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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극장 혹은 밀폐된 광장 : 어떤 삶이 보이고 들리도록 하기 위하여 - 연극 나의 할아버지 하로만은 목포와 제주, 영암 등지를 돌며 일하는 방송기술자였다. 마지막으로 목포에 들어오기 전에는 신안의 먼 섬인 가거도에서 등대지기로 일했다. 그는 어느날 갑자기 잘렸는데, 그의 상사가 원하는 사람을 그 자리에 대신 앉혀야 했기 때문이다. 실직한 그는 목포에 들어와 KBS에 취직했다. 가난한 살림살이가 조금 나아졌다. 방송국에서 방송공사로 직장의 이름이 바뀌었을 때는 큰맘먹고 냉장고를 들이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섰다. 대대적인 언론탄압과 통폐합, 인원감축이 있었다. 목포KBS의 국장과 부장과 차장이 줄줄이 잘렸다. 로만은 기술부 차장이었다. 원래도 좋지 않던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로만은 알콜중독자가 되었..

심아진 굴토끼 아토가 ‘게으르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아토는 다른 토끼들처럼 신선한 풀을 찾아 깡충거리며 뛰어다니지 않고 마지못한 듯 아주 조금씩만 이동합니다. 배가 고프니 어쩔 수 없이 먹기는 해도 먹는 것만이 삶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토는 어제도 먹었고 엊그제도 먹은 씀바귀, 질경이들을 오늘도 습관처럼 먹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기만 합니다. 어째서 풀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은 걸까요? 또 냄새 지독한 똥은 어찌 그리도 많이 나오는 걸까요? 그래도 아토는 동굴 속에 있기보다는 동굴 밖에 있는 걸 더 좋아합니다. 새끼를 만들거나 잠만 자는 동굴 속 생활보다야 동굴 밖 생활이 차라리 낫기 때문입니다. 컴컴하고 비좁고 질척거리는 동굴은 정말이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역겹기 짝이 없습니다...

만유의 기억 심아진 명민은 부지런히 명함을 주고받으며 악수를 했다. 열세 살 소년의 얼굴을, 20년 만에 만난 수염 거뭇한 남자 어른들에게서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 졸업 후에도 여전히 친한 정욱이 불러내지 않았더라면 나오지 않았을 자리였다. 아, 예성이구나, 라고 말하거나 김철민, 몰라볼 뻔했다, 라며 놀라는 와중에 누군가가 명민의 어깨를 두드렸다. 반갑다, 서명민. 그러나 명민은 거구의 사내가 건넨 명함에서 이름을 읽고도 도무지 그를 기억해낼 수 없었다. 류지호라고?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으나 명민은 내색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 학과장에게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만, 하며 말을 꺼냈다가 따끔하게 혼이 난 이후로 여간해선 그리 말하지 않았다. 명민은 제 기억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겸손하게 전..

흔들리는 그네가 조금씩 더 높이 올라가듯이 : 연극 하은빈 연극 (연출 이래은, 대본 이오진, 제작 달과아이극단 / 이하 )의 객석에 앉아있는 동안 생각했다. 이 극이 보이는 모든 시시콜콜한 불합리를 통과하며 자랐다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김이박의 얼굴들을 다 알아볼 수 있다고. 한때 나의 것이었던 이 얼굴들을 어떻게 다 잊을 수 있었을까 싶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잊기로 한 것이구나. 이들을 잊으면서 비겁하게도 성인이 되었구나. 그러나 의 소개 글처럼 “우리는 베개처럼 닿아 있”다. 결별한 듯 보였던 지난 시간은 서로의 끝을 겹치며 현재까지 연결되어 있다. 내 것인 줄만 알았던 경험은 촘촘한 연관을 이루는 총체적 구조의 일부이다. 언젠가 동료 안담은 그것을 깨닫는 순간에 관해..

한 놈은 잡는다 심아진 할아버지의 바람대로 3대, 아니 4대가 식당 앞에 모였다. 얼마 전에 여든 살이 된 할아버지를 평생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아버지 얼굴에 언제나처럼 체념이 서려 있었다. 나 역시 “내가 죽어도 한 놈은 반드시 제대로 잡는다.”는 식의 신조를 지닌 할아버지를 당해내지 못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핑계를 대보았지만, 음식을 포장해 집으로 오겠다는 말에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그날이 어렵다고 하면 다른 날, 또 다른 날을 잡자고 매일 전화할 게 뻔하기도 해서였다. 방역 4단계로 식당은 4인까지만 함께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런 지침쯤은 가볍게 무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가족이라고 말 안 하면 누가 알겠냐며, 네 명, 세 명씩 따로 들어가자고 했다. “이 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