘채식주의’를 뜻하는 것만이 아닌, 의류, 화장품 등 생활 전면에서 동물에 대한 잔혹 행위를 배제하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비거니즘’을 어떻게 바라보고 확장해 나갈 수 있는지를 톺아보고자 비건생활연구소 강소양, 최서연 활동가와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대학원 환경사회과학과 원혜림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비거니즘, 소수가 아닌 모두를 사유할 수 있는 문화 [기획 인터뷰] 과거 ‘비거니즘’은 소수의 문화로 여겨졌으나,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를 계기로 동물복지, 환경보..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 대우교수 이슬람의 이름으로 ‘알카에다’와 ‘아이에스’가 테러를 자행한 이래 이슬람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그 어떤 종교보다도 이슬람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게다가 가톨릭의 수녀처럼 수도자가 아닌데도 여성에게 머리나 얼굴을 가리도록 강요하는 지도자나 단체나 국가 때문에 이슬람은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종교라는 이미지까지 떠안고 있다. 지난 9월 13일 쿠르드 지역 코르데스탄주의 소도시 사게즈에서 테헤란으로 놀러 온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머리 가리개)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가니 지하철역에서 ‘도덕경찰’로 알려진 이란의 지도순찰대(Gasht-e Ershad)에 체포된지 3 일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 품에 안겼다. 마흐사의 죽음으로 이슬람의 이미지는 더욱 ..
‘Women, Life, Freedom’을 위한 경계 없는 연대주의를 향하여 -이란 히잡법 반대 시위의 배경과 전개 지난 9월 16일, 테헤란을 방문한 쿠르드 출신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복장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검거‧체포되어 교육 센터에 보내졌고, 이내 원인불명의 혼수상태에 빠진 뒤 사망하였다. 이란 전역에서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이를 규탄하기 위한 대대적인 시위가 일어났으며, 더 나아가 체제 자체의 변화를 요구하면서 많은 이란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1979년 팔라비 왕조가 무너지고 신정(神政) 국가인 현재의 이슬람 공화국이 세워지면서 강력한 이슬람 근본주의를 관철하기 시작한 이란에서는 여권 신장 운동, 또는 체제 자체에 대한 저항의 움직임도 있었지만, 정부의 강경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