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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하은빈 내가 의 몸들을 구멍난(porous) 몸들로 읽은 것은 그다지 새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팬데믹의 시대를 살며 우리 모두가 얼마쯤 배운 사실이었으니까. 우리가 무수한 구멍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라는 사실. 보이는 것과 달리 우리 몸은 그리 분명하고 단단한 경계가 아니라는 사실. 우리는 명확히 경계 지어지거나 들어차 있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빈 공간들이어서, 그 사이로 공기가 들고 나며 불가피하게 접촉하고 뒤섞인다는 사실. “우리가 언제나 외부 세계를 우리 몸속에 끌어들이고 있음을 — 역으로 몸 속에서 생성된 것을 언제나 외부로 배출하고 있음을 — 잊을 수 없게 만드”는 그 구멍들이, 우리의 몸을 취약하고 의존적인 존재로 조건짓는다는 사실. 에 출연하는 서른 아홉 개의 몸을 하나로 꿰는 것은 ..
우리는 다양한 언어적, 비언어적 반응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고 외부와 의사소통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 역시 마찬가지다. 강아지가 즐거울 때 꼬리를 흔든다거나 불안하거나 화가 났을 때 털을 세우는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동물 간 의사소통에 관한 연구 역시 다수 이루어지고 있으며, 고유의 음성 패턴이나 행동 방식을 통해 상호 의사를 전달하는 생물종이 존재한다는 사례가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다. 이외에도 각종 자극에 대한 동물의 신체적, 행동적 반응 역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그렇다면 식물의 경우에는 어떨까? 생물, 혹은 살아있다는 것의 정의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지만, 일반적으로 항상성, 물질대사, 반응, 적응 등이 생물의 특징으로 꼽힌다. 식물 역시 생명체이므로, 외부 자..
헤어짐을 상연하는 애인들에게: 극단 애인, 드라마투르그 하은빈 극단 ‘애인’의 공연을 처음 본 것은 십 년 전의 일이다. 이들이 올린 가 어떤 사건처럼 나를 압도했다. 이후로 멀리서나마 종종 보았다. 2019년에는 두산아트센터에서 올라간 에 대해 아쉬운 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장애예술’에 나름 깐깐하게 굴고 싶었던 모양이다. 본전도 못 찾았다. 이듬해 이들의 를 보고는 비평이랄 것을 처음 시작했다. 머리를 쥐어뜯고 벽에 머리를 박으며 썼다. 지면이 생기고 고료가 나와서가 아니라 좋은 걸 좋다고 잘 말하고 싶었다. 지금도 같은 마음으로 쓰고 있다. (이하 )으로 곧장 질러오지 않고 애인과의 기억을 돌아본 것은 애인에게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애인의 연습실에서 공연 을 올리며, 김..
두근대는 심장이 말하는 것 심혜린 긴장했을 때나 불안할 때, 혹은 무서울 때 터질 듯 심장이 뛰었던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실제로 불안 상태에서 뇌가 심장 박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다. 그렇다면, 반대의 방향은 어떨까? 빨라지는 심장 박동이 감정이나 기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신체 변화가 감정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한 세기 동안 논쟁이 지속되어왔다. 초기 심리학 이론 중 하나인 제임스-랭 이론(James-Lange theory)에서 감정이 신체의 물리적 변화에 의한 결과라고 주장한 것이 시작이다. 1880년대에 등장한 이 이론에 의하면 외부 자극으로 발생한 신체적 변화를 해석해 감정적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1920년대에 ..
극장종말론자가 지은 그 대극장에서: 이혜령, 드라마투르그_하은빈 공연이 끝나고 혜령은 내게 다가와 물었다. “왜 이렇게 많이 울어요. 보통 애기엄마들이 우는데.” 그리고는 혜령도 울었다. 의 마지막 회차가 막 끝난 참이었다. 신촌극장의 작은 창문으로 평일 한낮의 볕이 들었다. 공연을 마치기에도 ‘이렇게나 많이’ 울기에도 퍽 이른 시간이었다. 그날의 유일한 어린이 관객 봄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한바탕 운 얼굴로 멋쩍게 사진을 찍었다. 극장이 반기지 않는 관객으로서 겪었던 경험들이 먼지처럼 피어올랐다. 우와 나는 늦는 관객, 까다로운 관객, 여러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관객이었다. 아무리 서둘러 출발해도 늘 아슬아슬한 시간에 도착하는 관객. 난처한 기색의 스태프들이 하우스와 연락을 주고받느라 분주..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투탕카멘의 저주를 비롯해 미라에 얽힌 저주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미라’ 하면 붕대를 칭칭 감은 시체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도 많을 정도로 여전히 미라는 모험물이나 공포영화에 단골로 등장한다. 몇천 년 전 만들어졌으나 여전히 썩지 않고 보존된 시체의 존재는 이처럼 우리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다. 그렇다면 고대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고대 이집트인들은 시체의 부패가 망자가 내세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따라서 부패와 손상을 막기 위해 시체를 보호하는 처리 기법이 발전하게 되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비롯한 포유류, 조류, 악어 등 파충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들도 미라로 만들어졌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동물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