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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전시 -연극 김민조(연극비평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초대의 인삿말조차 꺼내기 조심스러웠던 2020년 가을, 제주도의 한 커피숍에서 이라는 전시가 조용히 열렸다. 12년 전 군복무를 하던 도중에 동성애자임을 밝혔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던 제람을 포함하여 네 명의 동성애자 군인이 오랫동안 꺼낼 수 없었던 말과 기억을 기록한 전시였다. 전시 공간에는 그들이 편지처럼 빼곡이 글자를 적어내려간 병풍 형태의 설치물이 여러 개의 조를 이루며 세워져 있다. 서로 연결된 병풍들은 마치 기록자의 경험을 보호하는 것처럼 안쪽을 향해 오므려져 있기 때문에, 기록을 열람하고자 하는 관람객은 열려 있는 틈 사이로 진입해 병풍들이 이루는 반폐쇄형 공간 속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제람은 그 스팟을 어사일럼(Asylum)..

-심아진(소설가ㆍ동화작가) 그건 정말 뜻밖의 선물이었다. 다양한 색깔의 끈팬티 일곱 개가 든 상자를 열었을 때, 혜원은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예전에는 그게 무슨 냄새인지 알았으나 이제는 익숙하다는 사실만 간신히 알아차렸다. 혜원은 끈팬티 같은 걸 입어 본 적이 없었고 요일별로 그런 걸 입고 싶어 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고마워. 잘 받았어. 근데 오늘 무슨 날이야? 왜 보냈어? 혜원이 세라에게 문자를 보내자마자 답문이 떴다. 그냥 깜짝 선물이야. 입어 봤어? 사이즈 안 맞으면 바꿔줄게. 혜원은 팬티 한 장을 집어 펼쳐보았다. 그게 엉덩이에 걸쳐질지 어떨지조차 가늠되지 않았다. 잘 맞아. 고마워. 혜원은 두 번 연속 고맙다고 했다는 걸 의식하지 못한 채 상자를 서랍에 넣었다. ..

이름 없는 이삿짐들 연극 김민조(연극비평가) 나는 기독교가 그리스-로마 세계에 최종 정착하기 직전의 시대, 종교개혁 직전의 시대, 공산주의 운동 직전의 시대에 엄청난 매력을 느낀다. (…) 내가 볼 때 그 시대들의 메시지는, 상충하는 대의들 가운데 어느 것도 최종적 쟁점의 최종적 결론이 아닐 가능성, 우리로 하여금 대의 없이 사유하고 생활할 수 있게 해줄 사유방식 및 생활방식이 있을 가능성과 관련되어 있다. 그 사유방식 및 생활방식을 가리키는 더 나은 이름이 없으니, 아니 아무 이름이 없으니, 인본의 방식이라고 부르자. 발터 벤야민이 “어슴푸레한 새벽의 넝마주이”라고 불렀던 20세기 전반기의 사회학자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Siegfried Kracauer)는 그의 유고 모음집 『역사: 끝에서 두 번째 세..

문제는 생존이야 심아진(소설가, 동화작가) 순수한 쥐며느리 청년 철이에게 뜻밖의 일이 생겼습니다. 여느 날처럼 숲을 헤집고 다니다가 쥐며느리 아가씨 순이와 더듬이가 얽히고 말았던 겁니다. “털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철이는 더듬이를 떼어내는 순이의 신중한 태도와 네모동글 오동통한 모습에 홀딱 반하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지요. 이전에 철이는 위대한 쥐며느리 고고학자가 되는 것 외에 다른 꿈을 꾼 적이 없습니다. 고대 생물의 뼈나 이, 화석 등을 연구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니는 게 일상이었지요. 철이는 쥐며느리의 발생이 중생대가 아니라 선캄브리아대에 이루어졌다는 몇 가지 증거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나아가 쥐며느리가 삼엽충보다 앞선 갑각류의 조상이라는 사실도 증명해 낼 자신이 있었습..
연극사 이후의 연극사를 쓰려면 연극 김민조 연극평론가, 연극비평집단 시선 필진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연극계가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한 2020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연극의 해’이기도 하다. (김방옥 구성 / 박근형 연출)는 올해 ‘2020 연극의 해’라는 사업명 아래 진행되었던 수많은 행사와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마무리되는 시점에 상연되었다. 연극의 존립이 가장 위태로워진 시기, “한국연극의 역사, 개념, 범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공연은 그 도전적 의의만으로도 많은 연극인의 주목을 받았다. 문자 중심의 도큐멘테이션(documentation)을 해체하는 공연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 묻혀 있던 기록과 사라진 목소리들은 어떻게 무대 위에서 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