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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유진규 마임 레퍼토리 -김민조(연극비평가) 지난 5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상연된 는 마임이스트 유진규를 위한, 유진규에 의한 공연이었다. 1972년 극단 에저또 단원으로 데뷔 무대를 가진 이래 장장 50년간 마임이스트로 활동해온 유진규의 마임 인생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공연은 을 비롯한 유진규의 대표적인 마임 레퍼토리들로 구성되었다. 한국 마임의 태동기였던 197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현대사의 결을 가로질러온 1세대 마임이스트의 공연답게, 유진규가 몸짓으로 펼쳐 보인 길은 여러 시대의 흔적들을 함께 품고 있었다. 한국 마임의 형성기인 1970년대에 마임은 대체로 ‘무언극’ 또는 ‘묵극(默劇)’과 동일시되었다.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연극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었던 셈인데, 엄..

-심아진(소설가·동화작가) 오늘은 내 기필코……. 혜나가 얼굴에 덮었던 마사지 시트를 휙 벗기더니 분연히 일어선다. 옆집에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선명히 들렸기 때문이다. 내 돈 갚기는 어렵고 생일잔치는 한다 이거지? 돈 5만 원을 받으러 나가는 혜나의 얼굴은, 언젠가 양다리 걸친 전 남친을 후려치러 갔을 때처럼 결연하다. 옆집 사는 여자가 몹시 곤란한 얼굴로 우리 집 문을 두드린 건 한 계절 전이었다. 그날 저녁 혜나는 방충망을 툭툭 쳐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매미 때문에 예민해져 있었다. 여섯 개의 다리를 쩍 벌린 채 꼬리를 떨며 울어대는 매미가 뻔뻔한 추행범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혜나는 “이 나쁜 놈아! 에잇, 이놈!” 해대며 매미를 쫓다가 문 두드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옆집 여자는 뜻밖..

연극이 아직 연극이 아니었을 때 - 연극 김민조(연극비평가) 다양한 종류의 연극 기원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연극이 어디에서 어떻게 유래했는지를 끝끝내 알 수 없을 것이다. 연극 양식에 대한 지식 구조가 일반적으로 정착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현존하는 인류학적 행위들로부터 연극성의 시원을 검출하려는 시도는 순환 논리의 덫에 걸려들기 십상이다. 예컨대 유년 시절의 소꿉놀이를 연극의 원형으로 지목할 수 있을까. 그것은 혹시 연극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어른이 그 뿌리를 발견하고자 하는 욕망을 소꿉놀이에 투사한 것은 아닐까. 소꿉놀이는 정말 자라서 연극이 될까. 비단 연극에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예술의 개념들이 모두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라면, 그 개념이 탄생하기 ..

일그러진 진주 심아진 (소설가, 동화작가) 바로크에 관한 박사 논문이 창 없는 집에 나를 가둬둔 지 두 해째였다. 라이프니츠의 작고 완벽한 세계에 하릴없이 웅크리고 있던 나를 끌어낸 것은 참석이 불가피한 장례식이었다. 나는 커다란 이민 가방에서 심하게 구겨진 검은 양복 한 벌을 찾아냈다. 이사 온 후 짐을 정리하지 않은 건 짐을 부릴 만한 가구도 공간도 없어서였다. 장난감처럼 가벼운 다리미는 작동을 멈춘 지 오래였다. 재개발 밀집 지구인 동네에 그렇게나 많은 세탁소가 있다니 놀라웠다. 기다렸다는 듯 뺨을 때리는 햇빛을 피하며 걸어가는 동안 발견한 세탁소만 십여 군데가 넘었다. 명품, 백광 등의 이름이 붙은 세탁소와 코인세탁소, 크린이나 클린이라는 단어가 붙은 무수한 세탁소를 거쳐 발을 멈춘 곳은 이름도 ..

-전시 -연극 김민조(연극비평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초대의 인삿말조차 꺼내기 조심스러웠던 2020년 가을, 제주도의 한 커피숍에서 이라는 전시가 조용히 열렸다. 12년 전 군복무를 하던 도중에 동성애자임을 밝혔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던 제람을 포함하여 네 명의 동성애자 군인이 오랫동안 꺼낼 수 없었던 말과 기억을 기록한 전시였다. 전시 공간에는 그들이 편지처럼 빼곡이 글자를 적어내려간 병풍 형태의 설치물이 여러 개의 조를 이루며 세워져 있다. 서로 연결된 병풍들은 마치 기록자의 경험을 보호하는 것처럼 안쪽을 향해 오므려져 있기 때문에, 기록을 열람하고자 하는 관람객은 열려 있는 틈 사이로 진입해 병풍들이 이루는 반폐쇄형 공간 속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제람은 그 스팟을 어사일럼(Asylum)..

-심아진(소설가ㆍ동화작가) 그건 정말 뜻밖의 선물이었다. 다양한 색깔의 끈팬티 일곱 개가 든 상자를 열었을 때, 혜원은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예전에는 그게 무슨 냄새인지 알았으나 이제는 익숙하다는 사실만 간신히 알아차렸다. 혜원은 끈팬티 같은 걸 입어 본 적이 없었고 요일별로 그런 걸 입고 싶어 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고마워. 잘 받았어. 근데 오늘 무슨 날이야? 왜 보냈어? 혜원이 세라에게 문자를 보내자마자 답문이 떴다. 그냥 깜짝 선물이야. 입어 봤어? 사이즈 안 맞으면 바꿔줄게. 혜원은 팬티 한 장을 집어 펼쳐보았다. 그게 엉덩이에 걸쳐질지 어떨지조차 가늠되지 않았다. 잘 맞아. 고마워. 혜원은 두 번 연속 고맙다고 했다는 걸 의식하지 못한 채 상자를 서랍에 넣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