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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정선임, 「무슨 말인지 알죠」,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산책방, 2022. “무슨 말인지 알죠?” 정선임의 소설 제목이기도 하고 소설 내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문장이다. 이 말은 확인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했을 때에도 사용된다. 이런저런 말의 자리를 많이 비워두었지만 당신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요? 라는 의미로. 소설은 무엇에 대해 “무슨 말인지 알죠”라고 묻는가. 이를 따라가기 위해 소설의 구조를 먼저 짚는다. 이 소설은 크게 두 개의 시점(point of view)을 교차시킨다. 소설은 우선 안나의 1인칭으로 현재의 서사를 진행한다. 안나는 현재 병상에 누워 있는 노인 여성으로, 손녀 율리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현재를 떠올리고 과거를 회고한다...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좁은 회랑: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 장경덕 번역(2019, 번역본 2020). 강태경 사회과학 연구집단 ‘사과나무’ 연구원 신자유주의의 쇠퇴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제관계가 미국과 중국의 대립구도 하에서 재편되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미중 무역전쟁은 세상의 변화를 알렸다. 바이든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서 미국의 산업적 체질개선과 동맹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적극 동원하고 중국과의 절연을 종용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화가 강조되고 자유무역이 강조되었던 신자유주의의 시기와는 분명한 단절을 이루고 국제적인 동맹관계에 따라 투자와 산업이 재편되어가는 냉전에 가까운 정세로 변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라는 주제가 다시금 부상했다. 중국의 발전모..
한복려 외, 『다시 보고 배우는 음식디미방』, 궁중음식문화재단 선일당, 2022 Q. 『음식디미방』은 1670년경 집필된 최초의 한글 조리서로,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飮食知味方)이란 의미를 지닌, 한국 음식 연구에 중요한 기록유산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선생님께서도 1999년에 『다시 보고 배우는 음식디미방』의 초판을 발행하셨는데요, 이 책을 처음 집필하시게 된 계기와 24년이 지나 새롭게 나온 개정증보판은 이전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 1999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이달의 문화인물’로 『음식디미방』의 저자인 ‘정부인 안동장씨(장계향)’가 선정되었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학술발표를 열고 재현한 음식을 전시하며 대대적으로 알리고자 했는데요,..
여성의 탐미주의, 선구적 감각의 재편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백신애, (, 작가정신, 2023.) 여타의 다른 윤리적/도덕적/정치적 타당성을 설득하지 않고 오로지 아름답다는 사실만으로(혹은 아름다움을 사랑한다는 사실 만으로) 존재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일까. 아름다움은 인간을 기쁘게 하고 황홀하게 만들며, 인간에게 탐미란 거부할 수 없는 매혹처럼 느껴지곤 한다. 탐미주의는 예술의 정치적 정당성을 대타항으로 두고 예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자율성을 하나의 미학으로 주장하려는 반항적이고 전위적 시도 중 하나로 주창되었다. 탐미주의는 예술의 미학 한 가운데 놓인 정치성을 비판하되 그것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그러한 기왕의 예술사조에서 멀어짐으로써 예술에 대한 새 미학적 기준을 제시하려고 한다는 ..
중국 개혁개방이 마주했던 모순을 생각하며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조영남, 민음사, 2016. 사과나무 연구원 강태경 “중국은 어떻게 개혁개방에 성공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쓴 이 책은 총 세권으로 구성된다. 각 권의 부제는 「개혁과 개방」, 「파벌과 투쟁」, 「톈안먼 사건」이다. 각각은 `76~`82년, `83~`87년, `88~`92년의 시기를 다루는데, 단순히 각 시간대의 특징이 아니라 현대 중국이 문화대혁명 이후 마주했던 모순을 대표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이 비록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이지만 덩샤오핑만을 중심으로 서술을 전개하지 않는다. 특히 개혁개방을 당이 주도할 수 있었던 수많은 주역들을 적극적으로 서술한다. 농촌에서의 생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했던 완리, 과학기술인과 지..
-주영하, 『그림으로 맛보는 조선음식사』, 휴머니스트, 2022. Q. 선생님은 문화·인문학·역사학의 시선에서 음식을 해석하고 연구해오고 계십니다. 이처럼 음식 속 역사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음식 인류학’이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분야인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어릴 때부터 중국사에 흥미를 느껴 학부 때 역사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에는 한 식품회사에 취직해 그곳에서 운영하던 김치 박물관을 관리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저는 발효공학, 식품공학, 식품영양학, 조리학, 또는 음식 역사와 고문서를 연구하시는 선생님들을 자주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선생님과 학술 활동을 이어갔는데, 점차 제가 인문학적 기반이 약하다는 것을 느꼈죠. 그래서 특히 음식을 중심으로 한 ‘물질문화’..
-이미상 (, 문학동네, 2022) 한 명의 인간이 ‘여성’으로 호출되는 세계에서 여성은 그러한 호명에 내재된 주체 박탈의 기획을 체화하는 동시에 그것에 저항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비-주체 여성과 주체 여성은 완전하게 분별되지 못한다. 억압의 호칭 속에서야 비-주체로 자신이 자리하고 있음을 자각하기에 그러하며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함에 바로 그 호명의 체계를 둘러 나가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비-주체로서의 명명을 자기 언어로 재구성하고 다시 발음할 때 기왕의 규율을 장악하고 있는 이의 자리는 내파된다. 기존 체제에 존속되어 그 언어적 규칙을 옹호하는 이의 권위는 그가 박탈하고자 하는 비-주체가 그 자신을 지칭하는 권위자의 언어를 회수해감으로써 박탈된다. 비-주체는 그런 방식으로 주체의 자리..
시인과의 대화 김승일, 『항상 조금 추운 극장』, 현대문학, 2022 Q : 선생님께서는 200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신 이래, 매번 다른 방식으로 타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계십니다. 처음에 시를 쓰시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시’란 무엇인지 먼저 여쭙고 싶습니다. A : 사실 어떻게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냐는 질문에는 계속 다른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중에 몇 가지를 말하자면, 예술이라는 것이 멋져 보였고 어린 시절부터 글에 대한 칭찬을 들어 온 것이겠네요. 그렇게 시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시에 매료된 이유는 시가 다른 예술 장르와 명백히 구별되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수전 손택은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예술 작품을 하나의 ..